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 낮아…김흥운 CIO 행보 논란

8월 중순 엔터프라이즈 컨설팅(EA)을 완료하고, 최종 보고회를 앞두고 있는 경남은행(은행장 박영빈) 김흥운 CIO가 ‘우리FIS 배제 후 차세대 추진검토’를 지시한 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계열 구조상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두 조직의 수장간 갈등이 지속될 경우 경남은행 차세대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약 2개월전 경남은행 김흥운 CIO가 “우리FIS를 배제하고, 차세대를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는 비공식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이렇다. 은행이 차세대 EA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에서 ‘플랫폼의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에 맞춰 일정과 각 아키텍처를 마련하게 된다.

각 아키텍처는 DA, TA, AA, BA 등으로 나뉘고 그 깊이에 따라 플래너, 오너, 디자이너, 빌더로 구분되는 포바이포(4x4) 매트릭스 구조로 이뤄진다.

시중은행이 오픈계열이냐, 메인프레임이냐를 놓고, 자체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경우가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지난 7월경 김흥운 CIO는 권숙교 우리FIS 사장과 “유닉스냐, 메인프레임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FIS 안팎에서는 그동안 메인프레임 플랫폼을 강력히 주장해 온 권숙교 대표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한결같은 논리를 폈다고 전했다. <본지 ‘2011년 8월 8일자 우리FIS, 계열은행에 차세대 훈수’ 제하의 기사 참조>

경남은행 차세대 추진 배경은 현행 메인프레임 기반 캡 미들웨어가 유연하지 않다는데서 출발했다. 차세대 플랫폼 방향이 ‘오픈계열’로 정해질 가능성은 이미 추론이 가능했던 부분.

겉만 보고 해석하면, 김흥운 CIO가 유닉스 기반 차세대개발을 주장한 배경이 이같은 은행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막은 다르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2010년 여름, 국민은행을 떠나기 전까지 김흥운 CIO는 친 IBM 성향의 메인프레임에 높은 선호도를 갖고 있었다.

즉, 진영을 갈아탄 ‘김 CIO의 변화’는 경남은행을 위한 ‘변화’라기 보다 지난 2010년 국민은행 장애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금융IT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컨대, 김 CIO는 2010년 6월 국민은행 장애이후 예상보다 조기 퇴직하게 된다”며 “그 장애원인을 IBM 메인프레임 폴트(fault)라고 추론할 경우, 메인프레임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전했다.

막상 ‘제품(메인프레임)’을 써 보니 ‘가격 대비 그다지 (안정성이) 좋지 않았다’에 무게를 뒀을 가능성이다.

문제는 ‘격론’으로 감정이 상한 김 CIO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우리FIS를 배제하고 차세대를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데 있다.

지난 5월 선임돼 은행 파악에도 부족했을 김흥운 CIO가 지주 ‘쉐어드 서비스’ 체제를 정면으로 배치하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지주 계열 KB데이터시스템과 우리금융지주-우리FIS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김 CIO가 비이성적으로 대처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실현가능성이 낮은 ‘시위’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시위’에 그칠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김 CIO에 대한 우려가 400억이 넘는 돈을 투입하는 ‘차세대 걱정’과 겹치는 대목이다.

한편, 경남은행은 9월초 ‘EA컨설팅’ 완료보고회를 갖고, 빠르면 4분기 관련 SI 사업자 선정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플랫폼은 오픈 계열 ‘C’ 언어가 유력해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