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예산 350억 전후 예상…절충 ‘난항예고’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경쟁이었다. 사실상 국내 지방은행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막차를 탄 경남은행(은행장 박영빈)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 우선협상 사업자로 삼성SDS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IT 업계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우리FIS는 이번 주 초 우리금융지주 승인절차를 거친 후 우선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 나섰던 SK C&C는 삼성SDS에 비해 약 60억 가량 적게 써 내고, 고배를 마시게 됐다.

다만, SI 예산만 350억 전후로 예측되는 이번 삼성과 경남은행의 우선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올 초 경남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개발 항목으로 하드웨어 120억, 소프트웨어 282억 등 총 402억대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이 예산은 올해 시행한 EA 컨설팅, 지주사 투자심의위, 경남은행 이사회 등을 거쳐 총 450억 안팎으로 다소 늘어난다.

각종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예산 약 100억대를 제외하면, 삼성SDS와 협상할 수 있는 예산은 350억 전후에 불과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대구은행 차세대를 치른 삼성 입장에서는 이 예산도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6월 가동한 대구은행 차세대는 경남은행과 달리 계정계 중심이었다. 즉, 정보계, 마케팅 허브 같은 사업이 없이 계정계 재구축을 기준으로 총 300~350억대를 투자했다.

이에 반해 경남은행 차세대 범위는 계정계 재구축 및 코어뱅킹 프레임워크 신규 도입, 통합단말, EAI, MCI, 데이터 표준화, 정보계, 차세대 대응개발, 마케팅 허브, 고객센터 개편 등 시중은행 차세대에 버금갈 정도로 대규모이다.

비슷한 범위의 부산은행은 총 500억 전후로 차세대를 마친 상황이다.

경남은행, 우리FIS, 삼성SDS 이 3각 편대 차세대 협상의 변수는 또 있다.

최근 기업은행 차세대 협상에서 보듯 삼성SDS의 협상방식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영업부서를 떠난 ‘차세대 협상’은 계약부서에서 꼼꼼히 검토, 마진확보가 어려울 경우 우선협상 포기도 불사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과 삼성SDS는 우선협상 선정 3개월여가 지난 12월에 들어 겨우 계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은행과 삼성SDS 협상 난항을 전망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이사회 등 승인을 완료한 예산에 덧붙여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우리금융그룹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예산이 추가될 경우 감사원, 금융감독원, 예보 등 감독기관에서 ‘예산심의 부실’ 의혹에 대한 강한 질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역은행 중 마지막 차세대라는 변수 앞에 경남은행 선택이 폭이 넓어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삼성SDS도 협상이 길어질 경우, 저가 수주 후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삼성이 차세대 협상을 놓고, 후속사업 ‘보장’ 요구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현재 경남은행은 약 120억 전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도 추진 중이다.

대법원 판례 등을 놓고 볼 때, 통상 우선협상 기간은 15~21일간 이뤄진다. 두 회사 안팎에서는 우선협상이 올해를 넘기지 않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중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