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계약해지 전까지 고민했었다”

SK C&C(대표 정철길)가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해 온 통합모바일 플랫폼 ‘넥스코어 모바일’ 제품이 ‘되는 기능’보다 ‘안되는 기능’이 많았던 제품인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제품으로 SK C&C는 작년 우리은행 ‘스마트기기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에 제안, 채택된 후 은행, 우리FIS 등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고, 작년 12월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하고 올 1분기에 완료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11년 우리은행, 우리FIS, SK C&C가 공동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넥스코어 모바일 기능관리표’ 총 51개 기능 중 28개는 아예 ‘제공안됨’, ‘확인불가’ 등이고, 나머지 기능은 일부만 제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표 ‘NEXCORE Mobile 기능관리표’ 참조>

▲ 표 '넥스코어 모바일 기능관리표'

이 기능관리표는 “당시 사업은 실력으로 수주했다”는 SK C&C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어떤 사업이었나 = 지난 2011년 4월 11일 우리은행은 12월 사업완료를 목표로 우리FIS를 통해 ‘스마트기기 통합플랫폼’ 구축 제안요청 공고를 낸다.

이 사업은 안드로이드, iOS 등 스마트폰 이기종 운영체제를 극복하는 우리은행 독자적인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내부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하고, 나아가 대고객 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 개발 용이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사업초기부터 삼성SDS 통합모바일 플랫폼 제품과 SK ‘넥스코어 모바일(Nexcore Mobile)’ 제품이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기업은행을 레퍼런스로 확보한 삼성SDS가 유리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깨고, 개념검증(PoC)을 통과한 SK C&C가 채택된다.

이후부터 논란이 거듭된다. PoC 과정에서 SK C&C가 기능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밝힌 대다수의 기능이 본 사업에 착수해서는 제대로 기능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은행과 우리FIS는 난감해졌다. 이 사업의 완료시기는 12월. 확보한 예산도, 사업기간도 늘리기에 부족한 터라 패키지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

급기야 우리은행과 우리FIS는 SK C&C와 계약해지를 결정, 우리FIS 권숙교 대표의 사인까지 확인했다.

2011년 7~8월경. 이 시점에서 상황이 반전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이 권숙교 대표에게 SK C&C가 자체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우리은행에 맞는 플랫폼 개발을 약속했으니, 계약해지를 철회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 경영진이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에게 ‘선처’를 부탁했다는 설이다. 두 회사 사이에 어떤 특별한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SK C&C가 우리FIS와 함께 ‘개발 산출물 라이선스는 양사가 함께 보유한다’는 단서를 달고,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렸다는 설도 제기했다.

물론, 본 사업에서도 우리FIS 담당 PM이 두 번이나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SK, “우리은행이 많은 요구를 했다” = SK C&C 관계자는 “(금융)사업부 의견에 따르면, 당시 우리은행 사업은 ‘실력’에 의해 수주했고, ‘가격이견’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려고 했다. ‘실력’ 운운은 터무니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은행 영업 과정에서도 SK는 “우리은행 계약이 늦어진 이유는 가격이견과 은행이 너무 많은 요구를 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