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회장에 현 이순우 우리 은행장의 겸임이 확정된 가운데, 정부가 지주 회장 임기를 내년말로 축소하는 조치로 사실상 민영화에 탄력이 붙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KB금융그룹의 우리금융그룹 인수와 관련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온 만큼 이번 지주 회장 임기 축소는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한껏 높인 것이다.

특히, KB금융을 받치고 있는 ING그룹의 신주 발행 등 관련 실무절차도 본격화 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금융그룹의 합병으로 인한 메가뱅크 탄생 그리고 향후 IT정책에 대한 업계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BI코리아>는 두 금융그룹의 특성을 반영한 IT정책의 향배를 분석해 봤다.

◆통합지주 회장에 ‘관심’ = 두 금융그룹 IT를 말하기 전에, 우선 지주회장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순우 카드는 일단 오는 2014년 12월까지다. 정부는 그 이전에 민영화를 마무리 짓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민영화, 즉 다른 말로 우리금융그룹의 매각과 이를 인수하는 KB금융그룹 회장의 정치력에 따라 가칭 ‘통합지주’ 회장의 운명이 갈라진다.

현재 민병덕(59) 국민은행장, 임영록(59) 현 KB지주 회장, 전광우(64)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진동수(64) 전 금융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 선임에서 보듯, 현 정부가 관료보다는 ‘현장실무형’을 중시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KB금융그룹이 우리금융그룹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 이순우 회장이 통합회장 자리에 유리한 점은, 박근혜 정부가 선호하는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과 행원에서 출발한 ‘전문 금융인’이라는 점 등이다.

금융계 안팎에 특히 노조조차 친밀도를 가질 정도의 적(敵)이 거의 없는 안정형 CEO라는 장점도 있다.

반면 불리한 점은 50년생으로 올해 만 63세에 달하는 나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40~50대 중심의 인사정책을 고수하지는 않지만, 내년 12월 이후 통합 지주 회장으로 올라서기는 부담이 돼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실상 KB금융지주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신, 금융권 오랜 숙원인 ‘민영화’ 달성이라는 업적을 노린 것으로 풀이중이다.

◆통합 IT ‘뜨거운 감자로’= 지주 회장의 인선이 IT통합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통합은행 IT가 남긴 적지 않은 ‘오점’ 때문이다.

과거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당시 김정태 회장의 ‘친정’인 주택은행 IT시스템으로 통합한 사례가 있다.

2001년 옛 국민은행은 IBM 메인프레임 기반 ‘이-뱅크(e-BANK)’시스템을 가동한 바 있다. 당시 콤포넌트 기반 방법론(CBD)를 적용한 ‘상품 팩토리’ 구조의 시스템이다.

옛 국민은행 직원들은 지난 2010년 가동한 웹 단말, 금융상품 개발 1~2일 완성 등 은행 핵심시스템을 이미 10여년전에 손맛을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옛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은 가동 이후 2002년에 옛 주택은행 IT시스템으로 통합되면서 무용지물이 된다.

1999년부터 개발해 온 옛 국민은행 신시스템은 2000년 12월, 주택-국민은행 합병이 결정되고, 2002년 1월 옛 주택은행 IT시스템으로 국민은행 원장을 통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01년 10월 가동해 이듬해 9월까지 1년여 운영한 옛 국민은행 시스템에는 당시 금액으로 약 400여억원이 투입됐다. 즉, 1년 사용에 400억을 날린 셈이다.

아울러 당시부터 지난 2010년까지 옛 주택은행 IT인사들이 2010년 국민은행의 차세대 IT시스템까지 이끌었던 전례가 남아 있다. 2010년 가동한 국민은행 차세대 IT에는 5000억 이상이 투입됐다.

한미은행은 2004년 6월, 한국HP-티맥스소프트-오라클과 함께 개발하던 차세대시스템을 당시 씨티그룹으로 인수가 확정되면서 IT 개발 전면 중단을 선언한 사례에 따르면, 400억의 손실과 5000억의 투자는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금융그룹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상업-한일은행 합병이 확정된 후 한빛, 우리은행을 거치면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을 출범시켰고, 두 은행의 IT시스템을 당시 액센추어의 ‘알타미라’ 제품으로 통합하다가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당시 우리금융그룹은 알타미라 패키지 도입 실패로 사용한 학습비만 300억이 넘는다.

가까스로 이은 차세대에는 당시 한국IBM이 맡아 ‘메인프레임 기반 CICS-코볼’로 만들어져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2004년 9월 가동해 현재까지 운영중인 우리은행 차세대 IT시스템은 당시 약 2000억이 넘게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차세대 명목으로 사용한 차세대 IT학습비는 조(兆) 단위 이른다.

