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8일로 IBM 메인프레임이 탄생 50주년을 맞게 됐다. 과거 50년의 메인프레임은 한 시대를 호령했던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시스템이었다.

튼튼하고, 똑똑하고, 안정적이고 등 무수한 수식어를 끌고 다니며 IBM에게 막대한 매출을 선사해 준 IT시스템이 ‘메인프레임’이다.

유닉스 시스템이 기술적 진보에 따라 성능이 크게 개선되면서, 메인프레임은 안방자리를 많이 뺏겼지만 강력한 무중단 업무처리 그리고 보안성 등에 있어 여전히 메인프레임은 금융업무 최적의 시스템이다.

<BI코리아>는 향후 수회에 걸쳐 한국내 IBM 메인프레임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그 경쟁력은 얼마나 살아있는지 살펴보고 ‘명품 IT시스템 메인프레임’의 앞으로 50년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우리은행이 “420억원과 바꾸지 않은 안정성” = 한국내 메인프레임을 놓고 애기하면, 시중은행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를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6월 30일, 극적으로 우리은행이 한국IBM과 메인프레임 OIO 계약을 체결한 일은 업계에서 ‘우리은행이 한국IBM에게 당했다’고 할 정도로 은행측이 불리하게 그것도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BI코리아>가 입수한 ‘2011년, 우리은행 계정계 서버 플랫폼 최적화 방안 검토 보고’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준비되지 않은 리호스팅으로 발생할 리스크를 크게 우려, 기꺼이 수백억의 추가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FIS 검토 의견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유닉스로 전환할 경우 기대되는 총 비용 연간 절감액은 80억원, 5년간 420억으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보안사고를 고려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시스템 성능, 확장성, 보안 및 안정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명품 메인프레임’의 명성이 반영된 결과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 우리은행, 우리FIS, 한국IBM 등이 나서 수행한 총 50여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메인프레임 유지 ▲리호스팅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등 4가지 방향에서 우리은행에 적절한 플랫폼을 찾는 컨설팅 산출물이다.

계정계 플랫폼으로써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객관적으로 비교했고, 메인프레임 유지-다운사이징-업사이징 등 니즈에 따른 글로벌 사례도 자세히 분석돼 있다.

특히 한국에서 무수히 실패를 맛본 ‘업사이징’ 관련, 중국 ABC농업은행 사례는 중국 경제 발전에 따른 업무 폭증에 메인프레임 외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어 보고서는 플랫폼 최적화 방안 즉 ▲메인프레임 유지 ▲리호스팅(Re-Hosting)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각각의 특장점을 분석해 놨다.

리호스팅이란, 메인프레임 운영환경과 SW적으로 유사한 환경하에 코볼 프로그램을 유닉스환경으로 그대로 이관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트럭처링은, 코볼 프로그램을 유닉스 환경의 C 언어로 전환하고 그에 따른 일부 SW환경도 변경해 재구축하는 방안이다.

리엔지니어링은 새로운 프로세스하에서 애플리케이션의 재개발과 새로운 프레임워크 구축 등의 IT전반에 걸친 전면 혁신을 의미한다. 대체적인 다운사이징 차세대는 이 리엔지니어링을 의미한다.

그 분석은 기술적 측면, 플랫폼 변경시 위험요소 분석, 플랫폼 장애 발생율, 운영안정성, 보안성, 소요비용측면 등 다차원 방법으로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기술적 분석에서 2010년 가트너가 실시한 ‘SEM’ 16개 항목을 참고했다.

성능, 가용성, 아키텍처, 가상화, 확장성, 기술구조의 유연성, 기술 최신성, 보안성, 운영관리, 비용 등 SEM 항목에서 메인프레임은 총점 160점 중 149점을 획득했다.

유닉스시스템 중 HP는 119점, 오라클은 109점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특히 최근 금융권 이슈가 되고 있는 보안성 즉 보안사고 예방역량에 있어 메인프레임은 10점을 획득한 반면, HP, 오라클은 8점을 얻는데 그치는 결과를 나타냈다.

플랫폼을 변경할 경우 ‘위험요인’ 관련 보고서는 운영환경 변화, 장애관리 및 대응, 대외환경 변화, IT보안성 측면에서 리호스팅이나 리스트럭처링이 실질적인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운영환경 안정화 전까지 관련 정보수집 혼선 및 관리체계 미비·오류로 인한 장애 발생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 개방형 표준 관련 보고서는, 다양한 벤더 및 제품에 의한 장애발생 포인트 증가, 장애원인 및 책임에 대한 벤더간 떠넘기기 발생 등으로 장애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 예를 들어 현대캐피탈, 농협 해킹 등 사례를 볼 때 유닉스시스템은 ‘루트 유저(root user)’로 전체 시스템 제어가 가능한 아키텍처로 인해 보안에 근본적인 취약점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취약점을 가진 유닉스 운영 국내 A은행 사례를 볼 때 메인프레임 운영 우리은행에 비해 약 6배 이상 장애 빈도가 높다는 통계도 내놓았다.

◆‘리호스팅’ 비용절감 ‘글쎄’ = 우리은행을 기준으로 5년간 TCO 분석은 이 보고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차지한다.

2011년 기준, 당시 우리은행이 검토한 리호스팅 비용은 총 2499억원, 리스트러처링은 2587억원, 리엔지니어링은 3623억원, 메인프레임 유지는 2917억원 가량으로 조사됐다.

이들 비용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등 비용을 합한 값이다.

보고서는 특히 리호스팅만 놓고 볼 때 ‘오픈프레임’을 사용하는데 이 ‘오픈프레임’은 차세대 수행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프레임워크라고 지적하고, 삼성생명, LIG화재 등이 리호스팅 이후 차세대 사업을 또 한 번 치렀다고 적시했다.

우리금융그룹이 리호스팅에 가장 크게 부담을 느낀 대목이다. 즉 수천억을 쓰고 수년안에 또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보고서와 달리 우리은행은 2013년 6월 30일 대단히 파격적인 조건의 OIO 계약을 체결한다.

우리은행은 한국IBM과 5년 다년계약 총 143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마이그레이션 및 튜닝 ▲임시 비상용량 제공 ▲DR용 메인프레임 용량 제공 ▲스토리지 ▲부하분산 SW 제공 등 200억원 규모의 IBM 무상 서비스까지 얻어냈다.

이 계약으로 우리은행은 과거 3년 계약(2010년 10~2013년 9월) 950억원 기준 연간 약 317억원 비용 구조를, 5년(2013년 7~2018년 6월) 1430억원 기준 연간 286억원으로 해마다 약 31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2011년 보고서가 내세운 ‘협상력 제고’ 요청에 따라, 우리은행 스스로 비용은 아끼면서 ‘은행 IT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50살’ 메인프레임. 이제는 그 격은 높이고 눈높이는 낮춰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시스템으로 거듭나고 있고, 한국의 은행들이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