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최초로 ‘차량공유’ 일괄 서비스 보유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 기술 주도형 사회 생존법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것보다 앞으로 5년간 일어날 이동 수단의 변화가 더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특히 차량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리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이 같은 변화의 선두에 서고 싶습니다”

차량공유서비스 대표기업 우버(Uber)의 경쟁자인 리프트(Lyft)에 500만 달러를 투자한 제너럴모터스(GM)의 CEO 댄 애먼의 이야기다.

새해벽두부터 차량 공유에 대한 GM의 남다른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일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에 밀려 얼마전 폐업을 선언한 바 있는 라이드 공유 서비스 업체 사이드카를 GM이 인수한 것이다.

지난 22일 GM 차량 공유 서비스 ‘메이븐(Maven)’을 출시했다고 파이낼셜타임즈는 보도했다.

즉 차량공유 대표 업체 리프트에 투자를 하고 망했던 공유서비스 업체 사이드카를 인수하는 한편 자체적인 차량공유 브랜드를 출시한 것이다.

한마디로 차량공유와 관련한 일괄과정 전체를 소유한 기업이 된 것이다.

메이븐 출시와 함께 댄 애먼 CEO는 “전 세계적으로 600만의 인구가 공유 차량을 이용하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5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하고 GM이 이 분야에서 선두 위치를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GM의 전략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업계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 옐로우 캡의 파산신청 임박
우버와 리프트 등의 차량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자동차 메이커 GM마저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택시산업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뛰어드는 혁신 세력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방식으로 택시산업이 생존의 버팀줄을 확보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택시 회사인 옐로우 캡은 올 초 주주들에게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편지를 보낸 바 있으며 파산신청이 임박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버와 리프트의 본사가 있는 도시. 따라서 외부에서 온 여행자 이외에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택시보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에 더 익숙한 곳이다.

특히 택시 수보다 우버와 리프트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더 많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옐로우 캡도 생존을 위해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해 변화를 시도했으나 몸집을 키워가며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차량공유 업체와의 경쟁에서 버틸 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1977년 사업을 시작하여 실리콘벨리 택시의 대명사로 자임했던 옐로우 캡은 파괴적 혁신‘에 무너지는 전통기업의 사례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 헬리코박터를 볼 수 있는 눈
1970년대까지 의학계에서는 산성 성분이 강한 위에는 박테리아가 살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위궤양 등 발병 원인으로 이 세균을 지목하고 있지만, 처음 이 세균을 발견한 로빈 워런과 베리 마셜은 의학계에서 바보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세균이 살수 없는 환경에서 자꾸 박테리아를 이야기하니 그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84년 헬리코박터 파일로이이 위궤양 및 십이지궤양 등의 주원인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의학학술지에 보내지만, 이 논문에 동의하는 검토위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모두 기존의 생각체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의 발견은 곧 의학계의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2004년에는 노벨 생의학상까지 받게 된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를 이 두 사람만 발견한 것일까?

내시경의 역사는 210년에 달한다. 1805년 독일의 의사 필립 보지니가 방광을 관찰하기 위해 요도로 주석 튜브를 넣어 양초 불빛을 비춰 거울로 내부 모습을 관찰한 것이 효시라는 것이다.

이어 1868년 딱딱한 금속관 형태의 검사용 경성 내시경이 독일에서 개발되어 위를 검사하기도 했으나 내시경을 삼키는 일이 너무 힘든 일이어서 위나 대장 검사를 위해 부드럽게 휘어지는 연성 내시경이 1957년에 만들어진다.

또한 인간의 배속을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보여주는 전자내시경은 1983년에 미국에서 개발됐다.

따라서 1957년에 개발된 연성 내시경을 관찰한 전 세계의 의사들은 모두 헬리코박터 파일로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워런과 마셜만 자신들이 본 것을 믿었고, 나머지 의사와 의학자들은 기존의 생각을 믿었던 것이다.

# GM의 새로운 도전의 의미
완성차 업계의 최고 화두는 ‘자율주행차’와 ‘차량공유 서비스’다.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자율주행차에 대한 막대한 연구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GM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가 플랫폼 사업과 별도로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이 생산을 지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생존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길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현재는 완성차 업체들이 쥐고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대세인 사회가 되면, 플랫폼 업체들이 생산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GM은 시장의 다른 면까지 보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 맞는 생각법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승호 BI코리아 편집위원>skylink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