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길일을 택한 듯 7월 7일, 티맥스가 마침내 국산 운영체제인 ‘Tmax Window9’를 만 천하에 공개했다. 그야말로 구름떼처럼 몰려든 각종 언론사 기자들과 참관인들의 참석 열기는 티맥스에 대한 관심, 정확히 말하자면 국산OS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높은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품의 면모가 시연을 통해 공개되고 그 평가를 내려야 하는 순간, 대략 난감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품의 실체가 안겨준 실망감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여기에 덜 익은 제품에 대한 너무도 솔직한 박대연 회장의 고백은 기자회견장을 기묘하게 당당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며, 참관자로 하여금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이날 박대연 회장이 발표한 내용의 골자는 비록 제품은 미완성이지만 어렵게 개발성공의 가능성을 열었고 확신을 얻었으니, 티맥스의 위대한 도전정신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믿고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는 11월이면 썩 괜찮은 OS가 완성될 것이라는 호언이 결론이었다.

소프트웨어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고, 나아가 세계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티맥스의 포부는 아무래도 좋다. OS시장의 점유율 100%에 근접하고 있는 미국MS의 독점 구조를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이 스스로 개발비용을 들여가며 세계 IT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독식구조를 깨버리겠다니, 한없이 자랑스럽고 그 성공기대 또한 태산처럼 높다. 그 성공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혜택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찰 지경이다.

그러나 티맥스가 이날 자리를 만든 것은 구름처럼 모인 참관자들 앞에서 이런 당연지사를 되풀이하며 역설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이 같은 대의명분은 티맥스가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이미 누누이 강조돼 왔던 부분이며, 한시도 끊임없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서 줄기차게 흐르는 소망이기도 하다. 이날 모인 참관자들이 보고자 한 것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티맥스 OS의 실체였다.

사족을 붙이자면,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는 제법 쓸만한 제품을 가지고 그 기능을 소개하고 마케팅 전략 등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자리일 것이다. 만일 설익은 제품을 소개하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행사가 주를 이루어서는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아쉽게도 이날 발표의 주제물인 제품은 티맥스 스스로 고백했듯이 아직 시장에 내놓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티맥스OS는 공개를 한 이상 실망감을 안겨준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며, 그 어떤 혹독한 비판을 받아도 마땅할 것 같다.

티맥스OS의 실체는 아직 없다
OS를 발표하기 며칠 전 티맥스는 스크린 샷을 배포했다. 그러자 인터넷은 의혹에 찬 시선으로 불이 붙었다. OS의 실체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가장 큰 의혹이었다.

다행히도 이날 OS의 실체는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히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구동하는 모습은 참고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느리고 보여줄 게 별로 없었다. 이걸 두고 OS의 실체가 있다고 해야 할지.

애국심 빼고, 미들웨어 시장 점유율 1위와 티베로 DBMS를 보유한 티맥스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OS는 차라리 실체가 아직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티맥스에 대한 예우일 것 같다. 게다가 동시에 내놓은 역작들, 오피스와 웹브라우저가 MS사의 윈도우XP에서는 제법 잘 돌아가는데 정작 티맥스OS에서는 구동이 안 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갖은 의문을 갖게 했다.

박대연 회장의 변은 MS윈도우와 호환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관계상 여기에 집중했으며, 티맥스OS에서 가동시키는 것은 아주 손쉬운 일이기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대충 그럴 법한 변이다. 호환성의 중요성도 맞는 말이고, 자기 OS에 자기네 오피스를 올리는 것이니 쉬울 법도 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박회장의 변은 왠지 궁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이날 참관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티맥스OS이지 오피스나 브라우저가 아님을 티맥스 측도 모를 리 없을 터였다.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티맥스 OS
이날 데모는 OS보다는 MS의 윈도우 상에서 구동되는 오피스나 파이어폭스 보다 우수하다는 브라우저를 보여주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만큼 OS는 보여줄 게 없었고 티맥스 측도 그 부족한 부분을 당당히 인정했다.

박대연 회장은 OS개발 자체의 어려움과 특히 디바이스 업체들의 도움없이 행해야 했던 개발과정의 난이도를 피력하며, OS개발의 시간 부족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박회장은 특히 복제 시비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개발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말나온 김에 복제 의혹에 대한 항간의 시선도 잠재우고자 했다.

그러나 티맥스 측의 이런 설명은 시원하지가 않다. 티맥스 OS가 제대로 기능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여러 가지 설명은 오히려 많은 의혹의 시선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를테면, 오피스나 브라우저 판로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이 같은 생각에는 OS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과 탑재여부를 타진하고 있으며, 테스트하고 있다는 논리적 모순도 한 몫 거든다.

또한 제대로 구현되지도 않은 제품을 가지고 복제시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도 오히려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나친 자신감을 표명할수록 전혀 다른 정략적 계산이 깔려있지 않는가 의심하고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진정으로 뜻이 올곧다면 서둘지 말라
티맥스의 이번 OS 출시는 분명 실망을 주었다. 그렇다고 티맥스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기에 가혹한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박대연 회장은 말했다. “우리는 미들웨어로 2,6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냈고, DBMS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우리가 보여준 이 도전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OS개발 역시 반드시 성공 시킬 것이다.”

박대연 회장의 의욕과 자신감에 진심으로 동조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성공 확신을 믿고 싶다. 하지만 전략은 바꿨으면 좋겠다. 우선 서두르지 말았으면 한다. 제품은 제품의 성능으로 말해야 한다. 아무리 출시 기한을 약속했어도 제품이 완성되지 않으면 시장에 내놓아서는 안 된다. 섣불리 내놓아서 시장반응이 싸늘하면 그 제품은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 아니겠는가? 괜히 온갖 저의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애드벌룬을 띄우는 식의 상품예고는 그만 했으면 한다. 이날도 향후 휴대폰용 소프트 개발을 예고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누가 말리겠는가. 그것도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불안한 티맥스OS를 앞에 놓고 또다시 새로운 상품계획을 발표하니 결코 맘 편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티맥스의 가치를 우리는 존중한다. 제발 묵직한 행보로 개발에 열중하여 겸손하게 그래서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국민 소프트 기업이 되기를 애타게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