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전산시스템 통합 시나리오 초미의 관심

내년 이후 은행권 IT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침체가 예고됐던 금융IT 업계가 ‘합병’이라는 뜻밖의 호재로 술렁거리고 있다.

특히 예고된 은행간의 합병은 규모 자체가 방대한 데다 해당 은행들이 비교적 IT투자를 많이 해왔다는 점에서 IT업계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은행권 합병의 초미의 관심사는 하나-외환은행 시나리오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급선회하면서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합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초대형 은행 탄생에 대한 KB국민지주의 경계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중국 공상은행 참여로 매각 절차에 탄력을 붙인 광주은행의 행보 역시 관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또 산은금융지주의 민영화 및 차세대시스템 투자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의 이같은 빅뱅 시나리오에 늘 따라다니는 IT통합 전략을 미리 그려본다.

◆동일 유닉스 계열의 하나-외환은행, IT통합 쉬울 듯 = 가령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IT 통합 전략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10월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하나은행의 경우 IBM 유닉스서버에 티맥스소프트 ‘프로프레임’을 사용 중이다.

프로덕트 팩토리, MCA 등을 도입해 운영 중인 최신 시스템이다. 특히 프로덕트 팩토리는 자바 사상을 가미했다는 점이 다른 C 버전 프레임워크 운영 은행과 차이를 보인다.

외환은행의 경우 2005년 2월 IBM p690 유닉스시스템 기반에 현 큐로컴의 ‘뱅스’ 프레임워크를 사용 중이다. 계정계 서버는 최근 파워7 새 장비로 교체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할 경우 동일 유닉스 계열 사상 기반에 C 버전이라는 점에서 물리적, 화학적 통합의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합병 후 IT 통합은 경영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다르다. 과거 하나-서울은행은 합병이 결정된 후 곧바로 데이터 통합에 나선 케이스이고 신한, 조흥은행 합병의 경우 2~3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IT를 합병했다”면서 IT통합의 사전 정지작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IT 통합 역시 두 은행의 현 IT 현황분석을 시작으로 장단점 분석 등이 선행된 후 통합에 나서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나, 외환은행 합병이 성사될 경우 두 은행의 통합 전산센터에 대한 이슈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하나은행은 분당에 IT센터를 갖고 있지만 물리적 상면공간 부족으로 신축이 필요한 상황이고 외환은행은 LG CNS 상암동 데이터 센터를 임대해 사용 중이다.

◆ANZ,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 최근 실사까지 마친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그동안 글로벌 은행의 관례로 볼 때 IT 전략을 새로 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글로벌 은행이 로컬에 진입한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의 경우 글로벌 표준에 따라 IT 투자전략을 추진한 탓에 그다지 왕성한 투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IT에 대한 오너십 역시 인수 당시 CIO 체계를 유지하는 등 투자도 없었을 뿐더러 관심도 크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론스타의 경우는 좀 달랐다. 외환은행 인수 후에도 현 장찬웅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지원을 늘려온 경우다. IT 투자에 대한 현업의 이해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NZ의 한국진출은 동북아시아 공략의 하나”라며 “IT 오너십은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계 은행은 IT시스템 아웃소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IT정책 구사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ANZ가 사용중인 계정계 프레임워크가 ‘뱅스’라는 점은 IT투자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초대형 은행 탄생 시나리오 ‘우리-신한은행 합병’ =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행보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은 신한지주 사태가 가져오는 파장을 경영진 교체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금융지주와 합병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에 착수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같은 분석은 올 중반까지 청와대 의중이 하나-우리은행 합병 시나리오였지만 인수자금 등 측면에서 하나은행이 열세인 상황에서 제2의 변양호 사건 같은 각종 문제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일본에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한지주 일본계 투자자들의 설득에 이철휘 전 사장이 첨병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설이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 윤곽은 오는 26일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마감 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만 놓고 볼 때 양 은행의 IT통합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두 은행의 합병이 결정될 경우 단기간에 고객정보 통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크기도 커지지만 통합 IT시스템 관련 검토 대상도 많기 때문이다.

계정계 뿐만 아니라 업무 시스템이 방대하기 때문에 재사용해야 할 애플리케이션과 단일 시스템으로 묶어야 할 시스템의 검토대상 솔루션이 수백만본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IT센터 전략의 대폭적인 수정도 불가피해 한국 금융IT 업계 최대의 전산통합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광주은행 매각과 전북은행의 행보는 = 지난주 금융권을 술렁이게 한 사건은 중국 공상은행의 광주은행 인수전 참여 선언이다.

그동안 삼양사 그룹의 대표선수격인 전북은행이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새로운 시나리오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누가 광주은행을 인수할지 모르겠지만 IT전략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은행 매각을 선언한 이후 우리금융지주 소속 IT인력이 은행에 다시 흡수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 역시 인수 주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행의 인수가 확정된다면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인력의 은행 흡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규모 통합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광주은행은 메인프레임 CICS 코볼 구조로 계정계를 운영 중이고 전북은행은 HP 수퍼돔 기반 옛 IMS시스템 코어뱅킹 솔루션, 티맥스소프트 미들웨어를 사용 중이다.

구조가 다른 계정계와 두 은행 모두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많아 통합을 기점으로 신시스템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 공상은행이 인수할 경우 IT전략은 대주주 의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외국계 은행은 국내 진입 후 현 IT시스템 유지 후 IT현황 분석, 투자전략 수립 등의 순으로 IT전략을 펼쳐왔다.

대구은행이 지주사 설립을 전제로 광주은행을 인수할 경우 두 은행은 (가칭)DGB금융지주 산하 대구은행, 광주은행으로 분리,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정서상 광주은행 간판을 바꿔 단다는 것이 부담이 되고 따라서 현 IT시스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경영전략상 광주은행의 IT ROI 분석, 이후 신시스템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대구은행은 현재 2011년 6월 가동을 목표로 신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산업은행 내년 IT전략은 = 민영화 얘기가 왕성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보가 없는 산업은행의 경우 내부방침은 ‘스텝바이스텝(Step-By-Step)’ 방식으로 IT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업은행은 차세대시스템을 빅뱅 방식으로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차세대시스템 개발 중 발생할 수 있는 경영전략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2011년 플랫폼 일부, 정보계 투자, 채널 등 일부 업무를 중심으로 IT투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전자금융과 본점에 있는 IT센터 이슈도 종합 점검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그 일환으로 다음 달부터 그룹웨어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11월 29~30일 주요 SI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다만 이같은 전략 도출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 컨설팅 시행 관련 내부방침은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