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400억원대의 비용이면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외환은행(은행장 김한조) ‘IT업그레이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19일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약 2주전 지주사 차원에서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했다”며 “컨설팅 결과 나온 비용이 논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환은행은 연초, 현행 노후화된 은행 IT시스템을 개선, 향후 하나은행과 통합시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고자 IT 업그레이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코어 업무부터 각종 업무시스템까지 외환은행이 우수한 업무와 하나은행이 경쟁력을 갖는 업무를 나눠 두 은행 IT구조를 거의 동일하게 만들고, 합병 후 물리적 통합IT를 손쉽게 구성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던 사업이다.

이를 위해 하나-외환은행은 ‘IT업그레이드 TFT’를 구성해 최근까지 운영했고, 한국IBM(LG CNS , 삼정KPMG 부사업자 참여)을 주사업자로 컨설팅까지 마쳤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 독자 IT업그레이드 추진에만 1500억원 가량, 하나은행이 여기에 보조를 맞춰 개선해야 할 IT에만 약 1000억원이 투자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다”며 “여기에 향후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물리적 통합 비용으로 1132억원이 더 투자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한국IBM 주도의 컨설팅 결과, IT업그레이드 추진에 하나-외환은행이 약 2500억원(2230억원+VAT) 가량을 쏟아부어야 하고, 또 몇 년 후 1132억원(VAT별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외환은행은 기기구입비용으로 650억을, 개발비용으로 780억원을 투자해야 하고, 하나은행은 기기구입비용으로 657억, 개발비용으로 143억원 투자가 권고됐다.

아울러 컨설팅은 IT업그레드 시스템 가동 1년동안 ROI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측면 수익창출로 238억, 비용절감 167억원의 효과가, IT측면에서 운용효율화 비용절감으로 140억, 하나은행과 인프라 일원화 비용절감으로 100억원 등 총 745억원의 ROI를 예상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같은 컨설팅 결과를 면밀히 검토, IT업그레이드 백지화를 결정하게 됐다. 즉, 1년간 745억원의 기대효과를 놓고 2500억원 투자는 논리적 모순을 갖게 된다는 게 그룹의 판단이다.

그러나 하나-외환은행의 IT 관련 시너지는 보다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막대한 비용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 보다 두 은행이 지주사 차원에서 단계적 시너지 확보를 위한 협업 모델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주요 핵심시스템을 제외한 PC 공동구매, 바젤, 망고도화 및 망분리, 국외전산 및 해외점포 통합 IT지원은 그룹 공통 사업으로 이미 추진 중이다.

IT업그레이드 사업 무산으로, 하나-외환은행은 이같은 공동 사업의 범위를 코어 IT시스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를 위해 IT기획부 차원에서 두 은행의 업무협의체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