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실무차원 검토 나설 예정

최근 잇따르는 금융권 피싱, 파밍을 제대로 막기 위해서는 IT기술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변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제도의 변화 요구는 그동안 한국사회 전자금융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돼 금융권 뿐만 아니라 IT 업계, 보안 등 전 사회적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최근 ▲공인인증체계 변화 필요성 공감 ▲인터넷뱅킹 거래 제한 ▲관련 법개정 등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서명법 등 개정 필요 = 업계 일각 및 금융감독당국이 바라보는 피싱 및 파밍 1차 대책으로는 현 공인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다원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전자금융거래는 전자서명법 규정의 공인인증서를 기반으로 해 왔다.

공인인증체계 구조를 공개키 기반으로 제한해 놓다 보니 금융회사가 다른 공인인증 방식을 채택하고자 해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

소위 공인인증 구조가 이미 다 공개됐는데, 여기를 막겠다는 다른 IT적 보안수단을 아무리 많이 붙여도 취약점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새로운 인증체계 진입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 즉 공인인증서를 다원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논의에서는 공인인증서 자리에 생체인식, 댑코드와 같은 QR코드 적용 방식 등 매체 다원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같이 보안수단을 지나치게 많이 도입한 경우, 전자금융거래를 무료로 이용하던 구조가 유료로 전면 손질될 가능성도 높다"며 "제도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인증체계를 조기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 기술로는 부족…신용사회 근간으로 봐야 = 전자금융거래는 비대면 거래다. 때문에 신용사회를 근간으로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자금융 관련 정책수립 한 전문가는 "신용카드 예를 들면, 바로 발급되지 않는다. 은행 거래가 시작된다고 인터넷뱅킹, 모바일 뱅킹 등 거래를 마구 허용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비대면거래에 맞는 전자금융 거래 제한, 예를 들어 미국 방식과 같이 일정 거래량 이상인 고객이나, 입출금 거래가 빈번한 고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전자금융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 방식은 현재 은행이 요구하는 영업점 운영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전자금융 활성화는 상대적으로 고객의 영업점 내방 횟수를 크게 줄인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내세워 전자금융을 앞다퉈 장려한 이유도, 업무량을 줄인 영업점 인력 축소 명분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력 구조조차 위협받는' 전자금융 이용에 대한 제한을 통해 영업점 운영 전략의 변화를 함께 유도해 고용불안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전자금융감독규정의 개정이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피싱, 파밍으로 촉발된 전자금융거래가 사실상 전면적인 체제개편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그 파장이 금융권, IT 업계 등에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