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랑스의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기계적인 결함이나 테러리스트의 소행, 조종사의 과실, 날씨 등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토스터마저도 디지털로 된 오늘날의 기술 시대에서는 IT 시스템도 그 목록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에어프랑스의 사고에서는 관계 당국이 항공기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에어프랑스 447

현대의 항공기가 자동항법에서부터 기내 영화 상영에 이르는 모든 것을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중 일부는 매우 중요해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일요일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이륙한 뒤 실종된 에어버스 330을 포함한 현대의 대부분의 여객기들에는 관성항법장치인 ADIRU(Air Data Inertial Reference)로 알려진 컴퓨터 유도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ADIRU는 고도와 운항 속도 정보를 관측하는 항법 시스템으로, 조종사의 고도계 등과 더불어 항공기의 운항에 필수 항목이다. 또한 자동조종장치인 오토파일럿(autopilot)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를 감안해볼 때, ADIRU가 잘못된 정보를 비행기에 보낼 경우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ADIRU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콴타스(Qantas) 에어버스 330 항공편이 급강하한 사고의 원인도 ADIRU가 컴퓨터에 잘못된 정보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51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지난해, 미국 연방항공국은 에어버스 319, 320, 321 모델에 장착된 ADIRU와 관련,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며 긴급 안전 개선 권고(Airworthiness Directive)를 발부한 바 있다. 당시 권고안은 의심이 가는 ADIRU로 인해 운항 속도와 고도 정보에 손실을 야기할 수 있으며 승무원이 항공기의 제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었다.

228명의 탑승객을 태운 이번 에어프랑스의 사고를 볼 때 에어버스 330 기종이 ADIRU가 오작동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추정일 뿐이다. 시스템 장애가 숙련된 기장과 승무원들의 통제를 잃게 했을까?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조사되어야 한다. Honeywell과 Northrop Grumman 등 ADIRU 제조 업체들은 이번 사고와 ADIRU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ADIRU가 에어프랑스 447편의 추락 이유 중의 하나로 밝혀질 경우 IT 시스템의 장애로 인해 초래된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항공기가 컴퓨터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 항공(US Airways)의 설리 슐렌버거 기장이 불굴의 의지와 본능으로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를 허드슨 강에 무사히 착륙시킨 사례에 비춰볼 때, 특히 항공 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는 전 공군전투 조종사로 40년간의 비행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으며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항공기를 통제해냈다.

현재의 많은 젊은 조종사들은 컴퓨터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이륙할 수가 없다.
인터넷에서 메일을 몇 시간 동안 사용하지 못하는 컴퓨터 장애와는 결코 비교할 수가 없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