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계학회가 28일 서울대학교에서 IMS-APRM(Institute of Mathematical Statistics - Asia Pacific Rim Meeting)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통계학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대표국가인 일본, 중국(홍콩, 대만 포함), 인도 등 4개국 가운데서도 가장 뒤처져 있다. 최근 10여 년 간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국제학계에서의 영향력이나 인지도, 연구력 수준은 이들 나라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학계의 자평.

때문에 1회 IMS-APRM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은 우리나라 통계학의 국제적 위상과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회 IMS-APRM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통계학회의 전종우 회장(서울대)과 최종후 부회장(고려대) 그리고 조직위원장인 박병욱 교수(서울대)를 서울 과총회관 7층 통계학회사무실에서 만나 서울대회 개최와 관련해 이야기를 들었다.

전종우 한국통계학회 회장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IMS-APRM 1차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다.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는.
=우리나라 통계학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일본, 중국(홍콩, 대만 포함), 인도 중에서도 그 발전 속도가 뒤처져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통계학의 3세대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학자들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10여 년 전에 비해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은 일본이나, 중국, 인도에 비해 국제학계에서의 영향력이나 인지도 그리고 연구력의 질적 수준은 뒤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통계학의 연구 수준이 뒤처져 있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통계학자들의 연구 분야가 국제동향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논문의 질적 수준을 따지기 전에 연구 주제가 최근 국제동향과 동떨어져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연구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없는 것이다.

최첨단 국제연구동향을 파악하는 지름길은 활발한 국제교류다. IMS가 시도하는 아시아 환태평양 지역의 통계학 국제학술교류는 한국의 통계학이 현재 시점에서 매우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IMS-APRM의 제1회 대회를 개최키로 한 것은 향후 아시아 환태평양 지역의 통계학 국제학술교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통계학자들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 통계학의 국제적인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아시아 및 미주, 오세아니아를 포함하는 환태평양 지역에서 통계이론, 방법론, 응용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국제협력연구의 기회를 증진시키게 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통계학자들이 세계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대회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계적인 통계학자들이 서울에 모인다는 것이다.

통계학과 관련한 세계 대회 개최의 필요성은.
= 현대사회에서 통계학이론, 방법론, 그리고 응용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경제성장과 함께 이 이역에서의 통계학 연구 인프라는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이 지역 통계학자들의 연구력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통계학 응용도 양적 질적으로 발전해 왔다. 또한 통계교육학 역시 많은 개선이 이루어 졌다. 그러나 이러한 학술활동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통계학술단체를 중심으로 나라 안에서만 이루어져 왔고 국제간의 학술교류는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지리적 특성과 선진국 학자들과의 인적교류 부재로 인해 주로 북미 또는 유럽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명성의 국제학술대회나 워크숍 등의 학술행사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에 국제 통계학문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IMS는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아시아 및 미주, 오세아니아를 포함하는 환태평양 지역 통계학자들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국제 학술대회를 2년에 한번 씩 개최키로 하고 그 대회 이름을 IMS-APRM이라고 명명했다.

아시아와 함께 미주와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이유는 통계학문이 원래 유럽에서 탄생했고, 현재는 미국이 통계학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이 대회가 세계대회로서의 면모를 갖춤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통계학자들에게 학문적 혜택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대회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 2명의 기조 강연자 중 1명은 U.C 버클리대학의 피터 빅켈 교수이고 17명의 특별 강연자 가운데 9명, 그리고 초청 강연자 중 50% 이상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통계학자들이다.

최종후 한국통계학회 부회장(고려대)     박병욱 IMS-APRM 조직위원장(서울대)

아시아에서도 뒤처진 우리나라가 세계대회를 유치했는데 그 과정은.
= 현재 IMS 회장인 프린스턴대학교 지안큉 판 교수가 2006년 5월 한국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IMS는 아시아지역 통계학자들의 연구 및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시아 및 환태평양 지역의 통계학자들이 주축이 되는 새로운 모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IMS 내에 IMS-APRM 커미티라는 상설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IMS-APRM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한국통계학회로서는 한국통계학자들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한국통계학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한국에서의 대회개최가 실효적이고, 또한 1회 대회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만큼 대회 유치에 적극 나서게 되었다. 특히 IMS-APRM 커미티의 위원인 서울대 통계학과 박병욱 교수의 노력에 힘입어 첫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 21세기는 지식정보화시대, 생명공학의 시대로 대변된다. 20세기 말 방대한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컴퓨터의 등장과 그로부터 시작된 21세기 정보의 혁명은 통계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과거의 통계학이 고작 수천 개의 숫자를 다루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한다면, 21세기에는 수천 개의 위성사진, 수십억 통의 전화 통화, 수천 패널의 기상자료, 수천수만 차원의 마이크로어레이(micro array)자료와 같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적인 방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많은 통계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그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게 된다.

