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개 기관의 24개 사업에서 유사한 정보시스템의 중복 개발 등으로 265억여 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서 감사청구한 ‘국가정보화 및 전산화사업 추진실태’와 행정안전부장관이 청구한 ‘e-호조(지방재정관리시스템) 구축사업 추진실태’의 감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작업 시간 과다 책정, 불필요한 사업 포함 =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예산 낭비 사례는 ▲작업시간을 과다 책정하는 등 수수료 단가를 높게 산정하거나 불필요한 사업물량까지 사업내용에 포함 ▲기관 간 이견 등으로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존 DB를 활용하지 않고 별도로 시스템 구축 ▲이미 구축된 정보시스템 관리와 운영 소홀로 추가비용 발생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작업시간을 과다 책정하는 등 수수료 단가를 높게 산정하거나 불필요한 사업물량까지 사업내용에 포함한 곳은 국토해양부, 법원행정처, 행정안전부, 한국농어촌공사 등이다.

국토해양부는 ‘연속지적도 품질개선 사업(사업비 363억원)’에서 도면 1장당 작업시간을 실제보다 과다(일반토지 및 임야지적도 1장당 50분→74분) 책정하거나, ‘데이터 취합 및 분류’ 등 일부 작업만 필요한데도 새로 작성하는 단가로 과다책정(수치지적도 1장당 7천원→3만 4천원)했다. 또한, 이미 품질개선이 완료(58천 장)된 지적도까지 포함하는 등 사업물량도 과다 계상했다.

법원행정처는 2007년도 제1차 사법정보화사업 용역 계약 시 ‘배심제 시스템 개발’과업을 사업내용에 포함하고도 제2차 사법정보화사업에도 위 시스템 개발비 1억 5천만원을 또다시 계상했다.

행정안전부는 246개 지자체의 예ㆍ결산자료(’93～’07년분) 등을 DB로 구축하는 ‘지방재정통합DB 구축사업’(총사업비 679억여 원)을 추진하면서 통합DB 구축비의 경우 사업예산액 30억원에 맞추기 위해 아무런 산정근거 없이 작업일수를 다른 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작업일수보다 6.5배～807배 부풀려 산출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08년 6월 직불금 지급대상 위치확인 및 면적계산을 위한 모바일장비를 구매하면서 모바일장비에 탑재되는 GPS수신기의 대당단가를 견적가(7만여 원)보다 3배 이상 비싼 23만여 원에 계약했다.

◆유사 시스템 구축 = 기관 간 이견 등으로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존 DB를 활용하지 않고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등이다.

국토해양부는 ‘철도안전정보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사업비 149억원)을 2007년 6월 교통안전공단에 위탁 추진했는데 2006년 10월에 이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위탁 개발 중인 ‘철도산업정보센터시스템’ 내의 통계정보분석시스템 등을 활용하거나 통합DB를 구축해 공동 이용하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는데도 운영기관과 관련법령이 다르다는 이유로 별도 구축했다.

또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기능이 유사한 지하수 관련 정보시스템을 각각 구축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는 지하수정보 관리시스템, 환경부는 토양 지하수정보 관리시스템,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촌지하수 관리시스템 등을 별로 구축한 것. 그러나 각 기관 시스템이 상호 연계되어 있지 않은데다 환경부 등은 국토해양부의 ‘지하수정보관리시스템’ 내에 있는 지리정보서비스 기능 등을 공동 활용하지 않고 별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246개 지자체의 예ㆍ결산자료(’93～’07년분) 등을 DB로 구축하는 ‘지방재정통합DB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2007년 7월 ‘e-호조 확산보급사업’으로 이미 DB로 구축된 246개 지자체의 3년간(’04～’06년) 예산서와 2년간(’04～’05년) 결산서에 대한 DB를 또다시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및 운영 소홀로 추가비용 발생 = 이미 구축된 정보시스템 관리와 운영 소홀로 추가비용을 발생시킨 곳은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등이다.

국토해양부에서 1998년부터 구축한 ‘지하시설물 지리정보 DB’를 현재 46개 시가 갱신하고 있으나 41개 시에서는 실제 측정하지 않은 준공도면을 근거로 DB를 갱신하고 있어 상하수도 매설위치와 준공도면이 불일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국토해양부는 또 지리정보 DB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련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아 상하수도 매설 후 별도 탐사비용(19개 시. 21억 원)과 지리정보DB 갱신 외부위탁비용(33개 시 127억원) 등이 추가 소요됐다.

행정안전부는 2007년 4월 주민생활 관련 서비스통합 및 온라인 연계를 위한 ‘주민서비스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사업비 67억 원)을 추진하면서 정보 제공기관과의 협의 소홀 등 사업계획 부실로 당초 계획한 22개 중앙부처 온라인서비스 대신 중앙부처 서비스 8개와 지역자원 서비스 13개 개발에 그쳤다.

또한 가사간병도우미 등 14종의 온라인신청에 대한 시스템 응답속도가 평균 18.6초(목표속도 3초)나 소요되는 등 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해 온라인 서비스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계획 대비 0.05%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