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는 이제 단순히 기존의 제품을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신제품을 공급하고, 프로모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행동 양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코카콜라 측은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의 주요 패스트푸드 매장에 '프리스타일(Freestyle)' 음료 디스펜서를 공급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이 디스펜서의 경우 고객의 선택권을 높여준다는 취지와 더불어, 탑재되는 기술로 인해 흥미를 끌고 있다. 프리스타일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위한 코카콜라의 '선봉장'으로, 방대한 소비 데이터를 코카콜라의 본사로 보내게 된다.

프리스타일을 통해 코카콜라측은 새로운 음료에 대한 취향과 컨셉에 대해 손쉽게 테스트해볼 수 있다. 디스펜서마다 100 종의 음료를 섞을 수 있도록 30개의 카트리지가 설치된다. 카트리지에는 무선 주파수 ID 칩이 부착되며 각 디스펜서에 RFID 리더가 탑재된다. 디스펜서는 고객들이 어떤 음료를 선택하며 얼마나 마시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는 그날 밤에 버라이즌의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본사의 SAP 데이터 웨어하우스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코카콜라는 새로운 음료수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역마다 소비자의 취향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음료수의 공급을 늘리고 줄일 것인지를 평가하는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이 데이터를 활용하게 된다.

프리스타일을 통한 마케팅 테스트는 과거 코카콜라가 진행해왔던 방식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빠르며 첨단적이다. 코카콜라의 IT 이사인 크리스토퍼 데니스는 "현재의 일반적인 디스펜서에 비춰볼 때 매우 혁신적인 것"이라면서, "다이얼로 돌리는 전화기에서 블랙베리로 이동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기존 영업방식의 자판기와 '비교 불가'=프리스타일에는 상품 개발의 능률화를 넘어서는 다양한 이점이 잠재되어 있다. 코카콜라의 패스트푸드 아웃렛 고객들에게 보다 정확한 재고 물량을 제공할 수 있으며 코카콜라로부터 디스펜서를 임대하는 아웃렛은 음료수 판매 현황을 e-비즈니스 포털에서 그래픽 형태로 볼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매장은 컵 사이즈와 판매 수량만을 파악하는 POS 시스템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고객의 음료 주문 정보는 고객이 주문을 완료하고 음료 디스펜서로 걸어가면서 마음이 바뀌어 다른 음료를 선택할 수도 있기에 100% 정확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어떤 음료수를 마시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프리스타일은 각각의 디스펜서에 설치된 카트리지를 통해 아웃렛 고객들에게 주문 추가 여부를 제안할 수도 있다. 또한 무선으로 음료 자판기에 음료 혼합에 대한 지침을 내리게 된다.

코카콜라측은 아틀란타와 솔트 레이크 시티, 오렌지 카운티, 캘리포니아 지역에 약 60여 디스펜서를 올 여름까지 설치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데니스 이사는 프리스타일 기기를 회사 최초의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디스펜서라고 언급했다. 약 4년 간의 개발 작업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코카콜라의 R&D 엔지니어링 팀과 IT 부서간의 긴밀한 첫 협력 사례이다. 소프트 드링크 수요는 최근 패스트 푸드 아웃렛에서 감소 추세에 있으며 코카콜라는 프리스타일이 고객들에게 음료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매출 신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코카콜라측은 이 제품에 대한 투자 금액과 아웃렛의 임대 요금, 카트리지 비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확대 방침=코카콜라측은 프리스타일을 초기에는 미국 내로 한정하고 있지만 프리스타일에서 나온 데이터는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음료에 대한 미국 고객들에 대한 정보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CA의 시스템을 토대로 한 이노베이션 프레임워크(Innovation Framework)에 탑재된다.

전세계에 있는 코카콜라 연구소와 상품 개발, 마케팅 인력들이 이 시스템을 활용해 성공적인 지역 상품 개발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게 되며, 다른 지역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디스펜서는 일반적으로 5갤런 착향 시럽 백에서 8~12종의 음료를 제공한다. 프리스타일의 30개의 카트리지는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처럼 기기에 고도의 착향과 배출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소량으로도 원하는 맛과 향을 낼 수 있다.

이는 라즈베리 카트리지가 콜라와 차, 물에 착향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은 '마이크로도즈(microdose)'라는 것으로, 주로 의료 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마취제와 기타 약물이 IV를 통해 아주 정확한 양이 투여되도록 할 때 적용된다. 데니스 이사는 "이를 음료수 혼합 방식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18종의 음료 브랜드를 제공하는 프리스타일의 LCD 패널은 윈도우 CE 운영체제에서 구동한다. 고객들이 스프라이트와 같이 브랜드를 선택하면 체리와 포도 등과 같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뜬다.

디스펜서는 코카콜라 본사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시스템 센터 컨피규레이션과 무선 네트워크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버라이즌 네트워크가 프리스타일 네트워크 인프라를 위한 전용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디스펜서에는 버라이즌 무선 카드가 내장되어 있다.

프리스타일은 마이크로소프트 컨피규레이션 매니저를 통해 데이터를 보내며 이후에는 SAP의 POS 관리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클렌징하며 구조화한다. 그러면 팁코 소프트웨어 미들웨어로 보내지는데, 여기에서 SAP 비즈니스 웨어하우스로 소비 정보가 라우팅되며, 디스펜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규명하도록 중앙 서비스 조직에 운영 데이터가 전송된다.

과거에는 패스트 푸드 매장이 코카콜라의 콜 센터를 통하거나 팩스로 신제품을 주문했다. 새로운 디스펜서를 설치할 경우 코카콜라의 SAP CRM 시스템과 연결된 새로운 포털을 통해 코카콜라에 직접 주문이 가능해진다. 코카콜라는 매일밤 전송되는 데이터를 근거로 포털에서 고객으로부터 제공되는 카트리지 재고 현황과 RFID 판독 결과를 토대로 디스펜서에 설치된 카트리지 레벨을 보고 고객들에게 카트리지 재주문을 권고할 수 있게 된다.

◆맞춤형 서비스는 물론 제품별 프로모션 가능=데니스 이사는 고객들에게 많은 다양성을 제공함으로써, 프리스타일이 매출 성장 측면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상품을 맞춤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스타일을 통해 코카콜라는 여러 달에 걸쳐 고객의 선호도를 추적할 수 있다. 특정 취향이 특정 지역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생산량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함으로써 매출 신장을 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곳에서의 시범 테스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얻게 되었다. 오후 늦은 시간 동안 카페인이 없는 다이어트 콜라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데니스 이사는 고객들이 늦은 시간대에 설탕과 카페인의 섭취를 피하려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밝히면서 아웃렛에서 프리스타일 기기의 LCD 패널을 사용해 칼로리가 낮으며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오후 늦은 시간대에 프로모션할 경우 해당 제품의 매출 증가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스마트' 드링크
프리스타일 자판기가 고객의 선택권만을 높여준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