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가상화는 현재 기업들이 안고 있는 IT 비용절감과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방향 제시 등 2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핵심 솔루션이다. 그 도입 시기와 규모에는 차이는 있겠지만 IT 도입 대상 1순위에 랭크돼 있는 점에서 그 인기를 엿볼 수 있다.

x86 서버 가상화 SW 시장 지난해 90억원 규모 = 특히 기업들이 운영하는 전체 서버 댓수 가운데 약 70~80%를 차지하는 x86 서버는 IT 환경의 복잡성 증대와 막대한 관리비용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주범이라는 점에서 x86서버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x86서버 가상화 시장의 활성화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x86 서버 가상화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 버추얼아이언, 시트릭스 등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7년 x86서버 가상화 시장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기준으로 50여억원의 규모에 그쳤으며, 2008년에는 이보다 80% 늘어난 90억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시장규모는 확대되겠지만 그 성장폭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x86 서버 가상화 시장의 기대보다 낮은 성장세는 2008년 국내에서 10여만대 규모를 형성한 x86 서버 가운데 불과 4%에 해당하는 4천여대가 가상화 용도로 판매됐다는 관련 업계의 추정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4천여대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 담당자의 말에서 국내 x86 서버 가상화 시장이 얼마나 협소한 규모에 머물러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x86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곳이 2009년 5월 현재 330여개에 불과한 것도 국내 x86 서버 가상화 시장이 얼마나 부진한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국내 x86 서버 가상화 도입처 330여개 = 공급업체 담당자의 주장에 따르면 VM웨어의 고객사 수는 300개, 마이크로소프트는 10~20여개, 버추얼아이언을 공급하는 CIES가 8개이다. 시트릭스는 10여개로 추정된다.

각 업체별 고객사를 보면 VM웨어가 삼성생명,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ING생명, 동부한농, 대우건설, 현대건설, 동부제철, 서울대, 연세대, LG생활건강, GS리테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농협, 한진정보통신 등이며, 버추얼아이언은 보르네오, CJ GLS, 경남은행, 현대정보기술, 제주시교육청,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이다. 시트릭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서울의과학연구소, 중외제약, 서울도시가스, STX조선, 오리온, 보령제약, 삼양사, 법무법인세종 등이다.

x86서버 가상화 업체의 실적을 보면 그동안 이 시장을 주도해온 VM웨어는 2007년에 전년대비 2배 성장했지만 2008년에는 80%로 성장률이 둔화됐으며, 올해는 성장 목표가 50% 수준으로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40%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하이퍼-V를 발표하고 이 시장에 뛰어든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금융, 제조, 서비스 등 수십여개 사이트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말까지 적어도 60개의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버추얼아이언과 국내 공급 계약을 맺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CIES는 2008년 6개, 2009년 2개 등 지금까지 6개의 고객사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는 20개의 신규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도입비용 부담…하이퍼바이저 외 관리모듈, 서버, 스토리지 신규 도입해야 = 국내 x86서버 가상화 시장이 이처럼 성장세가 더딘 이유로는 무엇보다 초기 도입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x86서버 가상화를 하려면 가상화 소프트웨어 외에 서버, 스토리지, SAN 스위치 등을 새로 구입해야 하며,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등의 작업도 수행해야 한다. 또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핵심 모듈인 하이퍼바이저 뿐만 아니라 1,000만원대의 관리 모듈을 별도로 도입해야 한다. 하이퍼바이저의 가격은 VM웨어를 예로 들면 2CPU를 기준으로 파운데이션 버전이 1,000달러, 스탠더드 버전이 4,000달러,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6,000달러이다.
가상화 기반으로 서버 통합을 할 경우 기존 서버 8대 또는 10대를 1대로 줄여준다는 게 공급업체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30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서버 가상화를 하려면 적어도 3대의 서버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기존 서버 보다 성능이 월등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일 서버 10대를 새로 도입한다고 가정하자. 한대당 가격이 150만원이라면 총 도입비용은 1,500만원이다. 이를 가상화를 적용해 서버 2대로 줄이려면 한대당 500만원 정도의 서버를 도입해야 한다. 벌써 1,000만원이 서버 도입에 들어간다. 여기에다 SAN 스위치와 스토리지를 더하면 2,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기존 도입 비용에 비해 2배가 더 드는 셈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이처럼 초기 도입비용이 비싸지만 TCO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서버 관리나 전기세 등의 운영비용을 모두 포함해 ROI는 보통 2~3년이 지나며 나오며, 이르면 1년도 안되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업체, 초기 도입 부담 최소화에 역점 = 그렇지만 공급업체의 이러한 주장이 잘 먹히지 않고 있는 게 국내 x86서버 가상화 시장의 현실이다. 아무리 TCO와 ROI를 이야기해도 당장의 초기 도입비용의 부담을 들어 선뜻 서버 가상화에 나서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투자를 줄어야 하는 상황은 서버 가상화 시장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공급업체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서버 가상화 관련 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가격을 낮추거나 요즘 이슈로 떠오른 전력비용의 절감에 매우 적합한 솔루션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힘쓰고 있다.

