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진 및 부장단 인사까지 마친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이 인공지능 투자에 광폭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업계 초미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투자규모는 연간 200억원 가량으로, 약 10년 이상 꾸준히 인프라를 늘리고 계열사별 과제 발굴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17일 KB금융그룹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KB금융그룹은 계열사별 인공지능이 필요한 과제를 적극 발굴해 왔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경우 ‘직원용 대출상담 업무’, ‘세무상담’, ‘자금세탁·이상거래탐지·해외계좌신고’ 등 컴플라이언스 등 과제가, KB손해보험의 경우 룰 기반 업무지원시스템(각종 보험관련 문서 처리) 등을 과제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은 이같은 과제의 우선순위 및 적절성, 현업 영향도를 추려 올해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KB금융그룹은 ‘인공지능 시스템’의 구축형 모델을 위한 전방위적 투자도 검토중이다.

대고객용 시스템이던, 내부용이던 민감한 정보들이 많다는 점에서 KB금융그룹의 인공지능 투자는 클라우드형 모델 구현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3년부터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 차원에서, 국내외 인공지능 시스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PoC(개념검증) 등에 나서는 한편, 구축형 모델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해 왔다.

국내외 수개업체를 추린 국민은행은 이들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절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에 약 20여개 과제를 만들어 인공지능 투자가 현업지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구, 검토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이를 본격 실행에 옮기는 단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연간 200억원’ 투자로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기능·성능·기술적 선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자잘하게 투자해봐야 학습비만 지불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IT시스템 성능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리소스가 필요한게 인공지능이다. 10년에 나눠 투자할 돈을 연간 2000억원씩 10년간 적어도 2조원 가량은 쏟아부어야 원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추론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모델은 국내외에서 2~3개에 불과한 게 현실.  

현재 ‘인공지능’이라고 일컫는 수많은 모델은, 대체적으로 룰 엔진 기반에 데이터모델링, 마이닝, 추출, 분석 등 형식 기반에 일부 자동화 기능을 섞어 내놓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공지능 시스템의 학습량, 학습속도, 광범위한 데이터 내 인덱싱·서칭 기능 등이 동시에 운영되기 위한 초고성능 IT인프라가 지원돼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지엽적인 인공지능 투자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행인 점은, 양종희 회장의 인공지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다. 

2023년 10월경, 양종희 회장은 내정자 시절 글로벌 IT회사 회장과 직접 화상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양 회장은 “글로벌 인공지능의 현 상황 및 향후 발전에 대한 의견”을 직접 질의하는 등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2024년 조직개편에서도 KB금융그룹의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KB금융그룹은 기존 부회장급 부문장 제도는 폐지했지만, 디지털/IT조직만 부문제를 유지하도록 해 그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영서 디지털부문장(CDO), IT부문장(CITO) 부사장을 선임했고, 정진호 DT본부장(은행 겸직), 허윤 고객경험디자인센터장(은행 겸직), 육창화 AI본부장(은행 겸직), 오순영 금융AI센터장(은행 겸직), 오상원 IT본부장(은행 겸직), 박기은 그룹 아키텍처 센터장(은행 겸직), 김주현 그룹클라우드센터장(은행 겸직) 등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전 윤종규 회장의 ‘수렴청정’ 인사라는 논란도 있지만, 양 회장의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룹 경영진의 관심, 조직셋팅, 로드맵 마련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KB금융그룹이 각론에 있어 투자규모를 광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