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온 파이(Phi) 코프로세서로 2018년까지 페타급의 천배인 엑사급(Exascale)의 수퍼컴을 실현하겠다.”

인텔이 최근 고성능 컴퓨팅(HPC)에 특화된 파이 코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내건 구호이다. 그동안 주력해온 상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나아가 앞으로는 파이 코프로세서를 앞세워 HPC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매니 코어’ 프로세서 연구 산물, 최고 수준의 병렬처리 = 인텔 파이 코프로세서는 인텔의 MIC(Many Integrated Core) 아키텍처의 연구개발 산물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파이 프로세서는 60개의 코어를 갖추고 있다.

인텔은 파이 코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최고 수준의 병렬처리 성능을 발휘하는 점을 들고 있다. 인텔 측은 “수퍼컴의 성능을 높이는데 핵심 기술은 바로 병렬화이다. 병렬화는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해 빠른 산출과 효율성 및 비용절감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파이 코프로세서는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기존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 E5 제품군과 결합해 뛰어난 병렬처리 성능을 보인다. 이렇게 제온과 결합한 파이 코프로세서는 기존 제온 프로세서에 비해 최대 2.9배의 성능을 낸다는 게 인텔 측의 설명이다.

파이 코프로세서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제온 프로세서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파이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병렬 하드웨어를 사용하려면 병렬화 프로그래밍이 필요하지만 그럴 필요없이 기존의 제온 프로세서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 코드의 유지 관리, 최적화 및 개발 복잡성 감소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텔 측은 “이같은 성능을 갖춘 파이 코프로세서는 정확한 날씨 예측과 질병 치료법 개발 등 현재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한 단계 앞당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온 E5와 함께 작동, 제온보다 최대 2.9배 빨라 = 인텔의 파이 코프로세서 제품군은 3100 시리즈와 5100 시리즈로 이뤄져 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5100 시리즈의 하나인 5110P이며, 3100 시리즈는 2013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파이 5110P는 1,011기가플롭스(1.01테라플롭스), GDDR5 메모리 8GB, 초당 320GB 메모리 대역폭을 지원한다. 225 와트 TDP(Thermal Design point)와 수동 냉각 방식의 5110P는 고밀도 컴퓨팅 등 전력 효율성이 중요한 환경에 이상적이다. 또 디지털 콘텐츠 제작이나 에너지 연구 등 많은 메모리가 필요한 작업에 적합하다.

3100 제품군은 자연과학 애플리케이션이나 금융 시뮬레이션 등 컴퓨팅 집중적인 작업에 적합하다. 1000기가플롭스 이상(1테라플롭스), 최대 6GB 메모리, 초당 240GB 대역폭, 메모리 ECC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가격은 5110P가 1,000개 단위당 2,649달러이며, 3100 제품군은 2,000달러 이하가 될 전망이다.

인텔 파이 코프로세서는 나오자마자 여러 곳에서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텍사스 어드밴스드 컴퓨팅 센터는 파이 코프로세서의 특별판인 파이 SE10X와 파이 SE10P를 도입했다. 캠브리지 대학 코스모스 랩은 SGI 슈퍼컴퓨터에 파이 코프로세서 기술을 조기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가 분자동력학 연구에 제온 E5500계열과 통합된 파이 코프로세서를 활용하고 있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텔 MIC 아키텍처를 활용해 유전체 분석용 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팅 핵심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ETRI는 2012년 12월에 제온 E5 프로세서와 인텔 제온 파이 기반으로 50테라플롭스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KISTI, ETRI 등 채택 = 인텔 파이 코프로세서 기반의 솔루션을 설계하고 있는 회사는 50개가 넘는다. 에이서, 아프로, 아수스, 불, 콜팩스, 크레이, 델, 유로테크, 후지쯔, 히타치, HP, IBM, 인스퍼, NEC, 콴타, SGI, 슈퍼마이크로, 타이안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제 40차 Top500 수퍼컴 리스트 가운데 인텔 프로세서는 75%(379개 시스템)를 차지했다. 그리고 새로 순위에 진입한 인텔 기반 시스템의 비율은 91%를 기록했다.

이번 11월 리스트 중 7개의 새 시스템이 파이 코프로세서를 탑재했다. TACC의 ‘스템피드’ 시스템(2.66 페타플롭스, 7위), 기후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나사의 ‘디스커버’ 시스템(417 테라플롭스, 52위), 인텔의 ‘인데버’ 시스템(379 테라플롭스, 57위), 러시아 과학 아카테미의 조인트 수퍼컴퓨터 센터의 ‘MVS-10P’ 슈퍼컴퓨터(375테라플롭스, 58위), 나사 아메스 연구소의 ‘마이아’ 시스템(212 테라플롭스, 117위), 남우랄 주립대학의 ‘수수’ 시스템(146 테라플롭스, 170위), 미 국립 컴퓨팅센터, 테네시 대학의 ‘비컨’ 시스템(110 테라플롭스, 254위) 등이다. 이 가운데 비컨은 리스트상에서 가장 전력 효율적인 수퍼컴퓨터로서, 와트당 2.44기가플롭스의 성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