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역사의 새로운 변곡점’, ‘IT산업의 제3의 물결’ 등으로 평가받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지 의문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 서버로의 전환,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 등이 IT산업의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듯이 클라우드가 앞으로 적어도 10년간 기존 IT산업의 지평을 뒤흔들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라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탄력성과 확장성을 무기로 IT 활용방식의 근본적인 혁명을 초래할 만한 위력을 갖추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우리나라에서는 꽃을 피우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내 것에 대한 ‘소유’ 의식이 각별하며,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해 지불이 인색한 우리의 문화가 그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전통적인 IT 운영방식을 버리고, 새 조류를 수용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게 쉽사리 이뤄지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IT 아웃소싱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조한 규모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의 핵심적인 업무 플랫폼이 거의 대부분 유닉스 환경으로 이뤄져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도 클라우드로 가는 길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는 유닉스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은 우리나라에서 클라우드가 확산하려면 그만큼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잘 알다시피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 플랫폼으로는 x86 서버가 자리잡고 있다. x86 플랫폼의 구성요소는 거의 표준화되어 있어 확장이 용이하며, 유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면서도 성능도 크게 뒤지지 않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토대가 되는 x86 서버 기반의 가상 인프라가 확산되어야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설령 클라우드 시장이 열린다고 해도 재벌그룹사마다 IT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의 특수한 IT 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그 수요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만한 시장이 거의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IT 자회사들도 앞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나설 텐데 그동안 그룹 계열사를 주요 매출원으로 삼아온 성격에 비춰볼 때 자기 그룹사 외에 다른 그룹사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IT 산업의 거대 수요처인 금융기관이 장기적으로 추진해온 ‘차세대’ 프로젝트를 거의 완료해 새롭게 클라우드 컴퓨팅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입이 아시아에서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IDC가 2010년 말에 한국, 호주, 중국,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 총 6개 지역의 600명의 CIO와 IT 의사 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펴낸 ‘아태지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 패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클라우드 도입률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밝혀졌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은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한다. 가상화니 클라우드니 말은 무성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적용해보려는 곳이 예상 밖으로 적었다는 사실에 의아했다는 눈초리다. 우리나라 클라우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이 안고 있는 비용절감 문제와 불확실한 비즈니스 세상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클라우드가 우리나라에서는 공염불에 그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