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현재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극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혹자는 1960년대에 탄생한 인터넷이 1990년대 중반 웹 브라우저의 출현으로 폭발적인 확산에 들어간 사실에 비유한다. 서비스 모델이 고작 몇 개에 불과한데다 그것도 서비스의 안정성이나 보안, 상용 소프트웨어 지원 등의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클라우드가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 뚜렷한 비즈니스 서비스 모델로 자리를 잡기에는 까마득하다는 얘기다.

◆클라우드 킬러 서비스의 주인공은? = 관련 업계에서는 “클라우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앞으로 이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다면 어떠한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 될까?

현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용 사례로는 ▲신생 기업들이 이메일 등 필요한 IT 서비스를 외부에서 조달 ▲일회성의 개발 및 테스트 ▲일정 기간 데이터 저장 및 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연구 프로젝트 ▲대입 원서 접수, 수강 신청, 전자상거래의 피크 시즌 등 일시적인 업무 부하 증가에 대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의 서비스들은 중소 인터넷 기업에서 인프라 구축 및 관리 비용을 절감하거나 파일럿 프로젝트에 필요한 개발 환경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방안으로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앞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점을 들어 “가상 인프라와 스토리지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스토리지 서비스는 아마존을 필두로 EMC, 그리고 국내의 클루넷, SK브로드밴드 등이 이미 상용화에 나섰거나 준비 중일 정도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수요 예상보다 빨라 = 이런 예상 속에 국내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9년에 클라우드에 대한 스터디를 거쳐 2010년에야 본격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미 스터디를 마치고 2009년부터 실제 도입이 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고객사를 방문해 클라우드에 관한 컨설팅을 하거나 이미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사례도 적지 않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고객들이 클라우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했음에도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심지어는 고객들이 공급사에게 “우리 회사의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해 달라”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M과 HP, 비즈니스 모델 R&D에 적극적 =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직면한 비즈니스 모델 확보의 방안으로 IBM과 HP 등 주요 IT 업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설립하는 등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IBM과 HP 등 양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인프라 서비스(IaaS)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프라 컨설팅 및 솔루션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양사의 클라우드에 관한 R&D도 이에 발맞춰 진행되고 있다.

2009년 6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총 14개의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IBM은 2008년 9월 한국에 6번째로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설립하고, 고객들이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을 설계, 구축할 수 있는 전문기술과 솔루션 제공에 나서고 있다. 고객의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거나 테스트하는 것이 핵심을 이루는 IBM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는 특히 콘텐츠 사업자, 인터넷 서비스, 통신 업체 등 커뮤니케이션 산업계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IBM 측은 그동안 이곳에서 수행한 고객사의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 검증및 테스트 작업 건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HP는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개발 플랫폼인 ‘오픈 사이러스 프로그램(Open Cirrus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P, 인텔, 야후,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4개사가 참여해 클라우드 컴퓨팅의 애플리케이션을 테스트하고, 인프라의 성능을 측정하며, 대규모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묶어 공동으로 활용하는 점이 특징으로 코어 수는 6월 현재 6천개이며, 올해 말까지 1만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TRI, 구글의 하둡과 유사 기술 개발 중 = 한국HP의 설명에 따르면 인텔은 CPU 클라우드, 야후는 인터넷 서비스 클라우드, HP는 서버 및 스토리지 클라우드, 그리고 ETRI는 구글이 보유한 분산형 파일 시스템인 ‘하둡’과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각 개발 작업에서 나온 결과물을 독자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특히 한국HP 측은 ETRI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경에 대해 “ETRI는 자체적으로 1천개의 코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과제 수행이 힘들다. 1만 코어는 갖춰야 한다”면서 “ETRI는 올해 말경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HP 측은 이어 “오픈 사이러스에는 개인이나 단체도 연구 과제에 맞게 커뮤니티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동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