VM웨어는 지난해에 이미 50~60만원대의 하이퍼바이저인 ESXi의 무료 배포에 나선데 이어 최근에는 하이퍼바이저 라이선스 책정 기준을 기존 2CPU에서 1CPU로 낮췄다. 지난해 9월 서버 가상화 시장에 본격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3만원으로 책정했던 하이퍼-V를 이제는 윈도우 서버 2008에 기본으로 내장해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이퍼-V의 가격이 관리 모듈인 시스템센터를 포함해 VM웨어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추얼아이언을 국내에 공급하는 CIES 역시 VM웨어에 비해 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특히 VM웨어가 유상으로 공급하는 관리 모듈을 무료로 제공하는 점을 내세워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업체들은 또한 “서버의 운영비용 가운데 전기세는 서버 가격보다 오히려 높을 정도”라면서 “서버 가상화는 엄청난 전력비용의 절감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솔루션”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포털이나 게임 등 닷컴기업 수요가 시장 확대 관건 = x86서버 가상화 시장이 이처럼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을 형성한 가운데 앞으로 시장 확대의 관건은 포털이나 게임 등 닷컴 기업의 도입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포털사와 닷컴 기업 등은 국내 x86 서버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의 수요처로 주로 저가의 리눅스 서버를 도입하고 있다. 전체 10만여대 규모의 x86서버 시장에서 이들 포털과 닷컴기업이 3만여대를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민간 기업이 운영중인 대형 데이터센터나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수요 여부도 향후 x86서버 가상화 시장의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데이터센터나 IDC로서 x86서버 가상화를 도입한 곳은 KT목동, 호스트웨이, 중소형 IDC, 그리고 삼성SDS 과천, 구미, 수원센터, LG CNS 상암동, 오토에버시스템즈, 정부통합전산센터 등으로 이제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다. 그렇지만 유닉스 서버가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과연 얼마나 x86서버의 가상화 수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x86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확대, 윈도우 운영체계와 인텔 프로세서 등의 발전에 힘입은 x86서버가 앞으로 유닉스 서버를 대체하면서 그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본격 경쟁체제…오라클, 버추얼아이언 인수·MS 하이퍼-V 2.0 출시 예정 = x86서버 가상화 시장은 머지않아 VM웨어의 독주체제가 막을 내리고 경쟁체제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시장에 나선데 이어 올해 들어 버추얼아이언의 인수 작업을 추진 중인 오라클이 이르면 올해 여름경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x86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시장은 VM웨어가 80%대 중반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시트릭스는 각각 4~5%, 버추얼아이언은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버추얼아이언을 공급하는 CIES는 오라클의 버추얼아이언의 인수로 앞으로 시장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오라클이라는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의 마케팅과 영업력을 고려할 때 버추얼아이언의 입지 확대는 너무 당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라클이 가상화나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확대 방안으로 버추얼아이언의 R&D에 28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천명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하이퍼-V를 출시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하반기에 하이퍼-V 2.0을 출시해 성장속도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이퍼-V 2.0은 5월 현재 정식 출시전 버전인 RTM(release to manufacturer) 제품이 나와 있다. 경쟁제품인 VM웨어의 관리모듈인 V모션 등의 기능을 새로 담았으며, 코어파킹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전력관리 기업을 내장한 점이 특징이다.

시장판도 변화 초읽기…VM웨어, vSphere 4 발표해 차별화 꾀해 = x86서버 시장을 주도해온 VM웨어는 이러한 경쟁업체의 반격에 맞서 최근 vSphere 4라는 신제품을 출시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vSphere 4는 기존 VI3(VMware Infrastructure 3)의 버전업 제품으로 효율성, 제어능력, 유연성 등 세가지 측면에서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vSphere 4는 다양한 유형의 클라우드 환경을 좀더 간편하게 구축하고 안정적이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OS를 표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VM웨어 측은 “vSphere 4의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고객들이 이 제품의 혁신적인 가상화 성능으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했으며,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100% 가상화 환경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VM웨어는 이러한 신제품의 특성을 들어 앞으로 경쟁사와의 성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능력이나 파트너 전략에 대해 긴장의 끈을 늦추고 있지 않고 있다.

x86서버 가상화 시장의 판도 변화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 시장을 주도해온 VM웨어를 겨냥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라는 초대형 소프트웨어 업체의 공세가 어떻게 펼쳐질 것이며, VM웨어는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할지 궁금하다. 또 이슈에 비해 실제 성과는 초라했던 x86서버 가상화 시장이 언제, 어떻게 비상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