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으로 직원들 불만 해소에 적극적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IT부서에 늘 불만이 많다. 이래저래 비용은 많이 쓴다고 하는데, 영업점에서 피부로 느끼는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창구 텔러 기준 주로 사용하는 IT기기는 PC, 통장프린터 겸용 프린터, 지폐계수기, 핀패드, 복사기, 각종 스마트기기 등 매우 다양하다.

이중 가장 불만이 많은 기기는 여전히 PC. 언뜻 최신 기기를 사용할 것 같은 은행 텔러들은 ‘철저히(?)’ 내용연수(5년)를 채워야 새 PC를 지급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 전산부서는 적게는 1만여대에서 많게는 2만대가 넘는 PC를 새로 지급하는 일, 구형 PC를 관리하는 일이 여간 고역인 게 아니다.

특히, ‘속도’에 있어서 만큼은 새 PC를 갖다 줘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PC가 느려진다는 하소연을 듣기 일쑤다.

PC 노후화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은행 단말 PC에 연결된 업무시스템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같은 영업점 불만 해소를 위해 신한, 국민은행 등 은행권이 HDD(Hard Disk Drive)를 SSD(Solid State Drive)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PC를 처음 부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2~15분 가량. 일각에서는 ‘출근 후 커피한잔 마실 시간’이라고 하지만, 업무스타일에 따라 12~15분은 제법 긴 시간이다.

은행 IT본부는 보유중인 총 1만 2000여대 PC 중 약 4000여대에 대해 SSD를 설치 테스트한 결과, PC 부팅시간을 약 4~5분 이내로 끌어올렸다.

최병규 신한은행 IT기획부장은 “부팅시간 뿐만 아니라, 화면 전환이나 업무처리 속도 역시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013년 보유중인 PC 전체에 이 SSD를 적용하기 위해 예산편성 작업을 본격화했다.

국민은행 역시 이같은 방식을 적용, 내년에 전 영업점 및 본부부서 PC 성능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송찬희 IT기획부장은 “현재 각종 테스트 중이다. 2009년형 PC에는 SSD를 탑재해도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0~2012년형 PC는 부팅, 작업처리, 화면전환 등 속도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올해까지 보다 구체적인 BMT 결과를 갖고 내년 예산에 SSD 탑재를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SSD를 자산으로 취득해 PC에 탑재할 경우, PC와 SSD간 내용연수 차이로 자산관리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중이라고 국민은행은 덧붙였다.

타행의 경우는 전행 차원이 아닌 본부부서 또는 영업점의 일부 PC에 HDD를 제거하고, SSD를 탑재해 적지 않은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SSD는 어떤 기술, HDD 대체 효과는 = PC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장치 중 3가지 요소, CPU(중앙처리장치)와 램(주기억장치) 그리고 하드디스크(보조기억장치, HDD)가 성능 대부분을 좌우한다.

CPU 및 램의 성능 개선 속도는 급격히 빨라지지만, 자기 디스크의 회전을 전제로 한 HDD는 자기디스크 회전속도를 현격히 늘리는데 기술적인 한계를 보인다.

SSD는 HDD와 외관이나 모양이 같고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지만, 반도체메모리 방식을 채택한다는 점에서 자기디스크의 한계점을 뛰어넘는다.

아울러 소음이나 전력소모에 있어 강점도 갖는다.

특히, 은행 영업점은 개인용 PC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고성능 HDD 저장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저장용량 크기가 작아도 된다는 점에서 SSD 선호도를 높이는 대목이다.

많은 장점을 두고도 SSD 채택의 걸림돌은 2~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SSD 가격이다. 현재 시중은행이 파악한 SSD 가격은 싼 제품이 15만원 수준. 제대로 비싼 제품을 찾으면 30~40만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성능 이슈 해소를 위해 PC를 교체하는데 대당 80~1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반면, SSD를 대량구매할 경우 할인을 감안하면, ROI 측면의 강점은 대단하다”고 전했다.

단순 부팅속도 개선 효과만 있다는 주장이 있다. 부팅이후 업무처리 속도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신한, 국민은행 BMT 결과 화면처리나 업무시스템 연결 등 속도도 크게 개선돼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HDD의 경우 읽기 쓰기가 자주 반복되는 경우 성능이 떨어지는데, SSD도 같은 현상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테스트 결과, 쓰기(wright) 기준 100만회 이상을 처리해도 성능은 똑같이 유지되는 등 결과를 보여 이 역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은행권 비용절감 노력과 SSD의 본격적인 강세기조가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