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한국EMC 대표는 1월 29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0 IT Next Big Thing’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대표는 “1980년 개인용 컴퓨터 보급, 1995년 인터넷 등장 등 15년 주기로 IT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2010년에는 가상화와 클라우드가 본격 확산되어 IT 역사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IT 업계 15년마다 큰 변화” = IT업계에 여러 IT 기술 수명주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제 잡지를 읽다가 ‘15년 주기설’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했다. 15년마다 IT에 큰 변화(변곡점)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걸어왔던 IT산업에는 15년을 주기로 어떤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을까?

실제로 지난 IT역사를 되짚어보면 거의 매 15년마다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1980년대의 경우 본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었는데 이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문제는 당시 보급된 PC들이 가정용이 아닌 업무용에 주로 그쳤다는 것이다. 15년 후(1995년)에는 인터넷이 등장했는데 이는 PC의 용도를 가정용/개인용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15년이 지난 2010년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그것은 바로 가상화(Virtualization)이다. 가상화는 IT산업을 단순 기술 중심 산업에서 일반 산업으로 바꾸는 시발점(industrialization) 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산업에 더 이상의 새로운 물결은 없을 것이고 가상화가 IT산업의 ‘일반화’를 가속시키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IT는 없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사람들은 IT의 기술적인 특징을 보기 보다는 디자인이나 가격과 같은 다른 특징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며칠 전 애플이 발표한 ‘아이패드(iPad)’가 좋은 사례이다. 사람들이 신제품을 직접 봤을 때 직관적으로 외관적인 디자인을 고려하지, 실제 이 안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사양이나 기술을 먼저 논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상화가 바로 이와 같은 효과를 만들 것이다. 기술이 가상화로 인해 상품에 녹아들어 사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가상화의 활용도를 한층 높이는데 모바일 기술이 한 몫을 할 것이다.

◆"가상화,  IT산업의 ‘일반화’ 가속화할 것" = 기술 자체는 이미 무르익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술(가상 인프라스트럭처) 구현시 들어가는 비용은 적어질 것이다. 더 이상 ‘가상화 데이터센터’라는 용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IT가 이미 기업 혹은 특정 개인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 발표나 업그레이드는 새로운 정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상화에 관심 없던 기업들이 작년 11월 이후부터는 바로 도입을 고려하고 있었다. 15년 주기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한국시장 특유의 특징이 있어서 가능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빠른 문화’ 덕분에 국내 기업들의 가상화 데이터센터 도입이 곧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가상화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면 버추얼 데스크톱(virtual desktop)이 활성화될 것이다. 가상화의 활용도가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삼성의 씬 클라이언트(thin client)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가상화 데이터센터와 버추얼 데스크톱이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견고한 백업과 복구 체제를 갖춰야 한다. 완벽한 가상화의 도입 순서로는 ‘가상화 데이터센터’ -> 백업 -> ‘버추얼 데스크톱’ ->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한국EMC는 온라인 개인용 백업솔루션 ‘모지(mozy)’의 출시를 국내 파트너사와 함께 고려중이다.

◆가상화 도입순서 '데이터센터->백업->버추얼 데스크톱-> 클라우드' =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 & 서비스는 이미 미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구글과 아마존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T, SKT, NHN, 다음은 현재 외부 클라우드(external cloud)를 구축함으로써 어떻게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EMC는 현재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외부 클라우드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중이다.

여기서 내부 클라우드(internal cloud)와 외부 클라우드의 차이를 정의하는 것이 좋다. 내부 클라우드는 기업의 기존 데이터센터가 가상화된 것을 말한다. 주 용도는 ERP, DB, 아카이빙, 내부 업무처리와 같은 것이다. 외부 클라우드는 바로 고객용 데이터센터이다. 그렇다면 이를 누가 가지고 제공하는 것인가? KT와 같은 통신사이다. 실제로 개인 스마트폰 상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는 내부가 아닌 외부 클라우드 상에 저장된다. 내부와 외부 클라우드를 묶어주는 것은 ‘연합(federation)’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프라이빗 클라우드(혹은 사설 클라우드)’라고 한다. 이것과 대비되는 개념은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인데 여기에는 구글과 아마존이 해당된다. 이는 벤더가 외부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시간당 사용 비용을 청구하는 형태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통해 벤더들은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저렴한 스토리지나 서버를 사용한다.

◆“EMC의 VM웨어 인수는 탁월한 선택” = EMC가 전략적으로 배팅해 성공한 것은 ‘VM웨어’ 인수이다. 2005년 당시 지불한 금액이 6억5천만달러(약 7천억원)다. 세계 서버 OS의 80% 이상에 VM웨어가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지와 가상화가 올해 미국 CIO들이 주목하고 있는 IT투자대상 1, 2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EMC의 VM웨어 인수가 탁월한 선택이었고 보다 경쟁력있는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IT는 기술 중심에서 일반 중심으로 바뀔 것이고, 이런 추세에서 가상화와 클라우드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한다.

<Q&A>
Q.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강조했다. 성공 가능성은.
A. ‘아이패드’ 기사는 최근 며칠간 우리나라 뉴스 전체의 10~15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았다는 것이다. ‘아이패드’ 자체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던진 화두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이패드’의 사회적 임팩트가 매우 큰 점을 고려하면 향후 더 나은 제품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빌리자면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개발 단계에 있었던 작은 태블랫 PC를 볼 기회가 있었다. 기술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기였음에 불구하고 바로 상용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당시 네트워크 기술(bandwidth)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서야 이와 기술이 활성화되고 구현 비용도 내려가니 이를 기반으로 한 디바이스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EMC에 입사할 당시 EMC 시메트릭스의 1TB가 3억원에 이르렀다. 동일한 용량을 요즘에는 개인용 하드로 단돈 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이 바뀌었고 인프라가 무르익었다. 구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은 더 이상 최신이 아니다. 대부분 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적용된다. 인프라가 이미 무르익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명 ‘아이패드’를 능가할 제품이 나올 것이다.

Q. 한국EM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상화, 클라우드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무엇인가.
A. 한국EMC는 현재 국내 여러 통신사, ISP, 기업들과 함께 몇 개의 가상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인프라를 현장에서 설치할 수 있는지 등의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EMC, 시스코, VM웨어 3개사 연합인 VCE는 여러 산업군, 기업들에게 통합 서비스인 ‘V블럭’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그 전략을 수립했다. VM웨어의 경우 작년보다 좀 더 한국EMC와 긴밀하게 협력해 EMC-VM웨어, 혹은 EMC-VM웨어-시스코 형태의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노력중이고 실제로 몇 개의 기업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Q. 온라인 개인용 백업 솔루션인 ‘모지’의 상용화 시기는
A. ‘모지’는 ‘외부 클라우드’와 관련 있는 서비스로 올해 상반기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 어느 기관이 발표한 리포트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내용은 향후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의 사례 중 가장 주목받을 것이 바로 개인 백업 서비스라는 것이다. 리포트는 이를 ‘BaaS(Backup as a Service)’라고 표현했고 EMC의 ‘모지’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BaaS 형태의 서비스가 클라우드 상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