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매각됐다. 인수자는 델의 창립자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델과 기술 투자 회사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이다.

델은 미국 현지 기준 2월 5일, 마이클 델이 기술 투자 회사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와 공동으로 델을 인수하는 매매계약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 델 창립자 겸 CEO 마이클 델

◆마이클 델, 투자 회사 ‘실버레이크’와 손잡아= 델은 이번 매각 합의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내려온다.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는 셈이다. 델의 주주들은 주당 미화 13.65 달러의 현금을 받게 되는데 이는 미화 약 244억 달러 규모이다.

델은 왜 상장폐지를 단행했을까? 경영실적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IT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델은 IT의 대세인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 플랫폼인 x86 서버의 세계 2위 업체로서,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다 종합 IT 솔루션 업체로 발돋음 하려고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제품군의 강화에 최근 몇년간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인수 기업은 지난 2007년 iSCSI 스토리지 ‘이퀄로직’에 이어 2009년 IT 컨설팅 및 서비스 업체 ‘페럿시스템즈’, 2010년 ‘엑사넷’(클러스터 NAS), ‘오카리나 네트웍스’(중복제거 및 압축), ‘스칼렌트’(물리/가상화 통합관리), 2011년 ‘컴펠런트’(다중 프로토콜 및 자동 계층화 스토리지), ‘RNA 네트웍스’(메모리 가상화), ‘포스10’(데이터센터 네트워킹), 2012년 ‘소닉월’(보안), ‘와이즈’(씬 클라이언트), ‘클레리티 솔루션즈’, ‘메이크 테크놀로지스’, ‘퀘스트소프트웨어’ 등 20여개에 이른다.

델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M&A를 펼쳐 솔루션 및 서비스 업체로서 명실상부한 위상을 갖추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마이클 델 “주주들에게 즉각적인 가치 제공해줄 것” = 마이클 델은 델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거래는 델은 물론 고객, 직원 모두에게 더욱 흥미진진한 새 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비공개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장기 전략을 실행하고 고객들에게 최강의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면서 주주들에게 즉각적인 가치를 제공해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은 주주 자본주의 극치이다”라면서 “‘돈이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는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2년 8월 마이클 델이 델을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는 안을 처음 델 이사회에 전달한 이후 조직된 특별위원회의 구성원을 보면 J.P. 모건과 에버코어 파트너스는 재정 자문을, 데비보이스 & 필름톤 LLP는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와 호간 로벨스(Hogan Lovells) US LLP는 각각 델의 재정 자문 및 법률 자문을, 왁텔, 립톤, 로젠& 카츠(Rosen & Katz)는 마이클 델의 법률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바클레이, 크레딧 수이세 그리고 RBC 캐피털 마켓는 실버 레이크의 재정 자문을, 심슨 테쳐 & 바틀렛(Simpson Thacher& Bartlett) LLP는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델 주식의 약 14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마이클 델이 여전히 회사의 최고 경영자 역할을 하게 된다.

마이크 델과 실버레이트는 이번 인수와 관련,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델은 보도자료에서 “마이클 델이 출자한 현금과 자산의 결합은 물론, 실버 레이크와 연계된 투자 자금에서 출자한 현금, 그리고 MSD 캐피탈이 투자한 현금,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융자한 미화 20억 달러,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바클레이, 크래딧 수이세(Credit Suisse) 및 RBC 캐피탈 마켓이 연합한 채권 금융 및 보유 현금 등을 통해 조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20억달러 투자 '눈길' = 이 대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IT 업계의 누가 델을 인수할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과연 누가 델을 최종적으로 쥐게 될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따지기 보다는 철저히 ‘돈’을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게 그동안 여러 M&A건을 지켜본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