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편으로,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계정계 분리, 즉 금융IT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농협이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최근 일부 회원조합을 중심으로 5000억원이 넘는 ‘계정계 분리 분담금’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중앙회에 대해 ‘사업연기’라는 대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사안은 국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어, 향후 논란이 점차 증폭될 조짐도 보인다.

◆회원조합 “분담금, 낼만큼 냈다” = 농협은 중앙회와 1100개 회원조합이 일정한 비율로 IT비용을 분담해 충당하는 구조다.

올초 농협은 약식 컨설팅을 갖고, 중앙회와 조합의 계정계를 분리하는데, 약 7500억 가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

농협 양재동 IT본부분사 측은 이를 조정, 현재 약 5000억원 전후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중이다.

총 1100개 회원조합 기준, 규모에 따라 3~5억이 필요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회원조합 입장에서는 그러나 이번 투자 외에도 그동안 IT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했다며 볼멘소리다.

지난 2004년 전까지는 계정계, 소위 계좌 구조가 일치하지 않아 회원조합의 비용을 받아 2004년 ‘중앙회-조합 계정계 통합’ 프로젝트를 완료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009년 총 2000억대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위해 회원조합이 각출형식으로 비용을 분담했다.

또 지난 2011년 전산장애 이후 보안투자를 위해 분담금을 일부 늘려왔고, 최근에는 새로운 전산센터 신축에도 일정 비용분담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 IT프로젝트마다 조합에서 IT비용을 분담한 것 외에, 회원조합 각종 사업별로도 필요에 따라 IT투자비용을 부담해 왔다는 게 회원조합측 의견이다.

물론, 중앙회 및 IT본부분사 입장에서는 ‘합리적 투자’로 최소비용을 실현했다고 해명중이다.

최근 가계부실 문제와 맞물려 조합 사정이 크게 악화되면서, 다만 몇억에 불과한 분담금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게 중소 회원조합의 하소연이다.

◆‘중조 계정계 분리’ 늦추기 어려울 듯 = 중앙회와 조합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 현재 감독당국에 중앙회-조합 계정계 분리 시한을 늦출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중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컨설팅이 진행중에 있어, 그 결과가 나와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협은 지난 6월부터 삼정KPMG-삼성SDS 컨소시엄을 ‘금융IT 전환’ 아키텍처 설계 사업자로 선정하고, 중앙회-조합 계정계 분리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이번 컨설팅에서는 상호금융 전산제비용 예상금액 및 타사(신협, 수협, 새마을 금고 등) 사례 조사 등이 담길 것으로 보여, 농협은 컨설팅 이후 이를 근거로 조합측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다만, 컨설팅 결과와 무관하게 중조 계정계 분리 사업을 늦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 농협법에 3년안에 IT분리를 마쳐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 현재 건축중인 전산센터 구조 및 IT조직의 운영도 같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산센터, ‘금융IT 전환’ 등 쉽지 않은 여정속에 중앙회 입장과 조합의 의견이 충돌하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