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후순위 협상 ‘불투명’…새판 짜나

불안한 행보를 이어오던 현대카드(대표 정태영) 차세대시스템이 사실상 백지화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향후 차세대 새판을 짜는데 있어 ▲가계부실에 따른 추가 예산 확보 문제 ▲현 메인프레임 운영 방식에 대한 난제를 함께 풀어야 할 것으로 보여, 차세대 추진이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일부 업무에 인력을 투입해 사업성사 가능성을 높여왔던 SK C&C가 현대카드와 우선협상이 결렬되면서, 전면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협상 결렬의 배경에 대해 추가공수에 대한 두 회사의 이견, 초기 투입인력에 대한 현대카드 현업의 불신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리하면, 일부 업무개발을 현대카드 현업이 나서겠다는 당초 계획이 수정돼, SK C&C에게 추가 공수 투입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간 갈등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사업규모가 600억 이상인데, 350억대 전후로 사업을 수주한 SK 입장에서는 제안가격 외에 추가 공수 투입에 대해서는 손실을 보기 어려웠던 것.

업계에서 “현대카드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현업과 SK간 갈등이 증폭돼, 심지어 업무에 투입된 SK 인력에 대한 ‘절대적 불신’으로 대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결국, 두 회사는 우선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현대카드는 후순위 사업자 LG CNS와 협상을 준비중이다.

◆“현대카드, 무리한 요구 많았다”, 비난 봇물 =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카드를 향한 업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내용은 ▲차세대 전체 저예산에 무리한 사업 추진 ▲오토에버를 앞세워 계약에 나선 점 ▲오라클 라이선스 SI업체 전가 등 상식 수준을 넘는 요구가 많았다는 것이다.

당초 사업발주부터 600억이 넘는 사업을 SK C&C가 제안한 350억에 추진키로 한 점은 이번 사태를 예고한 셈이다.

아울러 현대카드가 이번 사업의 주요 계약을 ‘현대 오토에버’에서 전담케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대카드의 후원사 역할을 하는 현대차 계열의 ‘현대 오토에버’에 일정한 ‘마진과 매출’을 챙겨줘야 하는 IT서비스업체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카드는 주전산 DBMS로 오라클을 채택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SI 업체가 부담하라는 ‘불공정 조건’까지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사업초기 현대카드가 SK를 낙점한 배경이, LG CNS는 오라클 라이선스 비용 지급을 거절했고, SK는 이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후문도 전해진다.

무리한 요구로 차세대 사업을 좌초시킨 현대카드가 자충수에 넘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와 협상전망은 = 지난 2003년 삼성을 제치고 후순위 사업자로 당시 현대카드 차세대를 수주한 LG CNS는 이번에도 같은 형국을 맞았다.

그러나, 당시와 상황은 크게 달라 보인다. LG CNS는 비공식적으로 ‘SK가 못한 사업을 LG가 어떻게 할 수 있나’라며 회의적인 분위기다.

앞선 설명대로, 애초 제안금액 차이, 오라클 라이선스 지급 문제에 있어, LG CNS는 현대카드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해 왔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LG CNS를 압박하고자 차세대 사업 발주를 전후해 ‘LG에서 현대카드 내부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 식의 음해성 정보를 퍼트리는 등 네거티브에 대한 제보도 있다.

덧붙여 올초부터 불거진 가계부실 문제로 현대카드가 추가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현재 예산인 300~400억을 갖고 협상에 나선다면, LG CNS는 협상에 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LG CNS에게 남겨진 ‘우리카드 트라우마’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IT운영 총체적 난맥에 부딪힐 수도 =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카드 안팎에서는 차세대를 포함한 IT운영 전반에 새판짜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카드 처리계는 메인프레임 기반 ‘뱅스’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표 ‘현대카드 처리계 시스템 현황’ 참조>

▲ 표 ‘현대카드 처리계 시스템 현황’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 만료일은 오는 2014년 3월로, 5년 다년계약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가 정해놓은 차세대시스템 가동일은 2014년 5월경. 즉, OIO 계약만료 후 차세대 가동을 준비해 왔으나, 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 CNS 협상 결렬을 가정하면, 현대카드는 한국IBM과 OIO 계약만료에 대비한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가져야 한다는 추론이 나온다.

본지가 입수한 메인프레임 관련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대카드와 한국IBM은 5년간 1만 4600여밉스치를 사용하는 OIO 대가로 545여억원 가량(9.5% 할인율 추정)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약 110억원 가량을 메인프레임이 유지에 투입중이다.

물론 차세대 일정을 다소 연기하고, 메인프레임 MLC(Monthly License Charge 월 소프트웨어 사용료), 유지보수 계약을 따로 하거나, 1년씩 단기 OIO계약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OIO 계약과 비교해 10% 이상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LG CNS가 현대카드를 ‘간택’하지 않을 경우, ▲차세대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추가 예산 확보 또는 차세대 범위 축소 ▲이에 따른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수정 ▲OIO 계약 추가협상 ▲IT조직 개편 등 현대카드 IT부문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