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를 위해 설계됐으며, 지구를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HP가 최근 발표한 초절전형 서버인 문샷(Moonshot)을 두고 한 말이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 즉 공간, 에너지, 비용, 복잡성 등의 해결에 중점을 두고 HP가 야심작으로 준비한 제품이 바로 문샷 서버라는 얘기다. 특히 문샷 서버는 전세계적으로 첫번째 ‘소프트웨어 정의 서버’라며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아키텍처를 채택했다는 게 HP의 설명이다.

▲ HP 프로라이언트 문샷 서버와  HP 문샷 1500 섀시

◆문샷은 전세계 첫번째 ‘소프트웨어 정의 서버’ = 한국HP ISS사업부 김영채 상무는 “문샷 서버는 초저전력, 초고효율 서버의 첫걸음이다”라면서 “서버의 온도와 에너지 비용 등의 문제에 민감한 고객의 요구 사항을 고려해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HP 문샷 서버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에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서버의 전력 소모량은 줄이면서도 적은 사용 공간을 차지해 전체 비용을 크게 낮춰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소프트웨어 정의 서버’ 개념을 수용해 전력, 쿨링,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관리 등의 리소스를 공유, 전통적인 서버에 비해 공간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일 수 있는 점도 HP 문샷 서버의 주요 특징이다. 이같은 공유 리소스의 활용으로 개발 사이클을 기존에 비해 3배나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HP 맥 휘트먼 CEO는 “IT 산업은 현재 소셜,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이슈에 휩싸여 있다. 2012년 100억개에 이르는 인터넷 연결 디바이스 수는 2020년에 이르면 300억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800만~1천만대의 서버가 새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는 축구장 200개의 규모인데 투자비용이 100억 달러~200억 달러나 들며, 200만 가구의 전력소비량을 소화할 수 있는 발전소 10개를 새로 건립해야 하는 문제들을 낳을 수 있다. 새로운 IT 스타일이 필요할 때이다”라면서”면서 “HP 문샷 서버는 HP 랩(Labs)의 10여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데이터센터의 공간, 에너지, 비용, 복잡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간 80%, 에너지 89%, 비용 77%, 복잡성 97% 절감 = HP에 따르면 HP 문샷 서버는 2개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장착한 HP DL 360 서버와 비교해 공간은 80%, 에너지는 89%, 비용은 77%, 복잡성은 97%나 줄여준다.

HP 측은 “하루 방문자 수가 약 3백만 명인 hp.com의 IT 인프라 1/6을 HP 문샷으로 전환했는데 전력 소비량은 불과 720와트에 불과했다”면서 “이런 성능의 HP 문샷 서버를 적용하면 10만대의 서버를 쓴다고 가정할 때 연간 인프라 운영비용을 2억달러 절감할 수 있으며, 탄소배출량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밝혔다.

HP의 문샷 서버는 ‘HP 프로라이언트 문샷 서버’와 HP 문샷 1500 섀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HP 문샷 서버는 인텔이 2012년 말에 발표한 ‘인텔 아톰 S1260’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기본 메모리는 8GB, 캐시 메모리는 1MB이며, 최대 1TB의 내장 디스크, 그리고 시스템관리 프로세서인 ‘HP 문샷 1500 섀시 매니지먼트 모듈’을 장착했다. 특히 관리 모듈은 전력공급 및 쿨링팬 등의 컴포넌트를 공유해 전력과 공간 사용을 줄이고, 관리의 복잡함도 크게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구성을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를테면 스토리지 모듈을 늘려 빅데이터 처리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한 섀시에 최대 45대 문샷 서버 장착 가능 = HP 문샷 1500 섀시는 4.3U 크기로, 최대 45대의 문샷 서버를 장착할 수 있다. 43U 랙에 최대 9대, 47U 랙에 최대 10대의 섀시의 탑재가 가능하다. 한 랙에 최대 450대의 서버를 장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의 HP 문샷 서버는 기존 서버 대비 설치 공간을 1/8로 획기적으로 줄여 데이터센터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HP 측의 얘기다. 현재 HP 문샷 서버는 2GHz, 듀얼코어의 아톰 S1260 프로세서를 채택했는데 올해안에 쿼드코어 아톰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HP는 인텔에 이어 앞으로 AMD, 어플라이드마이크로, 칼세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의 프로세서를 장착한 저전력 서버를 내놓을 계획이다.

HP는 문샷 서버의 활성화 방안으로 25개의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HP 패스파인더 이노베이션 에코시스템’(Pathfinder Innovation Ecosystem)을 구축해 다양한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새로운 서버의 개발에 협업하고 있다. 또 HP 디스커버리 랩(Discovery Labs)과 HP 기술서비스를 비롯해 플랫폼 이행과 에너지 효율에 대한 지원 및 컨설팅을 해주는 문샷 컨시어지 서비스(Moonshot Concierge Services)를 제공하고 있다.

HP는 문샷 서버를 앞세워 현재 부상 중인 웹, 클라우드,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을 1차적으로 공략하고 장차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빅 데이터, 고성능 컴퓨팅, 게임, 금융 서비스, 게놈 연구, 얼굴 인식, 비디오 분석 등의 분야도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HP는 현재 문샷 서버의 활용 사례로 호스팅 업체인 리스웹(leaseweb), 사비스(savvis) 등을 소개했다.

◆“문샷의 기존 시장 잠식은 시기상조” = 이번 HP 문샷 서버의 발표에 따라 그동안 블레이드 서버, HPC, Gen 8 서버 등에 주력해온 HP의 x86서버 사업 전략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문샷 서버가 기존 서버 사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그것이다. 한국HP 측은 이같은 전망에 “HP가 저전력 서버인 문샷을 발표했다고 해서 기존 서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먼 장래에 문샷 서버가 기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로 본다”고 밝혔다. 인터넷 디바이스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서버 사업이 문샷의 출현으로 당장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문샷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문샷 서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한국HP 측은 “한국은 문샷의 성공 확률이 높은 시장이다. 문샷의 주요 수요처로 꼽히는 호스팅이나 포털, 통신사 등의 x86 서버의 구매 비중이 전세계 평균은 20%이지만 한국은 60%에 이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인텔은 2012년 ‘인텔 아톰 S1200’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오는 2015년에 이러한 저전력 프로세서를 장착한 x86 서버의 비중이 전체의 10% 정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x86 저전력 서버 시대를 연 HP의 문샷 서버가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