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 IT역량진단 컨설팅 결과가 업계에 전해진 후 찬반 양론으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 3월부터 AT커니를 컨설팅 사업자로 IT역량진단 컨설팅을 수행, 최근 ▲포스트 차세대 구축 ▲재해복구 센터 개편 ▲조직 개편 등 3대 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10여년에 걸쳐 한차례씩 진단을 통해 미래과제를 선정하는 적절한 조치”였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정말 필요한 사업인가”라는 회의적 시각도 나타났다.

물론 KB금융그룹은 이번 컨설팅 결과가 절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며 향후 세부실행과제를 면밀히 검토, 추진일정 및 적용 여부 등에 대해서 별도로 주요 사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지금 시기, 이같은 컨설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지속적인 질의도 지속 던지고 있다.

◆포스트 차세대, 그룹 경영리스크 측면에서 재해석 해야 = 국민은행의 포스트차세대 전략은 지난해 주전산기 전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IBM에 대한 절대적 불신임과 함께 기회가 되면 개방형 표준 계열 도입으로 탈 IBM, 탈 메인프레임에 대한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요구가 그룹 전체 경영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한다는 전제하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메인프레임에서 탈피한 카드사 CIO는 “정말 메인프레임이 좋지 않은 솔루션이냐 하는 자기 질문을 여러 차례 던지고 있다. 명절 연휴 전후로 보면,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시스템은 메인프레임이다. 그럼에도 탈 IBM을 선언한 이유는, 그만큼 IBM이 금융회사에 대해 진정한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메인프레임’이라는 시스템은 금융회사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스템이지만, 이를 공급하는 IBM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시 이 카드사는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리뷰(SLR)을 놓고 IBM과 적지 않은 갈등에 놓여 있었다.

국민은행 상황도 경영리스크 측면에서 이같은 고민을 해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일부의 시각이다.

지난 9월 30일 국민은행은 은행 역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종전 일일 최대거래량 약 1억 400만건을 갱신, 2015년 9월 30일 1억 1000만건을 상회하는 거래량을 기록한 것.

국민은행 관계자는 “명절 연휴가 끝났고, 월말, 분기말이 겹치면서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CPU 사용량은 50%도 넘기지 않았고, 장애도 없었다.

물론 국민은행과 같은 막대한 거래량을 개방형 표준 계열시스템에서 구동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4년 4~2015년 5월까지 1년간 NH농협은행과 상호금융, 기타 거래를 합한 일일 최대거래량 평균치를 보면, 4127만 8000건+4684만 8000건+1144만 8000건 등 총 9959만 4000건에 달한다.

이는 평균치 기록이고, 피크를 보면 농협은행 및 상호금융도 일일 최대 1억건이 넘는 거래를 처리한 사례도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항목은 각종 관리포인트다.

메인프레임 계열의 경우, 운영체제, DBMS, 각종 시스템 소프트웨어, 보안 등 일관성 있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의 우위를 보이지만, 개방형 표준 계열은 역시 각각의 벤더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단순히 IBM의 ‘반감’ 때문에 메인프레임을 포기하는 정책보다는 정작 KB금융그룹이 필요한 IT시스템이 무엇인지 정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재해복구센터 개편, 금융그룹 통합사옥과 궤를 같이 해 = 지난 2008년, KB금융그룹은 여의도 국회앞 전산센터 리모델링 과정에서 염창동 재해복구센터에 대한 감독당국 유권해석, 진단 등을 거쳤다.

당시 진단결과 염창동 IT센터는 20년 가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어 일부 건물 노후를 개선해 현재의 재해복구센터 역할을 맡게 됐다.

현재 KB금융그룹이 검토중인 재해복구센터 개편은 여의도 주전산센터 개편을 동반한다.

즉 차세대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주센터를 마련하고, 차세대시스템을 신축 주센터에 구성, 현재 여의도 센터를 재해복구센터로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놓고 업계 의견은 첨예하게 나눠진다.

찬성 진영은 어쨌건 감독당국이 원격지 재해복구센터를 주센터와 40km 이상 거리에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IT검사 과정에서 수차례 지적했다는 점을 들어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인수한 KB손해보험 IT부문, 향후 KDB 대우증권 인수 후 IT부문 통합 등 통합전산센터 구축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반면 재해복구센터 개편은 KB금융그룹의 ‘주요 자원 배분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통합전산센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IT그룹 만의 해석이 아닌 그룹 통합사옥 구축과 그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KB금융그룹은 여의도 본점, 명동 본점, 여의도 세우빌딩, 종암동 옛 IT센터, 산재한 계열사 등 통합 사옥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당장 재해복구센터 개편만 보는 것 보다 향후 그룹의 통합사옥, 그룹 통합 전산센터 구축으로 그 해법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룹 김기헌 CIO도 이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해복구센터 개편은 향후 그룹 안팎의 정책결정이나 비용효율적 측면의 재해석 과정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개편 = KB금융그룹이 가장 민감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IT그룹 조직개편은 보다 양질의 인력을 양성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IT역량진단’컨설팅은 KB금융그룹 IT인력수가 많다는 식의 기형적으로 해석하기 보다 현업에 보다 가까운 조직운영으로 ‘현업 불만’을 최소화 해 IT그룹의 존재감을 갖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국민은행의 경우 단기적으로 PMO 조직을 IT기획부 산하로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곽 조직이 아닌 기획 및 정책 단계부터 현업의 IT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과거 운영했던 ‘개발본부’를 다시 신설한다는 내용도 일부 검토중이다.

다만, 국민은행의 고민은 이번 컨설팅이 IT그룹 조직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지 못했다는 데서 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IT인력구조를 타행과 비교함에 있어 카드 대행 업무를 맡는 인력, 웹다자이너 IT인력 편입 여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향후 KB금융그룹은 IT인력구조 개편을 따로 떼어 내 전략기획 측면에서 한차례 더 깊이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