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그룹 IT부문 속사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지주사 출범 발표, 카드·증권 매각설, 춘천 데이터센터 신축 발표 등 2016년 해가 바뀌면서 구조 및 전략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추진중인 금융ERP의 완성도에 대한 논란, 금융지주사 재편 전후 삼성SDS의 위상, 삼성증권 춘천 이전 불가論 등 이슈로 삼성금융그룹 IT부문이 연초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터진 ‘카드·증권 매각說’ = 사실 연초부터 삼성금융 그룹을 난처하게 만든 일은 카드 매각설에 더하기 증권 부문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나서 조회공시에 ‘삼성카드 매각설 공식 부인, 소설같은 이야기’, ‘만화같은 이야기’ 등 답변을 각각 내놨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카드와 증권 매각 이슈에 중국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보면,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이 금융부문이 전면에서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루머로 해석된다.

과거 동방생명 시절, 외국계 자본의 적극적 삼성금융 부문 지분 인수 시도 및 삼성그룹에 대한 우회적인 공략과 비슷한 형국이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 장기화, 이재용 부회장 후계구도 승계가 보다 명쾌하기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맞불을 놓고 있는 삼성그룹은 금융지주사 출범을 조기에 서두른다는 입장이고, 현재 각 금융사별 IT부문을 포함한 태스크포스가 꾸려질 예정이다.

◆증권 클라우드 도입說, 삼성SDS 춘천 데이터센터 발표 왜? = 그룹 내 속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생명·화재 금융ERP 가동 지연說에 더해 삼성증권은 인프라 개편 계획을, 삼성SDS는 춘천 금융데이터센터 신축을 발표했다.

2017년 4월 가동 예정인 삼성생명, 화재 금융 ERP는 올해 중반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당초 도입키로 했던 SAP 패키지 완성도가 떨어져 개발인력이 대거 추가 투입되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2018년 가동 연기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 중반쯤 관련 애플리케이션 완성도 측정과 함께 단위업무 테스트 시작이 예고돼 있지만,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변화를 주지 않고, SAP ERP에 업무를 꿰어 맞추는데 따른 생명, 화재 안팎의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는다.

덧붙여 삼성증권이 기간계를 포함해 전체 IT시스템에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함께 흘러나왔다.

외국계 금융사 출신 이제훈 CIO를 영입한 삼성증권의 이번 인프라 개편 계획은 하이브리드 형태 현 기간계 AP서버(개방형 표준 계열)-DB서버(메인프레임 계열)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느닷없이 흘러나온 삼성증권 ‘클라우드 도입’은 과거의 결정을 그대로 회귀시키는데 따른 부담을 ‘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변형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과거 전임 CIO 부임 직후, 삼성증권은 IT아웃소싱을 맡고 있던 삼성SDS 인력을 대거 증권으로 이동시키며 인소싱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단일 아키텍처 기반으로 개편을 추진하면서, 인력구조 및 IT시스템을 다시 삼성SDS에게 위탁하는 방안의 다른 포장이 ‘클라우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증권 안팎에서 클라우드 도입에 앞서 ‘인프라 개편 이후 IT자산 삼성SDS 매각’을 염두에 둔 점이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 하고 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건 금융사에서 클라우드 도입을 공식화한 적극성은 IT업계의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기고 있다.

다만, 삼성증권이 내부에서 클라우드 도입 논의를 본격화 하는 과정에서 삼성SDS가 춘천에 금융 계열사를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번 삼성SDS 결정은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정부에 ‘춘천 데이터센터 신축’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8년, 여의도 fn데이터센터를 신축하고 이전해 왔다.

당시 삼성증권이 서울 시내 안쪽에서 여의도로 이전의 배경은 여의도 내 다른 증권사와 단 0.01초의 기관거래 주문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결정된 일이다.

삼성SDS의 춘천 데이터센터가 건립된다고 해도, 삼성증권 주센터 춘천 이전은 만만치 많은 형국이다.

금융그룹내 그리고 삼성SDS 전체 매출에서 삼성증권 비중이 아무리 낮아도 ‘삼성증권이 빠질 가능성이 있는 삼성금융그룹 데이터센터’는 모양새가 안나온다.

마찬가지로, 삼성생명, 화재, 카드 역시 춘천에 백업센터는 모를까, 주센터를 놓고 운영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금융지주사법에 의한 금융지주사 출범과 맞물려 삼성SDS의 지배구조 변화도 예상되는 만큼 현 IT아웃소싱 변화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과거 ‘치밀한 전략 마련과 군더더기 없는 실행력’을 보였던 삼성금융그룹 4개사의 최근 IT투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