그 와중에 두 은행의 창구 행원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무기계약직’의 설움을 넘나들었다.

◆“KB금융-우리금융 IT통합 시나리오는…"= KB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이같은 과거의 ‘기억’은 IT통합에 있어 좋은 교훈이 될 전망이다.

다만, 또 수천억에 달하는 두 은행 통합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두 금융그룹의 IT통합을 위한 시나리오는 수십가지에 달한다.

각 자회사별 IT통합, 두 은행이 사용중하면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현 메인프레임 IT구조 개편, IT인력통합 그에 따르는 IT자회사 정책, IT쉐어드 정책 도입 여부를 놓고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치열한 논쟁 등 변수조차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두 금융그룹의 가장 큰 조직인 은행만 놓고 단기예측을 하면, 현 메인프레임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올 10월 한국IBM과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계약이 만료되는 우리은행의 갱신계약은 무리없는 예상점이다. 다만, OIO 기간이 3년과 5년 사이에서 다소 의견이 갈린다.

합병 이슈가 아니라면, 우리은행은 3년후 오픈시스템 전환을 전제로 신시스템 투자에 나설 수 있지만, 우리금융 매각 이슈가 불거지면 신규 IT투자는 한동안 중단될 수 있다.

자칫, 3+3 즉 6년을 메인프레임 OIO에 막대한 비용(연간 약 300억씩 총 1800억대 추산)을 쏟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재 합병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5년 이상 다년계약을 하기에는 은행이 안을 부담도 적지 않다.

전현직 IBM 출신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올해 OIO를 포기하고, 연단위 또는 MLC(Monthly License Charge) 계약을 체결한 후, 내년 10월에 맞춰 신규 OIO를 준비하면 1+3으로 약 4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올해 OIO를 체결하는 경우보다 약 20억 가량 추가 비용이 예상되지만, 민영화 향방이 내년 10월 전에 결론이 난다고 볼때 변수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IBM이 올해 3년 OIO를 체결한 후 통합은행 차세대 이슈가 불거질 경우, 부족한 일정에 맞춰 연단위 또는 MLC로 차세대 일정에 맞추는 방식도 가능하다.

◆국민은행 ‘스마트사이징’ 변수 만나 = 최근 ‘스마트사이징’ 2차 BMT를 마친 국민은행은 한동안 숨고르기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PT와 스마트사이징은 지주회장 선임 후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스마트사이징과 두 금융그룹 합병은 연계성도 있지만, 좀 다른 측면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상되는 ‘숨고르기’ 시나리오는 일단 KB금융그룹 합병을 전후해 ‘KB카드’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우선 추진, 우리카드와 합병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KB카드 선도 다운사이징은 사용중인 메인프레임이 2015년 7월까지 ‘은행 IT와 OIO 계약으로 묶여 있는 변수’가 있어 쉽지 않은 판단인 것은 사실이다.

앞서 우리은행 예측에서 설명한대로 연단위 계약이나 MLC 등으로 극복이 가능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올해를 포함한 5년 다년 OIO계약을 노릴 수 있다.

현재 IBM은 올해를 포함, 7년 다년계약 OIO를 준비 중이지만, 당분간 메인프레임 골격을 유지한다는 은행과 IBM의 공감대로 인해 5년 협상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후, 스마트사이징은 금융그룹 합병을 위한 절차 1~2년과 통합은행 다운사이징 3년 안팎을 확보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정리하면, 우리은행이 확보한 4년, 국민은행이 확보하는 5년을 관통하면서 국내 초대형 오픈시스템 개편 시나리오가 에상된다.

국민은행 관계자가 ‘스마트사이징’이 두 금융그룹 합병과 연계성도 있고 좀 다른 측면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은 이같은 다양한 변수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다른 시나리오로,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투 뱅크 체제를 학습해 본다면, KB금융그룹 내 국민은행, 우리은행의 각각 IT시스템으로 남을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 경우, 은행간 시너지 등을 이유로 국민, 우리은행이 일상적인 IT투자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금융IT 업계 ‘투자 큰손’ 두 은행을 잃는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두 은행 ‘통합 메인프레임 개편’이다. 두 은행 모두 현재 ‘메인프레임’ 의 고비용 구조와 IBM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 내정이 만들어 갈 국내 메가뱅크 출범 그리고 IT. 그 연결고리는 향후 수많은 기사거리를 만들어 낼 전망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