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고민 안보여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제2금융권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제2금융권의 일부는 ‘누가’ 하는 대로 따라하겠다는 등 수동적 대응책을 보이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자금융감독규정의 내용이나 ‘금융회사 IT부문 보호업무 모범규준’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어설프게 규제개혁위원회가 손을 댄 게 문제”라며 “정책이 한차례 혼선을 겪고 나자 일선 현장의 혼선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행계획서 양식을 만들어 금융회사에게 제공할 예정”이라며 “규제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만들겠지만 이 내용으로 부족하면, 추가 설명자료 제작 및 배포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금융그룹 계열사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은 삼성SDS를 통해 사실상 토탈 IT아웃소싱을 수행중이다.

삼성생명 총 직원수는 6070명(6월말 전자공시 기준)이다. 전자금융 감독규정 2.5% 룰을 적용할 경우, 최소 확보인력수는 약 151명 선이 된다.

삼성화재 총 직원수는 5300여명(올해 3월 31일 기준)이다. 절대기준으로 IT 내부인력 132명 확보가 기준이 된다.

삼성카드는 총 3200여명(2010년 12월 31일 기준) 직원수 대비 IT 내부인력 확보 기준은 80여명 가량이다.

삼성증권은 전자금융감독규정을 예견이라도 한 듯 지난해 12월 이후 단계적으로 삼성SDS 인력 이전 및 자체 인력 충원에 나서 개정안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열사가 내부인력으로 확보해야 하는 인력이 2.5% 적용 절대기준으로 보면, 약 360명 이상이 된다.

즉 삼성SDS에서 아웃소싱 하는 인력 중 360여명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SDS 측은 금융계열사 IT아웃소싱 수행인력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갑’ 회사의 의중에 따를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IBM과 IT아웃소싱을 수행중인 교보생명은 전자금융감독규정 대응 관련, 인력 재편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30여명 가량이 한국IBM 소속으로 시스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고, 개발인력은 교보생명 소속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한화 금융계열,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IT인력을 아웃소싱하는 한화S&C는 약 150여명이 계열회사로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CNI는 관계사 동부생명, 동부화재, 동부증권 등을 대상으로 IT아웃소싱해온 인력 중 약 130여명 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 아웃소싱을 맡고 있는 동양시스템즈는 약 60여명 이전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제2금융권 계열 IT회사의 움직임은 당장 매출 및 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