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권 쉐어드 서비스 센터(SSC)가 유행처럼 논의되고 있다.

부산은행이 차세대시스템을 시작하면서 IT자회사 및 SSC 논리를 들고 나왔고 어윤대 회장이 들어서자 마자 SSC가 불거졌다.

기업은행이 SSC 전단계에서 IBK시스템을 통해 통합구매를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몇몇 컨설팅 회사 설명대로라면 신한금융지주도 조만간 SSC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들 금융사들의 SSC 전략 검토는 이미 수년전부터 이어오는 얘기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SSC는 금융사, 특히 은행이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고 이후 지주사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산물이다.

그룹 자회사 IT자산을 공유 및 분산처리해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의 IT자회사 운영 논리중 하나가 SSC다.

금융그룹이 대형화하는 조건 중 하나는 기존 회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각 자회사 IT자원(서버, 시스템, DB, 인력 등)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주사 경영진은 생각한다.

실제로 은행내 유가증권 업무 운용 담당자와 증권사 유가증권 업무 담당자의 대상 업무나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운용하고 있는 자금의 크기나 대상 고객 또는 시장, 포트폴리오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한방에 다 정리해’식의 밀어붙이기가 상당수다.

KB금융지주 SSC 제안설명회에 나온 AT커니, 액센추어, 한국IBM은 기회는 지금이라는 식으로 SSC를 하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문제없던 IT 운영을 SSC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시인' 취급하는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당부하고 싶은 건 ‘SSC 한방'에 자원이나 직원 로열티, 비용절감 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원은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말, 분기, 반기 결산을 앞두고 있는 재무관리부서가 각종 회계시스템이 느려지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휴자원과 한가한 시간에 대한 정의’와 ‘물리적 접근제어’가 얼마나 정교하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자원 공유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메인프레임 CPU를 사용량에 따라 업무부서에 과금하는 방식을 택했다가 우리은행 사용자, 즉 직원들에게 원성만 높이 샀던 점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SSC에는 직원들의 로열티에 대해 해법이 없다. XX 은행 직원과 XX데이타시스템즈 또는 XX정보시스템 직원과의 자부심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현행 SSC 논리는 은행 직원을 자회사 모델로 이전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은행이 조인트벤처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상당수 은행이 ‘전체 IT인력의 IT자회사行’을 요구하고 있다.

요즘 은행원은 옛날과 달라 고액연봉에 품위있는 직장으로 통하는데 IT자회사로 옮겨갈 경우 이 로열티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가 숙제다.

최근 경남, 광주은행 매각 얘기 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남은 경남, 광주은행 출신 IT인력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IT자회사 모델의 SSC를 시행하면 비용이 절감된다는 얘기도 고민해 봐야 한다. 당장 인력을 대폭 줄여 비용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로 다른 법인간 거래에서 마진, 즉 이익을 남겨줘야 한다.

정부기관이 아니다 보니 이익률 ‘0’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매년 일정비율을 인상해 IT자회사에 이익을 남겨줘야 한다는 얘기다. 비용절감과 관련해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IT자회사 매출의 은행 편식도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연간 총 2800억원 매출 중 2000억원 이상을 은행에서 벌어들였다. 경남, 광주은행을 제외하면 우리은행 의존도는 무려 90%가 넘는다.

매출 다변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외 SI 사업만 놓고 볼 때 삼성SDS, LG CNS가 소싱하는 900~1000만원(M/M) 인건비를 따라가기에는 지금 IT자회사 인력의 1100~1300만원대 인건비가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SSC=IT자회사’라는 논리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개발인력 중심의 지주사 파견으로 각 자회사 신분은 유지하되 개발업무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은행이 추진중인 IT전문가 제도 등을 통해 고용불안 소지를 없애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

‘원샷’에 모든 걸 해결하기 보다 다각적인 툴과 방법론을 적용하고, 각 은행의 현실에 맞춰 풀어가길 바란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