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4시 이후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은행권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 전체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전산센터 시설 및 내진설계에 대한 보다 정밀한 운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지진으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만큼 금융감독기관을 중심으로 내진, 면진 설계에 대한 철저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경주에서 가장 가까운 대구은행이 가장 큰 우려가 되는 전산센터를 보유중이다.

현 대구은행 IT센터는 지난 1989년부터 운영중으로, 약 28년 가량 된 노후건물이다. 지난 2003년 컴퓨터실, 2005년 통신실을 전면 리모델링한 이후 최근에는 신축 계획을 발표, 추진 중이다.

지난 2011년 차세대시스템 가동 전 시스템실 전체에 면진설계, 즉 계정계, 정보계 서버 등 주요 장비의 흔들림을 좌우로 진행토록 유도해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논란은 새로운 전산센터 신축 전, 현 수성동 전산센터가 내진 5.0~5.5 수준에 불과해 이번 경주 지진과 같은 5.8 이상 지진에는 불안한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경주 지진 발생 후 대구지역 내에서는 액자가 45도 이상으로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접 부산은행은 벡스코 소재 세종텔레콤 IDC에 입주해 있다.

부산은행 박일용 부장은 “세종텔레콤 IDC는 내진 설계 7.0이상으로 설계돼 있다. 부산은행은 지진 발생 후 대고객 서버, 예를 들어 인터넷뱅킹 등 시스템을 전면 점검했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은행은 BNK금융그룹 차원에서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내에 IDC를 건립중에 있고, 2018년 1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12~13일 이틀동안 분주하게 보냈다.

여의도에 주전산센터를 두고 있는 국민은행도 대고객서비스에 관계가 깊은 금융 자동화기기 운용, 전국 지점 시설물 점검, IT센터 점검 및 네트워크 중단 여부 체크, 이와 관련된 내부 직원 및 협력업체 연락체계 등을 적극 점검했다.

죽전 IT센터를 운영중인 신한은행, 상암동 완벽 내진설계를 갖고 있는 우리은행도 비슷한 점검을 마치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KEB하나은행은 12일 지진상황을 ‘IT BCP(비즈니스 연속성 계획)’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응했다고 밝혔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청라지구에 IT센터를 신축중으로 내년초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통합은행 IT시스템은 신축 건물 입주 전 LG CNS 상암센터 상면을 임대, 사용중이다.

LG CNS 상암센터는 내진설계 8.0 이상, 티어(Tier) 3 인증을 받은 건물로, 지난 12일 경주 5.8 지진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영 KEB하나은행 본부장은 “KEB하나은행 BCP 대응체계는 매우 안정적이다. 예를 들어 상암센터 지진영향이 발생할 경우, 분당 재해복구센터를 통한 대응절차가 마련돼 있다. 공교롭게 지난 9월 6일 지진대비 모의훈련을 실시, 검증을 완료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 수지에 옛 일양약품 연구소를 개조, IT센터로 운영중인 기업은행도 내진설계 6.0~7.0 등 이번 경주 지진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은행도 주요 IT시스템에 대해 면진설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5.8 지진은 넘겼지만, 불안한 형국 = 이번 경주 지진이 5.8 수준이라는 점 때문에 은행권 전체가 큰 무리없이 지나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의 불안한 IT센터 운용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설립한지 28년이 지난 대구은행 IT센터, IT센터 건물로 지어지지 않은 국민, 기업은행 IT센터, 외부 IDC에 입주해 있는 KEB하나, 부산은행, 본점건물에 IT센터가 입주해 있는 일부 은행 등은 신축 전까지 불안한 형국이다.

신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전문 IT센터는 이제 확산중이다.

이번 경주 지진 사고를 겪으면서 은행별로 보다 정밀한 지진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가 재난 상황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형국에서 정보 지침만 바라보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금융감독당국의 유권을 받아 재난 대응체계에 대한 보다 정밀한 진단과 계획수립, 대응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