기조강연자로 참가하는 버클리대학의 피터 빅켈 교수, 그리고 일본 오사카대학의 마사토시 후쿠시마 교수는 통계학 및 확률분야에서 각각 세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그리고 특별강연자로 참여하는 17명을 포함하여 초청강연자로 참여하는 200여명의 통계학자들 역시 최첨단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이룩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통계학자이다.

이들의 강연을 통해 21세기 미래가치를 위한 통계학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이끌어 내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IMS의 향후 운영 및 발전 방향은.
= 이 대답은 IMS 회장이 해야 할 내용이지만, IMS의 향후 과제는 통계학의 이론과 응용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학은 학문 자체가 응용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통계학자라면 응용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론적 정당성이 결여된 응용은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고 대중들에게는 통계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것이다. 이론도 이론을 위한 이론이 아닌 응용을 염두에 둔 이론이 되어야 한다. 이론과 응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면 통계학자들과 통계학이 응용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까지 IMS는 이러한 역할을 잘 해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훌륭히 해 내리라 믿는다.

통계학과 관련, 일반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예를 든다면.
= 통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가통계이다. 그 예로는 실업률, 통화량, 출산율 등등 국가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계들이 있다. 다음으로는 보건/환경통계가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예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뇌졸증 위험률이 감소한다" 또는 "미세 먼지량과 수명과의 관계" 등이 있다.

이런 거창한 얘기 외에도 개인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많다. 예컨대, "미국의 대형 쇼핑몰에서 아기 기저귀와 함께 가장 잘 팔린 제품은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맥주였다. 아내의 부탁으로 기저귀를 사러온 남편들이 집으로 가는 길에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월마트는 맥주와 기저귀를 나란히 진열하자 맥주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또 다른 예로는 신용카드 부정사용 방지를 들 수 있겠다. 신용카드 사업은 몇 년 전 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도난이나 인터넷 해킹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학에서 요즘 한창 연구되고 있는 '부스팅'이라는 방법은 과거 도난 된 신용카드들이 사용된 정보를 보고 스스로 도난 규칙을 만든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심스러운 사람을 찾는데, 과거 정보가 많을수록 ‘맥주와 기저귀’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도난 규칙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부스팅 방법은 처음에 경마에서 나왔다. 보통 사람 여러 명이 낸 경기 전망을 종합하면 전문가 1명의 의견보다 결과가 더 잘 맞을 때가 많았고, 이런 현상을 통계학자들이 이용한 것이다.

은행, 보험 등 금융산업에서 교차판매(cross selling)를 위한 스코어링 모형개발은 전적으로 통계적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신용카드회사에서는 고객소득을 추정하여 이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고객을 세분화하여 세분화된 그룹별 고객의 속성을 파악함으로서 목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 모두 통계적 방법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통계학의 실제 응용사례는 IT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학계에서 보는 IT 기술은.
=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데이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렇지만 데이터의 가치는 얼마나 데이터를 잘 가공하고 분석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국내 정보화 관련 산업에서는 데이터를 모으고 저장하는 쪽에 주로 관심이 있고 가공하고 분석하는 분야는 그리 크게 각광을 못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IT 벤더들의 주 관심사가 하드웨어 판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 가공 및 분석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가 되겠다. 특히 데이터의 가공 및 분석에 대해서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저 데이터베이스만 구축하면 분석은 저절로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는 아주 많다. 하지만 잘 가공되고 분석된 데이터는 많지 않은 것이 국내 현실이다. 국내 IT 업체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 뿐 아니라 가공 및 분석 쪽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큰 부가가치는 좋은 데이터 분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