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8월, 하나은행에 입성한 조봉한(47)<사진> CIO가 23일로 전격 퇴임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CIO 인선에 나섰고, 하나아이엔에스는 당분간 권오대 부사장 대행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물론, 이번 조봉한 CIO의 퇴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수개월전부 금융그룹 안팎에서 조 CIO의 퇴임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주 주요 의사결정 회의에서 조 CIO가 배제되거나, 김정태 회장이 따로 받던 보고조차 생략되거나 사라지면서 사실상 12월 하나금융그룹 퇴임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였다.

하나금융그룹 입성 총 9년 4개월, 하나은행 차세대 성공 가동, IT본부의 위상 향상 및 직원들의 기술적 실력 확대 등 공로도 많지만, 외부영입 인사정책 실패, 소통부재, 정치적 외연확대 치중 등 수많은 논란도 자주 불거졌다.

◆차세대 성공 가동, 기술적 능력 배가 공로 = 조봉한 CIO가 지난 2004년 하나은행 CIO로 선임된 이후, 우선 IT구매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기에 이른다.

기존 IT본부가 내세운 네트워크 장비 계약 해지 및 재계약, MS EA계약 파문을 비롯해 비합리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데 큰 힘을 쏟았다.

지금까지 하나은행을 ‘IT 짠돌이’ 투자 은행으로 변모시킨 장본인이 조봉한 CIO다. 물론, 이같은 저가위주 정책은 이후 유지보수 계약이나, 연간 IT예산편성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도 낳았다.

정보전략위원회를 신설, 주요 부서장들이 2억 이상 투자 사업을 직접 심의하는 체계를 도입했고, 현업 IT지원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적극 채택했다.

적극적인 신기술 도입으로 IT본부 직원들의 기술력을 한층 배가시킨 것도 조 CIO의 공로로 인정받는다.

은행 임원으로써 IT본부 업무 외에 수천억에 이르는 수신을 유치하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전 김승유 회장이 곤경에 처했을 때 당시 청와대 386 인맥을 통해 김 회장을 측면 지원하는 정치적 수완도 발휘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아군없는 9년의 세월 = 국민은행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후 하나은행으로 옮긴 조봉한 CIO는 국민은행 직원들과 갈등을 하나은행에서 재현한다.

같이 둥지를 튼 허모 부장은 부장급에게 제공되지 않는 업무용 차량을 요구했다가 노조와 갈등을 빚는가 하면, 결국에는 2회 이상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으로 해고되기에 이르기도 했다.

조 CIO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하나아이엔에스로 영입한 A 부사장은 오히려 조CIO 견제세력을 자청하다, 녹취된 내용을 확인한 경영진에 의해 불명예 퇴진하기에 이른다.

당시, 김승유 회장 조차 조 CIO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인사정책에서 난맥상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업무처리에 있어 독선적인 성격이 강해, 주변의 얘기를 잘 듣지 않았다는 점은 조봉한 CIO가 향후 크게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혼선이 발생한 업무를 대화와 설득, 조직 운영의 원리로 풀지 못하고 지주 회장에 보고해서 처리하는가 하면, 유시완 현 IT본부장이 과거 하나아이엔에스로 발령될 당시 은행장이던 김정태 회장조차 인사발령 내용을 제대로 모를 정도로 ‘안하무인격’ 성향을 보였다.

일부 매트릭스 조직을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은행 본부장급 인사에 은행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많은 논란을 뒤로 하는 조 CIO의 가장 큰 실정은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측근 중심의 조직운영 때문에 한계점을 보였고, 하나은행 직원들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행태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은행 IT영역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긴 조봉한 CIO의 향후 행보는 KT, 삼성화재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실력과 능력, 용장과 덕장의 면모를 두루 갖춘 CIO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