#. 단상1.
지난 2021년 9월. 한화그룹에 경사가 터졌다.

금융IT 변방으로 불리던 한화시스템이 당시 금융권 차세대 초강력 경쟁자 LG CNS를 누르고, 약 400억원 규모의 흥국생명 차세대 IT 개발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400억 규모가 당시 적어도 1000~2000억원씩 투자하는 시중은행 IT개발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한화시스템 입장에서는 제법 뿌듯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시간이다. 

한화생명 차세대를 맡아 개발하던 한화그룹 경영진은 “흥국생명 차세대에 한화생명 차세대IT 개발 산출물을 아낌없이 제공하겠다”며 흡족해 했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운 추억이 됐다. 

#. 단상2.
잘 진행되는가 싶었던 흥국생명 차세대가 갑자기 이상하다는 소식이 들린 건 2022년 3월,

흥국생명이 한화시스템 요청을 받아, 계약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BI코리아 2022년 3월 13일자 ‘흥국생명, 차세대개발 6개월 연기…한화 계약 변경’ 제하의 기사 참조)

애초 시장에는 계약 파기로 알려졌으나, 흥국생명 홍보실이 계약변경이라고 해명하면서, 분석·설계 이후 개발에 착수할 시기 3월에 전격 ‘개발 착수 연기’를 선언하게 된다. 

웃기는 사실은, 흥국생명 내에서 이미 차세대 IT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2022년 2월, 흥국생명은 미리 차세대추진실을 해체, IT실 산하에 ‘차세대추진팀’으로 강등시킨다. 팀 해체와 함께 책임자도 교체되고, 일부 인력은 이동 또는 퇴사하게 됐다. 

물론, 개발이 늦어지게 되면서 ‘실’ 구조를 ‘팀’ 단위로 효율화, 운영할 수도 있다. 

반면, 금융IT 업계에서는 “차세대 추진 과정 TF를 해체하는 일은 드문 일이고, 특히 수장을 비롯해 인력을 개편하는 일은, (그동안 맥락을 이해하던 사람들을 바꿨으니) 사업을 접자는 얘기 아닌가”라고 흥국생명 차세대 사업 성공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일선 복귀를 위한 인력 교체, IT부문을 맡고 있는 티시스 내 IT 해체 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지난주 흥국생명은 한화시스템을 상대로 차세대시스템 구축 지연 등 책임을 물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6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1년 체결한 계약금액 총 396억원 중 계약금 및 일부 중도금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4월 18일 한화시스템은 공시를 통해, 흥국생명과 396억원 규모의 계약해지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는 이어, 지난 7월 중순까지 추가 비용 및 손해배상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을 선언하고 법원으로 달려갔다. 

앞으로 적어도 약 2년의 지루한 싸움이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