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회장 김승유)의 IT아웃소싱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하나금융그룹 및 하나은행에 따르면 올 1월 1일자로 은행 정보전략본부장 직위를 갖고 있던 유시완 본부장을 하나아이엔에스(I&S) 상무로 발령했다.

하나은행 정보전략본부는 조봉한 현 CIO와 유시완 본부장 두명이 모두 본부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정보전략본부 대외 공식책임자는 조봉한 CIO이지만 차세대시스템 등을 거치며 실질적인 업무처리는 유시완 본부장이 도맡아 왔다.

이번 인사이동으로 하나은행 정보전략본부는 조봉한 CIO 직할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전산부 일각에서는 유시완 본부장의 이번 이동을 놓고 “경영진이 아웃소싱을 촉진시키려고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하나은행 IT아웃소싱이란 = 지난 2009년 하나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개발 완료와 동시에 전면적인 아웃소싱을 시행코자 했다.

당시 전략의 뼈대는 2009년 10월까지 IT기획업무 일부만 남기고 그룹 자회사 IT인력 전부를 하나아이앤에스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은행 노조 및 당시 하나대투증권 직원들이 천막 농성 등으로 반발했고 2010년 일부 인력의 하나아이엔에스 이전으로 문제는 간신히 일단락됐다.

통상 금융사에서는 직원이 IT아웃소싱 회사로 이전해 갈 경우 일종의 ‘이전보상’ 성격의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하나대투증권이 반발했던 가장 큰 이유가 ‘희생’에 대한 대가없이 이전하라는 지주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사에서 IT회사로 이전의 경우 ▲사회적 위상 하락(신용등급 등) ▲금융계열사 대비 지속적 급여/복지수준 하락 ▲금융기관 직원으로서 기회 상실(현업 순환보직 기회 상실) 등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밀어부치다가 결국 2010년 특별 인센티브(월급여 300%) 지급, 일정 기간후 금융회사로 이전을 전제 조건으로 합의를 마쳤다.

한판의 홍역을 치룬 하나금융지주는 이후 IT아웃소싱 논의를 잠정중단하고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가 최근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외환은행 인수전이 완료되자 수면 아래 있던 IT 아웃소싱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하나은행은 조봉한 CIO 지시로 외환은행 통합을 전제로 한 TFT를 정보전략본부에 출범시키는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승유 회장 “법인 존속” 약속 이행할까 =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후 법인을 3년 이상 존속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지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할 때 나온 하나금융지주와 분리 인수설이 새삼 화두가 된다.

이 시나리오의 골자는 HSBC는 한국내 영업망 확충에 국내점포가 필요하고, 하나은행은 글로벌 경영에 해외 영업망이 필요했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쪼개서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김승유 회장도 “외환은행을 전부 인수할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김 회장은 국내 영업망만 놓고 볼 때 동일 유사업무를 하는 영업점이 많고 따라서 인수합병 비용에 덧붙여 인력구조조정 비용이 만만치 추가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외환은행 인수만을 놓고 해석할 때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김승유 회장의 이같은 지론은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지주가 브랜드와 관련해 ‘외환은행’ 상호를 중심으로 하나은행을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업계에서는 김종열 사장이 밝힌 외환은행 브랜드 유지가 김승유 회장의 물리·화학적 법인 통합을 연기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전면적 아웃소싱 신호탄 =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볼 때 전산시스템의 전면적인 아웃소싱 추진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산시스템 확보가 향후 은행의 물리화학적 통합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은행 IT부문이 하나아이엔에스로 우선 통합되면서 비용 및 인력운용 등 다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유시완 본부장의 하나아이엔에스 발령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하나은행에서 ‘토사구팽’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차세대시스템 성공 가동, 원만한 상하관계 등을 종합할 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음은 하나은행 전산부의 좌장격인 유 본부장이 자회사로 옮겼으니 단계적으로 은행 전산부의 이전을 공식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김승유 회장과 고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경영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아웃소싱의 과제를 조봉한-유시완 투톱체제에서 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용장’ 성격의 조봉한 CIO와 ‘덕장’ 스타일의 유시완 상무 조합을 외환은행 통합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김승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나은행 노조는 “6일 인사이동 결과를 지켜보면 경영진의 의중이 파악되지 않겠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