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작년 추석연휴 전후 메인프레임 증설
셋…현 IT부서 일각 ‘장애원인’ 달라 주장

지난 25일 전산장애 관련, 우리은행(은행장)이 ‘용량부족’이라고 내린 결론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피크타임이 지난 4시 이후 장애라는 점 ▲얼마전 증설을 마쳤는데도 용량이 부족했다는 점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거래지연’ 사태는 있어도 시스템이 다운되는 사례는 드문 경우라는 등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장애 시간은 4시 이후, 영업점 문닫았고 피크타임 지났다” = 25일 장애관련, 현재 우리은행의 공식입장은 “거래량 폭주로 인한 용량부족”이다.

장애시간은 4시, 4시 30분, 4시 40분 이후 등 다양하게 전달되고 있다. 공통점은 4시 이후 장애라는 점이다.

설 명절 직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은행의 거래량 폭주시간은 ‘영업점이 열려있는 11~3시’에 몰린다.

특히 이번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객 이체업무는 3시 이전에 몰리고, 4시 이후에는 센터컷(자동이체)이 몰린다.

은행의 센터컷은 대부분 영업점 개점시간 9시 이전, 또는 폐점 후 6시 이후로 설정돼 사실상 장애의 직간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은행 영업점 폐점 이후라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 거래량이 늘어났을 가능성은 높다.

우리은행 한 지점장은 "당일 인터넷뱅킹 서버에는 제대로 접속이 됐다. 로그인 이후 이체거래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혀, 거래량 폭주로 인한 IT시스템 다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5일 현상만 분석하면, 마비됐던 영업점 업무가  5시 30분경 요구불예금 등 소위 내부거래는 정상 복구됐다. 그러나 6시가 지나도 타행으로 이체업무는 복구되지 않았다.

추론하면, 우리은행이 주장하는 용량부족이 성립될 ‘시간적 연관성과 업무적 최소요건’이 부족하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연말연초 메인프레임 증설” 주장 나와 = 우리은행은 통상 명절 전 메인프레임 증설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연말과 설 명절을 위해 일부 증설을 마친 것으로 제보하고 있다.

다운된 시스템은 계정계 1호기 서버다. 지난 2010년 이후 증설 계획에 따르면, 현재 4603밉스를 사용중이다.

계정계 1호기는 주로 요구불예금, 타행환 등 업무를 주로 처리하는 서버로 CF(Coupling Facility, 병렬시스템간 정보 공유 장치) 형태의 약 2279밉스까지 확장돼 있다.

즉, 계정계 1호기 메인프레임은 ‘용량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적어도 6000(6882)밉스 이상이 탑재돼 운영 중이다.

계획에 따라 증설했다고 가정할 경우, 계정계 2~4호기 모두 각각 4603 밉스를 사용, 하나의 시스템이 다운될 경우 나머지 3대에서 백업 처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계정계 메인프레임 용량의 합은 계정계 1~4호기의 합계 1만 8412밉스, 장애 등 유사시에 대응하는 CF 1~2호기 4558밉스를 합해 총 2만 2970 밉스를 보유하고 있다.

1밉스(MIPS, Million Instructions per Second)가 초당 100만개의 명령을 처리하는 속도라고 보면, 우리은행이 보유한 시스템으로는 초당 229만 7000개의 명령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보유량은 IBK기업은행보다 적어도 2배 이상에 달하는 용량으로, 우리은행 거래량이 기업은행에 비해 2배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은행 감사부서 등이 챙겨볼 대목은 ▲2010년 OIO 이사회 의결 이후 용량 증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 ▲정상적으로 증설됐다면, 2004년 가동하기 시작해 약 7년 이상 운용중인 현행 시스템의 용량을 예측하지 못한 원인 및 대책 ▲‘용량 부족’이 아닌 다른 장애원인 가능성 ▲관리자 책임 소재 등으로 요약된다.

물론 ‘용량부족’이라는 표현이 ‘계정계 1호기 다운이후 병렬시스템 플렉스로 전환했으나, 나머지 3대의 용량이 부족해 부득이 모든 시스템이 다운됐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 역시 수년간 운영해온 우리은행이나 우리FIS가 놓치고 지나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리은행의 문제점은 그러나 이같이 용량부족이라는 근거가 떨어지는데도, 감독기관에 ‘거래량 폭주로 인한 용량부족’이라고 보고했다는 점이다.

◆감독당국에 ‘용량부족’ 허위보고 의혹 = 우리은행은 장애 이후 곧바로 26일 금융감독당국에 ‘거래량 폭주로 인한 용량부족’이 장애원인이라고 보고했다.

감독당국은 용량 부족의 원인을 찾아 최소 30% 이상 여유용량을 확보하도록 하고 그 확보 기간을 골자로 하는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의혹에 대해서 금융감독당국은 다소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이 감독기관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타행환 업무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은 처음 듣는 얘기로 감사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규명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온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우리FIS가 자칫 전자금융감독규정의 첫 징계 대상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