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KT 통신요금 신한은행 자동이체 이중출금 논란은 며칠이 지난 25일 현재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를 직접 접한 60만명에 달하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각종 공과금을 신한은행에 자동이체로 이용하고 있는 금융 이용자의 불안감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당장 사과하고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정작 자동이체 전산시스템을 가동한 신한은행은 이렇다 할 사과조차 없이 ‘알아보고 있다’는 애매모호로 일관하고 있다.

◆센터컷(자동이체) 프로세스는 = 자동이체란, 공공요금이나 급여 따위의 지급을 위탁받은 은행, 카드,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정해진 날짜에 지급인 계좌에서 예금을 자동적으로 출금, 수취인 계좌에 대체하는 방법이다.

IT에서는 통상 ‘센터컷(Center-cut)’라고 하는데, 대량의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일괄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센터컷 거래’는 과거 일본 캡(Cap) 미들웨어를 사용하면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고, ‘대량의 자동이체’ 처리를 말할 때 일반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센터컷 거래’ 처리 방식은 은행마다 각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BI코리아>가 시중 5개 은행을 취재한 결과, 대기업 등 기업에서 자료를 취합한 후 센터컷 거래를 돌리기 직전까지 수차례 검증을 거치는 은행이 있는 반면, 단 한차례 검증만 거치는 경우도 나타났다.

센터컷 거래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우선 은행은 자동이체 거래를 약정한 기업 등 대상으로부터 ‘자동이체 명단 또는 목록’을 수집한다.

A은행 관계자는 “대량이체는 은행 거래 상대 기업 등에서 파일을 준다. 은행에서는 이를 받아 체크를 한다. 예를 들어 받은 파일에 25만명이 등록돼 있으면, 레코드가 25만개로 일치해야 하고, 총액을 일치시켜 문제가 없는지 파악한 후 센터컷 시스템에 등록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한다. 기업으로부터 받는 ‘자동이체 대상자 파일 형식’이 제각각 이라는 것이다.

이 A은행 관계자는 “자동이체를 신청한 기업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보내오는 파일형식이 다 다르다. 이메일로 보내오는 경우도 있고, 전산처리가 용이하게 전문파일로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얘기는 자동이체 명단 등록 방식이 ‘인력’에 의존한다는 설명이다.

KT와 같이 대기업 대량 이체 처리는 헤더부-데이터부 등 앞뒤가 갖춰진 전문 파일로 받아 ‘자동등록’ 및 ‘자동수정’ 등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경우에 따라 ▲‘사람의 수작업’이 개입돼 커맨드 명령어를 사용해야 되는 경우도 있고 ▲센터컷 시스템에 예약을 걸어 자동 처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이번 ‘이중출금’이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은행의 ‘센터컷 거래’ 처리는 보다 정교하다.

이 은행은 우선, ‘전문형식’으로 파일을 받는다. 업체에서 파일을 보내오는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센터컷 거래를 돌리기 전 ‘원본’ 파일에 대해 한 차례 카피를 형성한다.

물론, 정해진 시간이 지나도 업체에서는 ‘수정파일’을 전달할 수 있다. 최종 수정본이 전달되면 카피본을 만들고 한차례 더 다른 파일이 더 있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B은행 관계자는 “이를 ‘센터컷 사전검증 프로세스’라고 한다. 중복처리 예방을 위한 검증 방법으로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모두 자동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컷 가동 이후 이 B은행은 합계 등 센터컷 처리결과가 맞는지 여부에 대해 마지막 검증도 거친다고 전했다.

즉 B은행은 ▲정해진 시간까지 파일을 받아 카피본을 만들고 ▲원본-카피본 자동 대조 ▲센터컷 처리 이후 총액 등 ‘대조검증’을 거치는 3단계 ‘센터컷 거래’를 모두 자동화 운영 중이다.

만약 처리결과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센터컷 업무 담당자에게 ‘경고 메시지’가 뜨고 곧바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게 B은행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KT 통신요금 이중출금 관련 그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는 상태다. 은행 담당자의 ‘실수’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이중출금’ 사고가 발생한 당일, 앞서 설명한 2개 은행을 포함해 전국 은행, 카드, 증권사 등 수십개 금융회사가 KT 통신요금을 ‘센터컷 거래’로 처리했다.

그런데 신한은행에서만 ‘이중출금’ 사고가 났다. 신한은행 ‘자동이체’ 이용자는 불안하다.

신한은행은 사건을 덮는데 급급하지 말고, 사고원인을 공개하고 사과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적, IT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