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추진전략 사실상 막혀…새 자리 찾아 

부지 선정의 문제로 답보상태에 놓였던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의 새 IT센터 구축 작업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부지 물색으로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최근 새 부지 물색에 나섰는데 특히 경기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농협 관계자는 “서울시가 파이시티 자리와 농협 양곡유통센터 부지 등 주변지역을 놓고 도시 개발 컨설팅 용역에 나선다고 한다”며 “컨설팅이 2년가량 소요된다고 하니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서초구 양재동 ‘농협양곡유통센터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보다 유연한 유권해석을 동시에 병행, 추진한다는 게 농협 측의 방침이다.

현재 서울시는 양재동 양곡유통센터 부지 관련 ‘도시계획 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64조에 근거, ‘집배송시설’로 돼 있어 IT센터 용도변경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국토해양부 유권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2012년 5월, 농협중앙회는 GS건설을 ‘NH 통합 IT센터’ 신축공사 사업자로 선정해 놓고, 서울시-서초구 등에 ‘용도변경’ 신청을 했지만, 사업불허로 착공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은 지난 1차 용역 컨설팅 과정에서 현 양재동 근처 부지와 기타 후보지를 중심으로 새 전산센터 자리를 물색해 온 바 있다.

양재동 근처 부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양곡 유통센터, 현 데이터센터, 옛 하나로 마트 부지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현 데이터센터는 새 센터 마련 후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하나로마트 부지는 서울시가 양곡유통센터 부지와 같은 유권해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기타 부지로 검토한 자리는 상암 DMC, 죽전·판교·광교 등 디지털밸리, 과천 지식정보 타운 등이 물망에 오른 바 있다.

농협 관계자는 “NH통합 IT센터 컨설팅이 완료된 지 시간이 제법 지났고, 부지의 성격이 다소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 당시 검토 부지를 그대로 이용하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 부지를 대상으로 세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서는 어떤 부지를 대상으로 해도 센터 입지의 최적 필요-충분조건, 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등을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성 조건은, ▲금융감독기관의 장애복구 3시간 이내-장애시 복구 인력의 신속한 접근 ▲최근 5년내 침수 ▲최근 5년간 진도3 이상의 지진 회수 6회 이내 ▲티어3(무중단 유지보수 가능)를 목표로 해야 한다.

경제성 조건은 구축 및 운영비용, 부지의 미래 활용방안(비즈니스 복합센터 활용 등), 자산가치 극대화 등이 대상이 된다.

환경성 조건은 더 까다롭다. 부지면적, 증설에 대한 여유면적, 사이트 접근성, 건립요건 대응성, 구축 및 운영의 위험요소 등을 해소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기초조사 및 사전협의 검토서 작성을 시작으로 자치단체 지구단위 결정, 고시까지 약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농협중앙회는 ‘NH 통합 IT센터’ 부지 물색부터 인허가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그 방향이 어렵다는 점에서 난제가 많다. 

◆갈길 잃은 IT시스템 = ‘NH통합 IT센터’ 사업은 신용-경제사업으로 분리된 NH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경제 및 유통 부문) IT인프라를 모두 입주시켜 ‘일원화된 IT서비스’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현재, NH생명, NH화재 두 금융회사가 새로운 IT시스템 개발에 한창이고, NH은행은 상호금융 즉 회원조합 IT도 분리 후 이 센터에 입주시켜야 한다.

‘NH 통합 IT센터’가 길을 잃을 경우 이들 전산장비들을 비롯해 농협그룹 IT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양재동 IT센터 노후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림 ‘농협 양재동 IT센터 전기설비 노후화 사례’>

▲ 그림 ‘농협 양재동 IT센터 전기설비 노후화 사례’. 국내 생산이 중단된 제품으로 고장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상면 및 시설공간 포화, 양재센터 전력시설 노후화에 따른 전기사고 및 누수로 인한 서버단운 위험 상존, 이에 따른 시설 무중단 운영 위험요인 증가 등 한계에 다다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해석해야 할 내용은 부지의 용도에 맞는 ‘IT인프라’ 성격을 유통산업 발전법 기준 ‘정보처리 활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달 후인 4월 11일은 농협 4.11 대란 2년이 되는 날이다. 농협 IT직원들은 4월이 다가오면, 술자리까지 마다하며, 초긴장의 시간을 보낸다.

서울시는 그 4월의 기억을 교훈으로 삼아, 정책적 지원으로 입장을 선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