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행장 이건호)이 과거 3년간 수세적인 IT투자에서 2014년에는 IT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IT 본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인프라 확대" 주문을 하면서 IT투자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7월 취임한 이건호 행장은 IT본부에 대한 업무보고 과정에서 “영업지원에 지장이 있으면 안된다”는 전제를 놓고 “인프라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 행장의 이같은 의중은 곧바로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될 조짐이다.

IT본부 주도의 9월 ‘내년 IT투자계획 수립’ 워크샵에서는 이같은 이 행장의 의지를 반영, 본격적인 투자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IT본부 김상성 전무는 지난 8일 가진 인터뷰에서 “업무보고 과정에서 영업 일선을 지원하는 IT투자를 지속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대폭적인 IT투자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과거 3년 ‘1000억 미만 자본예산’ = 지난 2010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국민은행은 그동안 소극적 IT투자로 일관했다.

연간 자본예산 규모는 1000억원을 밑돌았고 심지어 ‘여신시스템’ 개선에 투자된 예산조차 삭감되기 일쑤였다.

예산규모에 비해 집행율은 80% 이상을 유지, 예전에 비해 크게 올랐지만 예산규모가 1000억원대를 밑돌다 보니 연간 IT부문 신규투자는 고작 800~900억대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과거 3년의 투자 위축은 2010년 당시 IT장애와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수천억을 투자해 개편한 차세대시스템이 가동 4개월만에 ‘원인불명’의 장애를 겪었고, 당시 어윤대 회장을 비롯한 KB금융그룹 전체에서 IT그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주사 사장을 겸임하다 최근 KB지주를 맡은 임영록 회장 역시 같은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IT투자 위축을 예상한 이유는 이처럼 IT본부에 대해 부정적인 임영록 회장 체제라는 점과 올해 실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호 행장의 이같은 주문으로 분위기는 반전중이다.

9월 가진 워크샵에서 같은 기류가 감지됐다. 은행 IT본부 일각에서는 “그동안 눈치를 보며 투자하지 못했던 사업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10년 가동한 서버 중 메인프레임을 제외한 서버시스템은 가동 1~2년전, 즉 2008~2009년 사이 도입된 제품으로 증설이나 개편이 시급하다는 게 은행측 판단이다.

따라서 이건호 행장의 “인프라 투자 강화” 주문은 한축으로는 서버 및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다른 한 축으로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모바일, 빅데이터 등 신사업 투자 등으로 확대로 해석될 수 있다.

◆OIO 염두엔 둔 포석 해석도 = 다만, 이같은 해석 이면에는 2015년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국IBM과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를 염두에 둔 풀이도 나온다.

임영록 회장 체제 IT본부는 부행장급에서 전무급으로 위상이 다소 낮춰졌다.

아울러 지주사에서 은행 김종현 CISO 선임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소문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즉, 지주사가 은행 IT본부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그 구체적인 이유가 은행 OIO계약 관련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지주사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를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주사 의견에 따라 이건호 행장이 ‘인프라’ 성격의 OIO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임 민병덕 행장 시절, 적극적으로 추진되던 ‘스마트사이징’이 전략기획부 ‘컨설팅’ 이후 IT본부로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그 때문에 IT본부 차원의 스마트 사이징 논의가 중단돼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언스트앤영이 수행한 컨설팅은 지난 7월 한달간 이뤄져 이미 8월에는 결과가 나와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티맥스소프트, AT커니 등과 가진 PoC에서 메인프레임 CICS-코볼(코어뱅킹 ‘뱅스’) 구조의 현 국민은행 주전산 구조를 개방형 표준계열로 문제없이 다운사이징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기술적 이슈가 해소된 상황에서도, 전략기획부가 ‘IT본부의 업무협조’를 진행하지 않은 배경이 지주사나 은행 경영진 의중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게 이건호 행장의 “인프라 투자” 강화 주문으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는 해석중이다.

은행 IT본부는 전략기획부에 10월까지 관련 컨설팅 내용 이관과 함께 전략기획, 재무, 영업본부, IT본부 등이 참여하는 ‘스티어링 커밋(Steering Committe)’을 본격화하자는 협조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OIO 이슈가 아니라면, 이건호 행장의 “인프라 투자 강화” 주문은 자칫 큰 춘궁기를 맞을 것으로 보였던 금융IT에 단비같은 역할이 기대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