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와 x86서버 아키텍처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HP의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서버 플랫폼 전략을 예고한다. 한 박스에 아이테니엄 블레이드 인클로저와 제온 블레이드 인클로저를 모두 탑재, 이를 개방형 단일 플랫폼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 핵심 사상이다.

오딧세이 프로젝트가 나온 배경은 복합적이다.

◆“IDC, 오직 2개의 운영체계만 남을 것” = 무엇보다 서버 플랫폼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에 대비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읽혀진다. 이와 맞물려 요즘 대세인 가상화 및 클라우드 플랫폼의 도입을 고려중인 고객에게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HP가 일부 서버벤더들의 종속(lock-in) 전략에 제동을 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IDC는 오직 2개의 운영체계만 남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해 내놓은 바 있다. 그 운영체계는 리눅스와 윈도우이다. 이 두 운영체계의 핵심 프로세서가 x86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x86서버가 앞으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x86서버가 최근 몇 년간 가상화 및 클라우드의 바람을 타고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반면 유닉스 서버가 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IDC 보고서 외에 일부 서버 업체들도 “앞으로 유닉스 서버가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이런 전망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잘 알다시피 HP는 x86서버 시장을 절반 넘게 차지할 정도로 이 시장의 절대 강자이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x86서버 시장의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유닉스 서버이다. 앞으로 플랫폼의 지각변동에 따라 어떻게 해서든지 유닉스 서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유닉스서버 벤더도 마찬가지이겠지만 HP는 특히 ‘수퍼돔’이라는 유닉스 서버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낸 벤더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유닉스에서 x86으로 마이그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기존 유닉스 서버 고객을 붙잡고자 하는 바람이 바로 오딧세이 프로젝트에 담겨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오딧세이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는 아이테니엄과 HP-UX 기반의 미션크리티컬한 시스템을 x86 기반의 윈도우 및 리눅스 환경에서도 지원하는 것”이라는 HP의 설명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할 사실이 있다, HP가 기존 유닉스 서버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HP는 “유닉스 서버의 핵심 프로세서인 아이테니엄의 차기 로드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고, HP-UX도 2022년까지 보증한다”면서 “HP는 팔리지 않아도 시장을 지킬 것이다. 이런 점은 이미 약속한 로드맵을 지키지 못하는 다른 유닉스 서버 벤더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P 오딧세이는 개방적이며 통합적인 단일 플랫폼” =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달라질 IT 환경, 특히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P는 “CIO들은 클라우드 도입의 문제점으로 보안문제를 비롯해 벤더종속, 성능 및 안정성,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존장비의 통합 구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딧세이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이러한 의미는 HP 맥 휘트먼 신임 CEO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발표한 향후 사업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맥 휘트먼의 발표 내용은 “HP의 핵심 역량인 하드웨어 인프라에 집중하고, 인프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로 확장, 이를테면 이미 인수한 버티카, 오토노미 외에 보안 솔루션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 환경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보안 등의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이다.

HP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특정 플랫폼으로 고객을 묶어두려는 경쟁사의 전략에 반기를 들고 있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특정 소프트웨어를 특정 서버 플랫폼에서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경쟁사의 전략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차기 아이테니엄에서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 HP에게 큰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이테니엄 기반 서버 시장에서 최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HP가 오라클의 이런 조치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 봐야할 사실은 HP가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이례적으로 여러 업체들과 공동으로 공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HP는 “경쟁사와는 달리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단일 플랫폼으로 고객의 IT환경 개선은 물론 기존 투자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HP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아이테니엄에서 운영되는 14,000여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별다른 튜닝 작업없이 x86서버에서도 그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전략이다.

◆“특정벤더의 종속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 = HP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고객들이 특정 벤더의 종속 전략으로 부터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면서 “지난 1990년대 거세게 불었던 클라이언트  서버(C/S) 바람에 이어 또 한번 개방형 시스템 세력을 규합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HP의 오딧세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오는 2013년 말에 나온다. 일정대로라면 HP는 유닉스와 x86서버 통합 플랫폼을 갖춘 첫번째 업체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과연 서버 플랫폼의 판도가 얼마나 바뀌고, 누가 살아남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