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관리 능력 등 ‘다면평가’ 사례남겨 

은행권에 그동안 팽배하던 초저가 제안, 최저가 입찰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몇몇 금융IT 프로젝트 부실이 촉발한 현상이지만, 기술점수 우위의 평가방식 정착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경남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60억 가량 적게 써낸 SK C&C를 탈락시키고, 삼성SDS를 선정했다.

금융IT 업계 악명 높은 최저가입찰 선호 우리금융그룹에서 보기 드문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평가 어땠나 = 경남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자 선정 평가는 평가위원 총 12명이 삼성SDS, SK C&C가 제출한 제안서 검토, 제안설명회 등을 평가한 후 구매팀 가격점수를 합산한 모델이다.

특히, 이번 경남은행 사례는 종합점수 방식이 아닌 ‘평가위원 개별평가’ 후 합산 방식을 택해 12명 평가 위원이 어떤 점수를 냈는지 사전 확인이 어렵도록 공정을 기했다.

그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SK C&C와 부산은행간 ‘191억원대 용역대금 지급청구의 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평가위원들 사이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송의 배경과 그 원인 등에 대해 상당부분 분석을 마친 상태였던 것.

실제로, 제안설명회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은 제안서 내용의 허와 실에 대해 SK C&C를 강도높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 차세대 시스템의 경우, SK C&C가 제안한 공수는 총 3700M/M. 프로젝트 완료시점의 공수는 총 4200M/M로 마치게 됐다.

경남은행 차세대의 경우 CRM, 마케팅 허브 등 개발범위가 부산은행에 비해 넓은데도 불구하고, SK C&C는 고작 3169M/M를 써낸 것이다.

아울러 공수 대비 지원되는 항목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게 경남은행 안팎의 전언이다. 소위 ‘다 해준다는 SK의 주장’을 믿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통합 모바일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SK C&C 제안에 일부 ‘허위’내용이 있어 고전을 겪었던 우리FIS는 특히 이같은 SK 주장을 믿지 않았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싼게 비지떡”…프로젝트 완성도에 무게 = 경남은행 사례가 남긴 메시지는 결국, ‘같은 돈을 들여도 어떻게 합리적인 투자에 나서느냐’에 대한 금융권의 니즈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1994년 종합온라인 시스템 가동 이후 은행 차원의 대규모 투자는 18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에서 ‘대규모 투자에 대한 감내 능력’을 되물을 정도로 신중을 기한 사업이었다.

당연히 차세대 안정적 개통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웃하는 부산은행 사태를 보고, 경남은행 차세대 사업자 선정의 기준은 이미 ‘가격’이 아닌 ‘기술’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으로 정해져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SK는 과거 ‘저가 제안’ 및 ‘책임질 수 없는 제안’ 행태를 고집해 시장 신뢰만 잃고 말았다.

게다가 지난 10일 경남은행 등을 찾아 ‘SK가 60억을 적게 써 냈는데 왜 탈락했느냐’며 해명을 요구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융IT 일각에서는 이번 ‘경남은행 다면평가’ 사례를 통해 감독기관의 저가수주 강요 등 방식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