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과 한국IBM이 MQ시리즈 라이선스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에서 촉발된 MQ시리즈 라이선스 분쟁이 다른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약 2~3주전부터 한국IBM은 소프트웨어 그룹 명의의 공문을 통해 “한국IBM이 은행에서 사용하는 IBM 소프트웨어 사용자 수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혀 시중은행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SLR(Software License Review) 제도로 알려진 이 방식은 한국IBM 기술진이 고객사를 방문, 현재 계약된 내용과 사용하고 있는 유저수를 직접 조사하는 것이다.

◆한국IBM "시중은행 IBM S/W 사용 현황 전부 밝혀내겠다" = 한국IBM은 이번 조사에서 각 시중은행의 IBM 소프트웨어 현황을 전부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IBM이 조사대상으로 지목한 은행은 메인프레임을 쓰는 국민, 우리, 하나은행, 농협중앙회 등으로 이들 은행은 EAI툴로 MQ(Message Q)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IBM 메인프레임 관련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여타 DB 제품 등도 사용중이어서 사건이 확대될 경우 그 여파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농협중앙회를 들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994년 경제통합업무에 인포믹스 DB를 사이트 라이선스 방식으로 도입, 현재까지 사용중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실사를 가진 한국IBM은 사이트 라이선스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사용자 라이선스를 임의로 적용, 그동안 추가 사용분 1000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농협 관계자의 주장이다.

한국IBM에 따르면 농협은 서버 버전은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했지만 클라이언트 버전은 라이선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포믹스DBMS'는 농협 하나로마트 단말에 물려 있어 클라이언트 버전을 적용할 경우 엄청난 금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농협중앙회 인프라 담당 권석만 팀장은 “DBMS, EAI 등 한국IBM 요청대로 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 실사 결과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계약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인포믹스 DBMS는 당시 사이트 라이선스로 계약했기 때문에 IBM이 인포믹스 인수 이후 조건이 변경됐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IBM이 인포믹스 인수 이후 계약내용 변경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는 없을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IBM은 대구, 부산은행 등 최근 차세대시스템을 개발중인 지방은행의 조사에도 들어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작년 12월 IBM이 인수한 파일넷의 이미지엔진을 대상으로 사용자 라이선스를 조사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이 사이트 라이선스로 돼 있어 해당상항 없다는 답변을 보냈고 이후 IBM측에서 어떤 답변이나 추가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협상 답보상태, 사태 장기화 가능성= 그러나 현재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전 은행은 대구은행처럼 간단하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이후 IBM과 각 시중은행은 대부분 협상 답보상태이거나 실무자 선에서 잡음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몇몇 은행은 이번 분쟁으로 IBM과 다른 소프트웨어의 재계약을 못하고 있어 피해가 예상된다.

관련 은행들은 한국IBM과의 이번 소프트웨어 분쟁을 놓고 법률적 대응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한국IBM이 제안서, 견적서를 승인한 후 계약서를 속인 경우이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역시 1994년 인포믹스 계약 담당자가 현재 농협내에 근무중이고, 찾아놓은 서류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법적소송 등 최악의 경우에 대비중이다.

다른 은행들 역시 "한국IBM은 그동안 S/W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 라이선스가 확장된 것을 알면서도 방조했다"면서 한국IBM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지적재산권 분쟁의 속성상 은행들이 ‘알면서 사용한 책임’이 있는 만큼 법적으로 해법을 찾을 경우 양쪽에게 모두 출혈만 남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이같은 라이선스 분쟁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팀의 법률 적용 및 경고조치 이후 영업부서가 찾아가 협상의 묘를 발휘해 조용히 해결해 왔다.

피곤한 법적 분쟁보다 소요시간 및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용자 그룹과 관계 개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분쟁의 경우 한국IBM의 영업임원이 직접 나서 은행을 압박, 논란을 촉발시켰다.

금융영업 총괄 모 임원은 어느 카드사 CIO를 찾아가 “SLR(Software License Review)을 받지 않을 경우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IBM 영업부서 내에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을 토로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사표를 내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