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스마트 사이징, IPT 등 ‘지지부진’
은행권 내년, 사상 초유의 저예산 구조 예상

올 상반기 국내 시중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IT투자를 사실상 전면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내년 예산편성 과정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 금융 IT업계가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오는 10월부터 신규 IT개발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고, 국민은행은 현안으로 떠오른 스마트사이징, IP텔레포니 구축 사업 등이 갈길을 못찾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재무회계 부서 요청도 있고, 올해 불요불급한 사업은 대충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실적악화가 원인”이라고 전했다.

올해 우리은행은 2700억대 자본예산을 편성했지만, 50% 집행율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FIS 관계자는 “50% 이상 집행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내년 예산편성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소소한 사업은 지속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게 IT자회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자회사 사장단 인사가 늦어진 배경도 주요 IT투자 사업 연기 및 취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긴축정책은 2014년 예산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그나마 금융IT를 지탱해 온 큰 축이 사라질 형편이다.

국민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해 자본예산으로 1100억 안팎을 편성한 국민은행은 연말을 거치며 집행율을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면한 현안인 스마트 사이징, IPT 등 굵직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행장 구조의 IT그룹을 전무체제로 전환하면서 은행내 입지가 크게 약화됐고, 상대적으로 IT부문 보안투자에 치중한 결과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민은행도 내년이 숙제로 떠오른다.

은행 한 관계자는 “2007년 차세대 시작과 동시에 설치된 노후 장비, 즉 서버 및 스토리지 등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단계적으로 개편 및 증설에 나섰어야 하는데, 최근 수년간 긴축 예산을 적용하다보니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IT부문을 기간 인프라로 보고, 꾸준히 투자를 해 왔어야 하는데 일시에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게 내년 예산편성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지나치게 투자를 미뤄온 후폭풍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올해 죽전으로 이전을 준비 중인 신한은행은 연내 IT투자계획은 원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올해 새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고, 보안투자를 강화해 왔기 때문에 2014년 IT예산은 초저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600억대 예산을 편성했던 하나은행도 고민의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외환은행과 통합을 염두에 두고 미뤄 온 사업도 많은데다, 지주사 투자심의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집행율을 봐야 알겠지만, 올해 자본예산 규모 600억 수준 또는 그 이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IT통합이 추진되기 전까지 이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권 전체를 놓고 볼 때 이달 중 금융위의 금융전산보안 종합대책 시행세칙이 나오면 보안관련 사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선 국민은행 사례같이 IT부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장애 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금융IT는 매일 자양분을 담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 허점이 발생할지 모르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경영악화 그리고 IT, 그 후폭풍에 전산담당자들의 고민이 쌓여가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