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월, 농협은 농협 IT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을 이뤄낸다. ‘신용사업 IT단일화(일명 중앙회-조합 계정계 통합)’ 즉, 당시 중앙회와 조합으로 나눠 운영하던 IT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도록 구축한 것이다. 2004년 이전까지 농협을 거래하던 일반 고객은 중앙회 계좌를 갖고 지역 농협에서 거래가 불가능했고, 반대로 지역 농협 계좌를 가진 고객은 중앙회 거래가 불가능했다. 중앙회-조합 계정계 통합으로 ‘농협’을 거래하는 모든 고객은 전국 어떤 농협을 방문해도 거래에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1 ‘농협중앙회-조합 계정계 통합 거래 구조’ 참조>     ▲ 그림1 ‘농협중앙회-조합 계정계 통합 거래 구조’ 2012년, 정책적으로 농협이 신용사업(소위 ‘금융’)과 경제사업(유통 등)으로 분리되면서 농협은 농협은행-회원조합으로 분리하게 된다. 법인이 분리됨에 따라 농협법, 은행법 등을 적용받아 당연히 물리적-논리적 IT시스템도 분리해야 한다. <그림2 ‘신경분리에 따른 농협의 고민’ 참조>     ▲ 그림2 ‘신경분리에 따른 농협의 고민’ 농협 IT그룹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정책적 측면에서 신경 분리를 이해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농협을 거래하는 일반 고객은 그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최근까지 약 14년간 중앙회-조합 구분없이 거래를 이용해 오던 고객을 또 ‘거래불가’라고 계좌가 해당하는 지점으로 보내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편집자주>

◆혜성과 같이 등장한 ‘법인간 교차거래시스템 GSE’ = 2013년 10월, 농협은 ‘법인간 교차거래시스템(GSE, Group Service Express)’이라는 묘안을 짜낸다. <그림3 ‘2013년 당시 농협이 검토한 ‘중계업무 구현 예’ 참조>

▲ 그림3 ‘2013년 당시 농협이 검토한 ‘중계업무 구현 예’

법인이 다른 지점 단말에서 계정계를 연계시킬 수 없기 때문에, 1차적으로 GSE를 거치면서 ‘중앙회 계정계 거래인지, 조합 계정계 거래인지’를 식별하게 IT시스템을 구성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2013년 GSE시스템 구축을 위해 우선, 농협은 주요 업체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모았다.

2014년, GSE시스템 구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농협은 팁코소프트웨어, 한국IBM, 티맥스소프트, 메타빌드 등 4개사를 대상으로 PoC(개념검증) 및 성능테스트를 마치게 된다.

4개사는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통합(EAI)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들로, 농협은 성능 및 가용성을 기준으로 평가를 마쳤다.

농협이 말하는 ‘성능 및 가용성’은 법인간 신규 및 변경 서비스 지원, 전문관리, 정보관리, 정합성 보장, 모니터링 및 관리, 장애처리 등 독립적인 중계 기능 구현이 가능한 지 여부를 따진 것이다.

최종 팁코 소프트웨어를 선정한 농협은 본격 GSE 개발에 나서게 된다.

◆특명, “GSE시스템 성능을 확보하라” = 2015년 3월, LG CNS를 중앙회-상호금융 IT전환 구축 주사업자로 선정한 농협은 본격적인 IT전환 구축에 나선다.

그런데, 막상 농협을 거치는 모든 거래를 GSE시스템으로 구성하는 데는 적지 않은 위험요인이 상존했다.

2013년 정보제공 요청에서 밝힌 대로, 일일 수억건의 거래를 GSE를 유일한 경로로 하는 것은 장애 등 대응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고민을 농협에 안기게 됐다.

이에 농협은 우선, ▲IT전환구축(은행·상호금융 분리)의 기반 인프라 사전 구축 ▲교차거래에 대한 법인간 표준 인터페이스 및 가이드라인 마련 ▲특정 법인(업무) 장애에 대한 법인간 장애 전이 방지 등 업무요건을 마련한다. <그림4 ‘농협 GSE시스템 구축 범위 및 내용’ 참조>

▲ 그림4 ‘농협 GSE시스템 구축 범위 및 내용’

팁코 소프트웨어와 농협은 이어 ▲GSE 시스템의 물리적 구성은 법인별 각각 구성 - 법인별 운영주체, 시스템 구성 단순성, 장애 영향도 등을 고려한 법인별 별도 구축 ▲전송모듈은 프로프레임을 활용, 최적화 구성 - 프로프레임에 최적화된 전송모듈 개발 ▲GSE 엔진은 고성능, 안정성 등을 고려한 ‘MOM(Message Oriented Middleware)’ 제품 등 기술요건도 도출했다. <그림5 ‘농협 GSE시스템 기반기술별 검토항목’ 참조>

▲ 그림5 ‘농협 GSE시스템 기반기술별 검토항목’

각 법인 단말은 그 법인 소속 계정계 접속이 법적 요건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또 농협은행 계좌번호와 조합 계좌번호 끝자리가 이미 ‘업무 구분코드’ 성격으로 운영중에 있었다.

농협은 이 요건에 착안, 서로 다른 법인의 계좌는 단말시스템을 거쳐 각 법인 계정계 AP서버에 1차 접속시킨 후 멀티채널 아키텍처(MCA)를 거쳐 GSE 시스템으로 전송되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그림6 ‘농협 GSE시스템 기술 아키텍처’ 참조>

▲ 그림6 ‘농협 GSE시스템 기술 아키텍처’

여기서 GSE는 각 법인의 MCA에서 대외계처럼 인식하게 된다.

조호용 농협 IT본부 전환공통팀 차장은 “농협 GSE시스템은 성능 극대화를 위해 메모리 DB를 채택했다. HP 블레이드 서버 4대 기준 16코어를 각각 법인이 동일 규모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협은 ‘GSE AP 시스템’ 핵심 솔루션으로 ▲EMS(데이터 전송을 위한 큐 솔루션) ▲액티브 스페이스(Active Space, 데이터 송수신시 필요한 라우팅정보 등을 관리하는 IMDG) ▲호크(Hawk, 장애 감지 솔루션으로 프로세스 다운 등 장애 감지시 지정된 절차에 따라 시스템가용성 수행) ▲GSE 관리시스템(X86 서버 및 MS-SQL을 활용, 거래추적로그 및 시스템 로그 저장) 등 기술도 구현했다.

농협은 또 ‘서버간 파일전송 솔루션(MFT : Managed File Transfer)’도 구축했다.

파일공유 방식을 기존의 NAS방식에서 MFT방식으로 변경, MFT 중계서버를 경유한 파일전송으로 서버 가용성 확보 및 표준화된 파일관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1월 31일, 농협 총 2억여건 거래 처리…GSE 거래는 약 2000만건 = 농협-팁코소프트웨어의 이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 1월 31일 거래 기준 2억건 중 GSE 거래는 약 2000만건을 기록했다.

당초 농협은 전체 거래 중 GSE 거래를 약 27% 가량으로 추산했지만, 명절 연휴가 지난 거래는 약 1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호용 차장은 “31일 거래 기준 GSE시스템 CPU는 약 20% 가용 중”이라며 “이 수치는 명절 연휴 기준으로, 평시 거래에서 이 수치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IT를 IT 인프라 만으로’ 해석하지 않고 궁극의 서비스 제공 대상을 목표로 고민한 농협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