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하나금융지주 임원워크샵에서 IT 통합을 공식화한 이후, 잠잠했던 외환은행 노조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지 2012년 7월 31일자 ‘초점, 하나-외환銀, IT통합 어디까지…’ 제하의 기사 참조>

특히, ‘IT통합=은행통합’으로 간주하는 외환은행 노조는 ‘지주사 IT통합 TFT’ 구성을 원천차단하는 한편, IT통합 논의 중단까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 외환은행 노조는 “IT 통합 계속하면, ‘끝장투쟁’ 불사”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본점 앞에서 하루 세 차례 연속집회에 나선다고 밝혔다.

노조는 하나지주가 ‘2014년 초까지 IT 통합 및 제도, 프로세스, 금리, 상품체계 등 사전통합’ 계획을 폭로한 7월 20일 성명 이후 마치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관련 작업을 계속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27일 김정태 회장이 외환은행 IT 부서장들을 직접 소집, 노조로부터 외환은행 경영진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을 산 데 이어 4개 업체에 컨설팅 제안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TFT 구성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금 IT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최소한 5년이 지난 이후 통합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던 2.17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하나지주가 금융당국과 함께 국민 앞에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친다면 외환은행 전 직원의 ‘끝장투쟁’을 포함한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銀 노조, 7월 18일 하나지주 워크샵 자료 ‘공개’ =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성명과 더불어, 지난 7월 18일 하나금융그룹 ‘미래발전 기획단’이 임원워크샵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IT비용절감’ 제하의 이 자료에는, 목표, 주요 기대효과, 중요성, IT 통합 로드맵 등이 담겨 있다.

IT비용절감의 목표 관련, 자료는 ‘IT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2014년까지 IT를 통합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기대효과 관련, 자료는 2014년부터 인건비를 제외하고 연간 약 1000억원의 직접 지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IT 통합을 위해 제도, 프로세스, 금리, 상품체계 등이 사전통합 돼야 하고, 수치없이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돼 있다.
이어 제도, 프로세스, 고객응대 방법 등의 통합으로 약 500억원 이상의 부수적인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기대효과를 반영, IT통합은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영역이며,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통합에 약 1년 6개월여의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조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IT부문 로드맵에는 이같은 주장의 실행일정이 수록됐다. <그림 ‘IT부문 로드맵’ 참조>

▲ 지난 7월 18일 하나금융그룹 임원워크샵에서 발표된 'IT통합'일정. 자세하지는 않지만, 조기 IT통합을 이루겠다는 하나금융지주 의중이 엿보인다.

IT, 그룹웨어 통합, 규정 및 프로세스 일원화, 그룹 리스크 관리 등 부문에서 2014년 상하반기까지 자세하지 않은 일정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주석에는 ‘내규 및 프로세스 일원화 및 감독규정 예외인정 여부에 따라 일정변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이 로드맵 하단의 주석이 ‘법인이 다른 은행이 하나의 IT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현행 감독규정에 대해 금융당국 로비를 통해 예외승인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갈등 봉합 쉽지 않을 듯 = 노조 측이 이같은 강경한 태도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지난 8월 27일 김정태 회장이 외환은행 IT부장들을 직접 만나면서 촉발됐다.

김정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주사에 IT 통합 TFT를 꾸릴 예정이니, 직원 등 파견에 적극성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7월 하나금융지주는 미래발전기획단 산하에 ‘IT통합 TFT’를 꾸리고 외환은행에 인력 파견을 요청, 안모 팀장과 주모 팀장을 선정한 바 있다.

노조 반발로 이같은 파견 근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같은 김 회장의 행보가 미래발전기획단 활동이나 IT통합 TFT 등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TFT 구성 무효와 IT통합 중단’까지 싸움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5년 이후 IT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지난해 합의사항을 내세우는 노조와, 이를 무력화하고 IT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지주사의 평행선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