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하반기 들어 급속한 경기 위축 현상이 나타났다. 대기업은 위기 경영 관리 체제로 들어갔으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기업들은 불요불급한 투자가 아니면 선뜻 나서지 않고, 이미 쓰고 있는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다”

“2013년 무척 어려운 한 해 될 것”

한국HP 함기호 대표는 2012년 시장 평가와 2013년 전망에 대해 이렇게 요약 정리했다. 특히 2013년은 유럽 경제위기와 중국의 저성장 궤도 진입 등의 요인으로 무척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함 대표는 2012년 IT 시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모바일, SNS 분야 등이 활발했으며, 클라우드와 빅데이타에 대한 방향성 정립과 투자계획에 대한 원칙과 플랜 등에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구현은 기대보다 미흡했다. 클라우드의 경우 일부 대기업에 국한됐으며, 빅데이터는 그 중요성은 알지만 어떻게 시업 경영에 활용할 것인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라고 답변했다.

2013년 IT 시장에 대한 전망을 묻자 “다들 어렵겠지만 특히 대기업들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나 공공시장 참여 제한 등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12년도의 주요 관심사였던 빅데이타와 클라우드 등이 구체화되어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며,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 환경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함 대표는 특히 어려운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클라우드 또는 오픈 스텍이 더욱 관심을 받고, 오픈 환경으로의 이행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 대표는 “경기 불황으로 투자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가상화 및 클라우드 등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 구축에 관심이 높다. 자연스럽게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x86 서버에 대한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한다.

“투자 트렌드가 바뀐다, x86 기반의 가상화ㆍ클라우드 대세”

그 단적인 예로 한국거래소가 리눅스와 x86 환경으로 핵심 플랫폼을 이행하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KT가 x86 환경으로 차세대 시스템의 일부를 구축하는 점을 내세운다.

함 대표는 “증권과 통신 분야에서 x86 서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제조분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이며, 더 나아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 대표는 이 대목에서 “x86 서버 시장에서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HP에게 이런 트렌드는 더욱 많은 기회를 창출해줄 것”이라면서 “특히 HP가 추진중인 오디세이 프로젝트는 리눅스 기반의 x86 서버 시장에서 HP의 입지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HP는 한국 x86 서버 시장에서 45~5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오디세이 프로젝트는 유닉스와 리눅스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모두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서버이다. 유닉스의 고가용성과 보안 등의 성능을 리눅스/x86 서버 환경에서도 그대로 구현한다는 게 오디세이 프로젝트의 골자이다. 이 프로젝트의 산물은 2013년 겨울 또는 2014년 초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x86 서버, 금융 및 제조분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

함 대표는 2013년 HP의 사업 전략에 대해 묻자 맥 휘트먼 CEO가 애널리스트와 가진 모임에서 밝혔던 내용을 들려준다. HP가 기본적으로 가장 잘 하는 것, 즉 하드웨어에 투자를 높여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게 그 핵심이다.

HP가 이런 전략에 맞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 △보안 △빅데이터 등이 3가지이다.

먼저 클라우드 부문은 유닉스, x86, 블레이드 등 서버를 비롯해 클라우드 최적화 스토리지인 3PAR, 쓰리콤 네트워크, 그리고 클라우드의 자동화 및 통합관리 소프트웨어인 옵스웨어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안 부문은 티핑포인트, 포티파이, 아크사이트 등 전 보안 레이어를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 및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점을 내세운다.

빅데이터 부문은 실시간 분석 시스템 및 BI 어플라이언스인 버티카와 지능형 검색 엔진인 오토노미가 핵심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하드웨어와 묶어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이미 올해 들어 오토노미 제품이 내장된 중복제거솔루션인 ‘스토어원스’라는 제품을 발표한 바 있다.

“벤더 족쇄 정책 경계해야”

함 대표는 IT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 시장 발전의 걸림돌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IT 시장이 여러 요인으로 위축되는 측면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고객지향적인 솔루션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를테면 개방형 솔루션으로 진화되는 IT 시장에서 일부 벤더에서 독점적인 환경구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등의 시도는 매우 아쉽다. 벤더 족쇄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위축되는 환경일수록 고객의 요구에 맞는 솔루션을 IT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업체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고객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솔루션의 차이가 있음에도 가격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고민해야할 과제이다”.

국가 정책에 대한 제언도 빼놓지 않는다.

“알다시피 IT는 모든 산업의 인프라다. 유투브에서 폭발적으로 조회 중인 가수 싸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IT의 파급력은 국가를 넘어설 수도 있다. 정보산업은 국가 산업의 가장 큰 축이며, 국가 성장 동력에서도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정보산업은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핵심분야 중 하나이다. 대규모 SI사가 중소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점도 매우 의미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제도적 측면에서 IT 생태계를 유지하며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산업은 국가 산업의 가장 큰 축“

함 대표는 이 대목에서 차기 정부의 정통부 신설을 전제로 그 역할론에 대해 “전담부서가 있다면 컨택포인트의 단일화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IT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IT의 컨버전스 추세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적인 방향을 정립하고, 산학연이 함께 유연하게 대처하는 문화가 따라야할 것이다. 시장은 서버와 네트워크가 하나의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포털과 미디어, 방송 등이 SNS화하고 있다. 이런 경우 어느 곳과 얘기를 나누어야 하겠는가”라고 밝혔다.

함 대표는 국내 IT 산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국내 대기업, 중소기업의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다국적기업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모두가 정보산업이라는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대형 SI사와 중견SI사의 협업 시에 가중치를 주거나 다국적 기업 등의 컨소시엄에 대한 평가 등을 고려한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국산 솔루션과 외산 솔루션의 컨버전스 솔루션에 대한 장려와 인증 등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함기호 대표는 HP가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맥 휘트먼 CEO가 했던 말을 들어 설명한다.

전임 회장들이 단기 성장과 비용감소에만 무게를 둔 채 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지 않고, 기술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가 6~7년이 지나서 드러났다는 얘기다.

“장기전략 부재가 HP 부진 불렀다”

함 대표는 맥 휘트먼 CEO의 말을 인용해 ““2013년은 HP에게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략의 성과가 2014년부터 서서히 드러나고 2015년에는 예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HP를 쭉 지켜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과 시장 중심은 변하지 않는 가치다. HP는 꾸준히 고객과 시장 중심으로 노력해왔다. 2013년에는 개방형 시장 환경에서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진정한 시장 지배력은 족쇄 정책(Lock-in)에 있는 게 아니라 열린 가치를 공유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