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서버가 메인프레임을 대체했듯이 x86서버가 유닉스 서버의 벽을 언제,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는 서버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x86서버의 성능이 갈수록 향상되면서 현재 유닉스 서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계 시스템 영역에 얼마나 빨리 진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유닉스 시장에 대한 공격수로서 x86 식스코어 서버가 거론되고 있다. 현존하는 x86서버로서 가장 성능이 우수한 x86 식스코어 서버는 동급 사양의 유닉스 서버와 비교해 가격이 1/3 수준에 불과하고 성능 또한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돌파력은 충분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x86 식스코어 서버가 이미 중소형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그 경쟁력이 확인되고 있으며, 대형 유닉스 시장에서도 단순한 DB, 웹서버, 테스트 서버 등을 대체하고 있는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최대 120만 tpmC 성능…최대 48개 코어 제품도 나와 =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x86 식스코어 서버는 먼저 인텔이 2008년 9월에 발표한 7400 시리즈(코드명 더닝턴)을 채택한 것으로 HP의 프로라이언트 DL580, BL680c, IBM의 시스템 x3850 M2, x3950 M2, 유니시스의 ES7000 모델 7600R, 썬의 썬파이어 x4450, 썬 블레이드 x6450 등이다. 또 AMD가 올해 6월에 발표한 식스코어인 AMD 옵테론(코드명 이스탄불)을 채택한 제품은 HP의 프로라이언트 DL 385, DL465c, DL 785 등 7종, IBM의 시스템 x3755, 델의 R805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유닉스 서버와 맞먹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IBM의 시스템 x3850 M2와 x3950 M2의 성능은 4개 CPU의 경우 684,508tpmC, 8개 CPU의 경우 1,200,632tpmC에 이른다. HP DL580은 특정 서버의 SAP 소프트웨어에 대한 성능을 측정하는 SAP-SD 벤치마크에서 5155 사용자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또 HP의 DL785는 모두 48개의 코어를 장착한 제품으로 IBM의 중형 유닉스 서버인 p570 수준에 이른다는 게 한국HP 측의 주장이다.

공급업체들은 이러한 제품을 앞세워 서버통합, 가상화, HPC, 의사결정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그리고 DB나 ERP 등 주요 기간계 서버, 유닉스 다운사이징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4분기까지만 해도 x86 식스코어 서버에 대한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클럭스피드가 2.93GHz에서 2.66GHz로 내려가고, 가격도 매우 비싸 고객들이 2.93GHz의 클럭스피드를 갖춘 쿼드코어 제품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클럭스피드가 높으면 성능도 당연히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x86 식스코어의 확산을 가로막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7년에 출시한 쿼드코어는 2.93GHz라 하더라로 식스코어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을 해소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부터 수요 부쩍 늘어 = 실제로 x86서버 업계의 선두업체인 한국HP의 경우 지금까지 인텔 더닝턴을 장착한 서버의 판매 실적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IBM은 x3850 M2와 x3950 M2 서버로 유닉스 기반의 DB를 MS SQL서버로 다운사이징하거나 ERP 서버를 마이그레이션한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 역시 유닉스 마이그레이션과 가상화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IBM 측은 “지금까지 30여개사에 인텔 더닝턴을 장착한 x86 식스코어 서버를 주로 대기업에게 판매했다”면서 “의미있는 사실은 과거 같으면 신규 업무의 서버로 당연히 유닉스 제품을 채택했을 기업에서 x86 서버로 다운사이징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x86 식스코어 서버의 이러한 성과는 중소형 유닉스 서버의 다운사이징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대형 유닉스 서버의 벽을 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x86서버가 안정성이나 보안 등의 면에서는 아직도 유닉스를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들어 x86 서버가 기간계 시스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유닉스 서버 영역을 파고들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IBM 측은 앞으로 내놓을 새제품은 ‘다이나믹 인프라스트럭처’라는 주제로 리스크 관리, TCO 절감, 서비스 향상 등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 측은 “x86서버로 마이그레이션을 하면 애플리케이션, 운영체계의 변화 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ROI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MS, 2~3년안에 대형 유닉스 대체” = 한국은 그 어느 나라에 비해 유닉스 서버의 비중이 높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닉스 서버와 x86서버의 매출은 비슷하지만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유닉스 서버가 6,520억원, x86서버가 4,796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x86 서버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오는 2013년 이후에야 유닉스 서버와 비슷한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일반화되면 x86서버가 그 하드웨어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성장세를 타고 있는 x86서버가 과연 언제쯤이면 대형 유닉스 시장 마저 잠식해 들어갈지가 궁금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측은 x86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확대, 윈도우 운영체계의 발전, 인텔 프로세스 등의 성능 개선 등으로 이르면 2~3년안에 x86서버가 대형 유닉스 서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테면 인텔이 R&D 차원에서 80개코어까지 내부 테스트를 수행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x86서버의 성능이 갈수록 더욱 향상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인텔은 식스코어에 이은 멀티코어 신제품으로 2010년에 4소켓, 8코어 제품인 네할렘EX를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