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실로 8년만의 일이다. 지난 3월 하나은행(은행장 김종준)이 한국MS(대표 김제임스)와 엔터프라이즈 어그리먼트(EA, 기업단위 일괄계약)를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여타 은행들이 대체적으로 체결하는 EA계약이 하나은행에게 새삼스러운 점은, 지난 2005년 은행과 한국MS간 갈등으로 ‘단품계약’이 기업단위 일괄계약으로 모양새를 갖췄기 때문이다.

계약 내용은 하나은행 보유 PC 1만대 중 70%에 해당하는 7000대분에 대해 3년간 약 50억대 중반의 EA가 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MS 채널인 세중이 계약에 나섰다.

◆2005년, 하나은행-한국MS에 무슨 일이 = 8년전 사건이다. 2005년 EA협상을 진행하던 한국MS가 하나은행을 서울 중부경찰서에 지적재산권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4년 12월초, 한국MS는 하나은행과 보유PC 1만 1000대 중 5500~6000대분에 대해 EA 계약 성사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출범한 하나은행 정보전략위원회가 3000대 EA계약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결렬된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이듬해 2005년 3월, 한국MS가 2004년 11월 30일로 EA 계약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에, 하나은행이 사용중인 한국MS 제품에 대해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기에 이른다.

다분히 감정적으로 보였던 이 ‘고소’ 관련 두 회사는 2005년, ‘설치 PC의 수’가 아닌 소위 ‘사이트 라이센스’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사건이 마무리 됐다.

물론, 당시 하나은행과 한국MS는 EA계약 외에 1억원대 컨설팅, SQL 서버 구매 등 이면합의 논란도 불러온 바 있다.

하나은행은 그 사건 이후 한국MS로부터 기업단위 직접 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최근까지 MS 제품에 대해 ‘단품구매’로 전환해 운영해 왔다.

◆수백억 비용절감 효과는 거둬 = 2005년 당시, 5500~6000대분에 대해 한국MS가 주장한 EA 계약조건은 약 52억 수준.

하나은행이 한국MS 제품 단품구매에 들어간 비용을 연간 10억 안팎으로 추정하고, 연간 18억원 가량을 EA로 지급했다고 가정할때 은행측은 연간 8억씩 8년간 약64억 가량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

금융IT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갈등으로 본부부서, 영업점 등 불편이 제법 많았다”며 “최근 한국MS와 하나은행 EA계약체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윈도7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유가 어찌됐던, 하나은행과 한국MS간 ‘감정의 골’은 8년만에 해소됐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