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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IT |
웹캐시, HP 상대 남부지검에 ‘형사 고소’산업은행 인터넷뱅킹 제안 배임의혹 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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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나오면 30억대 ‘민사소송’ 예정
산업은행 인터넷뱅킹 구축 사업자에 탈락해 이익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웹캐시(대표 석창규)가 한국HP 함기호 사장 등을 상대로 28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의 내용은 웹캐시를 대신해 산업은행 인터넷뱅킹 구축 사업 제안에 주사업자로 참여한 한국HP가 자사와 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고가로 입찰에 참여, 사업을 수주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묻는 성격이다.
◆산업은행 인터넷뱅킹은 어떤 사업인가 = 사건의 정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은행 인터넷뱅킹 구축 사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24일 산업은행은 ‘홈페이지 및 인터넷뱅킹 재구축’ 공고를 냈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은 약 1년전부터 개인뱅킹 사업 확대에 따른 전자금융 강화를 내세우며 올해 인터넷뱅킹 재구축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전해왔다.
웹캐시의 주장에 따르면, 이미 1년전부터 이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은 발주 과정에서 예정가격(이하 예가)을 공개한다. 이번 사업의 예가는 사업예산 248억 9300만원 이내로, 은행 홈페이지 및 인터넷뱅킹 246억 9300만원 이내, 산은금융지주 홈페이지 2억원 이내로 확정, 제안토록 유도했다.
이 가격은 이미 2월 24일 제안요청서 배포 과정에서 입찰 요건으로 모든 제안사에 전달된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일정을 진행한 결과, 3월 16일 제안서 마감, 19일 제안설명회, 20일 삼성SDS-이니텍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다.
◆“예가도 이하도 아니고, 어떻게 300억 제안”이 가능한가 =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사업에 수주 가능성을 높여왔던 웹캐시는 탈락의 원인이 ‘한국HP의 비상식적인 제안구조’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보도자료에서 웹캐시가 밝힌 의혹은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어떻게 300억을 제안하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웹캐시는 “공공성이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예산이 공개되고, 공개된 예산 범위내에서 입찰을 하는 것이 기본이며, 전략적으로 적게는 10%, 많게는 30% 이상까지 할인해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고 보도자료에 밝혔다.
두 번째로, “웹캐시는 제안설명회 10일전, 즉 3월 12일경 견적금액 조정 협의에서 HP로부터 최종 취합 금액이 230억이라는 결과를 듣고, 상호 협의하에 프로젝트 수주 성공 금액(약 200억 이하)으로 줄이자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웹캐시는 “HP가 기존 취합된 230억을 초과해 300억 이상으로 일방적 입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전략적으로 제안가격을 낮추자는 합의에 따라 웹캐시는 3월 12일 오후 HP 영업총괄 권모 이사와의 통화를 통해 당사 견적 금액 약 8억을 추가할인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할인은 타 협력사(웹에이전시: 매그넘빈트)도 동의했다는 게 웹캐시 주장이다.
즉, 웹캐시, 매그넘빈트 두회사의 할인가격을 합해 15억 이상을 뺀 215억 이하로 제안됐어야 한다는게 웹캐시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웹캐시는 “제안요청서에서 요구한 H/W 스펙에 대해 경쟁사인 삼성SDS에는 요구 스펙 기준에 부합하는 H/W를 제공했으나 정작 HP측 제안에는 요구스펙에 미달하는 H/W스펙을 제시해 제안 설명회시 요구사항 미달로 산업은행이 이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표 ‘산업은행 인터넷뱅킹 재구축 시스템 표준 사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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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산업은행 '인터넷뱅킹 재구축 제안 HW표준사양' |
웹캐시는 다만, 산업은행에 제안한 삼성의 스펙이나 HP 스펙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같은 웹캐시 주장에 대해 한국HP는 공식입장을 자제한 채 검찰청 고소 내용이 송달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HP, 왜 이같은 제안을 했나 = 웹캐시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의 쟁점은 ▲HP 300억 제안의 근거 ▲삼성 밀약설의 수혜자 등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웹캐시 주장대로 단순히 ‘한국HP-삼성SDS’ 담합일 경우, HP가 들러리를 섰다는 얘기인데 이는 치밀함이 떨어진다.
‘삼성-HP’ 두 회사가 담합을 맺었다면, 제안가격을 협의하는게 통상적이다. ‘담합’을 전제로 할 때, 삼성SDS가 300억대를 제안하겠다는, HP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금융IT 업계는 삼성SDS가 230억원대 전후로 제안했을 것으로 전했는데 이같이 큰 차이를 보이는 ‘담합’은 ‘티가 많이’ 난다는 지적이다.
이미 합의된 230억-α를 파기하기 위한 한국HP의 근거가 무엇이었느냐 하는 점은 향후 검찰 조사과정에서 ‘제안가격의 타당성’을 따지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즉, HP 안팎에서 주장하는 ‘협력사 합의 실패’가 원인일 경우, 웹케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고소가 성립되기도 쉽지 않아진다.
반대로, HP측이 웹캐시와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아울러 300억 제안가격 근거가 부족할 경우 HP는 30억 이상의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삼성SDS 담합으로 이익을 보는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웹캐시 못지않게 HP도 산업은행 인터넷뱅킹 구축 사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특히,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서버는 HP, DBMS는 오라클을 제안해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로 HP는 영업력을 발휘해 왔다.
웹캐시가 ‘삼성이 제안 막판 IBM 서버에서 HP 서버로 바꿔 제안한 것 같다’고 밝힌 대목은, 이같은 정황과 차이를 보인다.
HP는 자사가 낙찰되던, 삼성이 낙찰되던 서버 공급권을 갖게 되는데, 왜 삼성SDS와 담합을 맺고, 또 얻는 혜택이 무엇이냐고 주장한다.
덧붙여, HP 내부에는 서버를 공급하는 사업부와 SI 인력을 공급하는 서비스 사업부가 있는데, ‘자기 매출을 포기하고 이같은 제안에 동의해 줄 서비스 사업부가 어디 있겠느냐’는 HP 안팎의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HP가 ‘별로 남지 않는 SI는 포기’하자는 공감대가 있었을 수 있다. 이 경우, 역시 300억 제안의 의문을 남긴다.
또, 서버가격은 230억 중 수십억에 불과한데, 전체 매출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HP 입장에서 담합의 배경이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누가 어떤 이익을 위해 이같은 무리한 제안에 나섰느냐를 밝히는 과정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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