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기란 무척 어렵다. 특히 외국의 유명 제품의 유통이 아닌 국산 소프트웨어의 개발만으로 성공하기란 더더욱 힘들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서 매출 100억이 넘는 회사가 고작 10여개에 불과한 현실은 이를 입증한다. ‘반짝’했다가 사그라지는 업체가 거의 대부분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는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단명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앞으로 영속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지난 2004년에 설립되어 2008년 매출 100억원대를 돌파한 네모소프트의 한능우 사장은 이런 문제제기에 “1차적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구멍가게식의 영세한 운영으로는 품질, 인력, 가격 등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타개하기란 요원하다는 것이다. 한 사장은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방안으로 그동안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의 일반적인 성공 모델이었던 ‘한 우물 파기’가 아니라 백화점 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뜻 납득하기 쉽지 않은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한 부문에만 집중했다가는 망할 확률이 90%이며, 10년을 넘기 힘들다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들어 다소 파격적인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수십여개에 이르렀던 ERP 전문업체가 현재 거의 사라진 현실을 그 단적인 예로 든다.

한 부문에만 집중하면 망할 확률 90%…10년 넘기 힘들어 = 네모소프트는 지난 2004년 한국정보공학의 E-BIZ 사업부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출범 당시 8명이었던 이 회사의 종사자는 2009년 5월 현재 130명으로 늘었으며, 매출액은 2004년 10억원, 2005년 26억원, 2006년 64억원, 2007년 86억원, 2008년 136억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160~1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모소프트의 이러한 성장세는 사업 다각화에 힘입은 것이다. 네모소프트의 사업분야는 ▲공공 분야 SI ▲주로 금융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DW ▲인터넷 서비스 등 크게 3개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다 네모소프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도입한 솔루션도 판매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솔루션은 그룹웨어인 Hi Express, 검색엔진인 RADAR, 병원 CRM 솔루션인 CRAMO, 그리고 온라인쇼핑몰 서비스인 샵링커(Shop Linker)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솔루션은 검색엔진인 FAST ESP, DW 솔루션인 비즈니스 오브젝트,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인 액티마이즈(Actmize) 등이 있다.

이러한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는 네모소프트는 솔루션의 단순 판매보다는 SI성의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금융권 DW 개발에 비즈니스 오브젝트의 BI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SI성의 개발 사업과 결부해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매출 비중을 보면 솔루션 판매는 30%, SI성 개발이 70%이다.

사업부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08년을 기준으로 공공 SI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금융 DW는 35% 정도에 이르렀다.

고객사는 거의 300개로 한국무역협회, 식품의약안전청, SH공사, 교육인적자원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국회, 건설교통부,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LG텔레콤, SK텔레콤, KTF 등 공공, 금융 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네모소프트가 수행하는 공공 분야 SI 프로젝트의 내용은 주로 민원시스템이나 웹접근성 등이다. 웹접근성은 어떠한 사용자가 어떤 기술 환경에서도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국내 SW 업체, 해외 진출없이는 영속 어렵다 = 네모소프트는 현재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규 사업의 발굴에 힘쓰고 있다. 현재 3명 규모의 연구소에서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의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모습에서 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네모소프트가 그동안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사업은 홈네트워크, IPTV 소프트웨어, 웹2.0, RFID 등 10여개에 이르렀으며, 성공한 사업은 5~6개 뿐이었다.

한능우 사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영속하려면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무기의 확보가 과제일 것이다.

한 사장은 “국내의 인터넷 서비스는 해외 진출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자신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매진할 뜻을 내비쳤다.

네모소프트가 주력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쇼핑몰 통합관리솔루션인 샵링커로 최근 들어 국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샵링커는 각종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등록, 주문, 배송, 고객 불만처리 등 업무시스템을 샵링커라는 사이트 한 곳에서 개발하기만 하면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연동해주는 서비스다. 상품 판매자가 일일이 각 인터넷 쇼핑몰마다 별도의 업무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없이 샵링커 버튼 하나로 제휴를 맺은 모든 쇼핑몰에 자동으로 연동해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능우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옥션이나 지마켓 등 국내 온라인 상거래 규모는 10조~20조로 추정되며, 상품 판매자는 3만여개에 이른다. 네모소프트의 샵링커는 2009년 5월 현재까지 매월 600~700억원의 거래 매출액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말에 이르면 거래 매출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서 머지않아 한해 총 1조5천억원 정도가 샵링커를 통해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 사장의 설명이다. 한 사장은 “현재 샵링커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다. 샵링커에 가입된 상품 판매자는 현재 1,000여개이다. 2010년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얘기한다.

매출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 꿈꿔 = 한능우 사장은 네모소프트의 비전에 대해 묻자 “지속적인 성장으로 영속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사업 확대와 인력 충원, 내부 구성원의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한 사장은 이어 “회사 규모를 키우는데 1차 고비는 100억원이다. 이미 지난해에 100억원은 돌파했다. 2차 고비는 1,000억원 규모일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매출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국내에서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한능우 사장의 이러한 도전이 공허한 이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능우 사장은 서울대 기계학과 84학번으로 대우전자에 입사해 프린터 설계를 했으며, 구 한국CAD/CAM(현 KCC정보통신)에서 CAD/CAM 업무를 수행했다. 이어 대우자동차에서 누비라2 섀시 설계를 했으며,  벤처 회사를 거쳐 2001년에 한국정보공학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