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라는 단어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거나 또 이것이냐 저것이냐 어느 쪽으로 기울지 모르는 전환점에 봉착한 상황을 의미한다. 그 판은 따라서 긴장감과 당혹감에 싸인다. 지금 IT 산업이 딱 그렇다. 세계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IT 판세는 이미 클라우드로 기울였다.

현재 전통적인 IT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클라우드의 급격한 확산에 밀려 위기에 휩싸여 있다. IT 산업의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전통적인 것과 결별을 해야만 하는 때가 됐다.

전통적인 IT 산업 종사자들은 클라우드라는 엄청난 적수의 등장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은 알지만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의 잠식을 감수하며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배에 올라 탄 업체들에게서는 긴장감과 조바심이 묻어난다.

내로라하는 IT 업체 거물들조차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SNS에는 흘러다니며, 특히 하드웨어 위주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매달려 있는 IT 기업은 그 화살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경제의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서 기업들에게 비용절감이 최대 화두이며, 저비용 고효율이 캐치 프레이즈로 자리잡은 시대는 전통적인 IT 산업을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다.

2015년 국내 경제는 2.6%라는 저조한 성장률에 머물렀다. 2016년은 더욱 어려워져 1%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2016년 국내 IT 산업은 SMAC(Social, Mobility, Bigdata & Analytics, Cloud) 투자에 힘입어 아주 소폭 성장하겠지만 서버, 스토리지 등 인프라 시장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IT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는 클라우드는 급작스럽게 몰아닥친 것이 아니었다. 서서히 다가오다 결정적인 순간에 강력한 파괴력으로 IT 산업의 판을 흔들어 놓았다. 왜 전통적인 IT 산업은 일찍이 이런 바람을 감지하고서도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을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프로세스 혁신 보다는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기존 비즈니스의 관행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옛날 크레타 섬 사람들은, 누군가를 저주하고자 할 때에는 신들에게 그를 꾀어 나쁜 습관에 빠지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고 한다. 몽테뉴의 수상록에 나오는 말이다. 습관의 힘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우쳐 준다. 이 격언은 기업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IT 업체들은 클라우드가 전통적인 IT 산업을 강타하는 한 복판 속에 서서 그 위력을 목도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만 변화의 모습을 보일 뿐 속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지적하지 않더라도 가장 답답한 사람들은 당사자들일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았다간 터져버린다.

뻔한 얘기지만 새로 짜여진 판에서 살아남으려면 180도 사고의 전환과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며, 그것이 일대 혁신을 통한 갱생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인생의 성공은 좋은 습관 만들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병신년 새해, 모두가 습관 바꾸기에 도전해보기를 권해본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