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본질적 의미의 인프라 IT투자에 대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항간에는 수백억대 투자를 예고한다는 얘기부터 일종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임대방식(ASP), 전면적 IT아웃소싱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예비인가 신청 움직임은 =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인 컨소시엄은 인터파크 컨소시엄(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기업은행, 웰컴저축은행, NH투자증권, 옐로우금융그룹, GS홈쇼핑), 다음카카오 컨소시엄(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 KT컨소시엄(KT컨소시엄에는 현대증권, 우리은행, 한화생명, GS리테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포스코ICT, 이지웰페어, 얍(YAP), 8퍼센트, 인포바인 등 12개사 참여), 500V 컨소시엄 등이다.

이들 컨소시엄마다 직간접적으로 IT인프라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들이 적어도 1~2개 씩 포진돼 있다.

다만, 이 IT업체는 은행 계정계 운용 경험이나 인프라 개발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문 IT서비스 업체 ‘라이트’ 버전 개발 나서 = LG CNS, SK C&C 등 그동안 은행계 IT시스템 개발에 참여해 왔던 업체를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효율적 IT인프라 구축에 대한 협의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전통적 은행 IT부문 강세를 이어오는 LG CNS는 은행, 증권, 카드 등 다양한 참조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데브온-자바, 데브온-C 관련 라이트 버전을 개발, 코어뱅킹 솔루션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 C&C는 지난해 완료한 경남은행 차세대를 모델로 삼아 역시 슬림화 된 버전의 코어뱅킹 솔루션 개발에 한창이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초기 자본금 구조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IT아웃소싱, 클라우드 방식 등 서비스 제공도 적극 검토중이다.

◆그럼에도 초기 IT투자 비용 큰 부담 = 문제는 ‘은행’ 업무를 개발하는 데 있어 코어뱅킹 솔루션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필요한 업무지원 IT시스템을 살펴보면, 계정계 인프라(코어뱅킹, 서버 등), 정보계(재무·관리회계 등 경영지원시스템, 분석, 규제대응, 리스크, 신용평가 등), 보안솔루션, 금융결제원 등 대외계, 재해복구, 기업 성과관리 등 무수한 시스템을 동반한다.

이들 업무는 거래량이나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일 뿐, 사실상 인터넷 전문은행의 골격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업무는 개발하고, 어떤 업무는 개발하지 않아야 하는 식의 구분이 사실상 어렵다.

즉 이들 업무는 IT에서 필수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기타 CRM 등 마케팅 시스템 등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각 인터넷 전문은행의 영업범주에 따라 보완할 수 있다는 정도다.

아울러 인터넷 전문은행이 고객의 유치, 계좌개설 등을 인터넷 또는 온라인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콜센터시스템도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정교하게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를 저울질하는 컨소시엄의 예상 납입자본금은 1000~3000억원 사이.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필요한 이들 업무 IT시스템에 적어도 500억원 이상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자본금으로 시작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초기 투자금의 절반을 IT투자에 쏟아부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된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은 초기 인건비, 인지도가 낮다는 점과 안정성 논란 해소를 위한 광고 등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초기 자본금 소진은 시간문제가 된다.

글로벌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보면, 초기자본금은 빠르면 1년 안에 소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외부 조달을 통해 자금을 모으거나 대주주 또는 외부 투자를 통한 유상증자 등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초기 위험을 넘어서야 한다.

초기 신설법인이라는 점에서 신용도 측정이 만만치 않고, 따라서 시중 금융회사 즉 은행, 보험사 등을 통한 자금조달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주를 통한 유상증자가 해법이 될 수 있는데, 특화모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로 컨소시엄 참여 회사들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막대한 IT투자와 초기 자본금 소진에 대한 부담 그리고 IT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까지 인터넷 전문은행의 IT는 핵심이면서, 계륵이 될 가능성도 높은 형국이다.

◆‘피델리티-소프젠’ 파격적 ITO 제안 = 국내 IT서비스 업체들도 고민중이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초기 IT투자 비용 부담을 어떻게 경감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올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인도 마힌드라 그룹 자회사 ‘소프젠(SOFGEN)’의 비즈니스 모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소프젠은 호주에서 FNS를 설립 후 인도 타타그룹에 매각한 ‘FNS’ 설립자 토니 회장이 만든 회사로, 지난해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인수한 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초대 지사장은 KT에서 ICT 융합을 담당했던 허철회 전 상무가 맡고 있다.

‘소프젠’은 미국 피델리티 인포메이션 서비스(이하 FIS)의 IT아웃소싱 모델을 한국화,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IT인프라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핵심 사상은 전면적 IT아웃소싱.

소프젠과 FIS가 함께 가져오는 IT아웃소싱은 여타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의 모델과 다른 방식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필요한 IT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계좌(수신 또는 여신)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일정의 운용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현재 글로벌 통계를 보면, 시중 금융회사가 고객 계좌 하나를 운용할 때 드는 비용을 연간 약 15~18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소프젠은 한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에 필요한 IT인프라를 100% 무상으로 제공하고, 고객 계좌가 늘어날 때마다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의 모델을 선보였다.

이 IT인프라에는 데이터센터 등 상면, 코어뱅킹·정보계 등 핵심 솔루션, 콜센터·인사서비스 등 BPO, 기타 인터넷 전문은행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IT아웃소싱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프젠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자본금을 빠르게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사례에서 보듯 이 비용에 발이 묶여 제대로 된 영업활동 없이 사라진 인터넷 전문은행도 부지기수”라며 “소프젠은 이같은 고민 해소를 위해 막대한 자금력의 FIS 그리고 전문인력의 지원체계를 통해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 IT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프젠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로 하는 업무 요건 분석 관련, 한국내 파트너 물색에 나섰고 투이컨설팅 등 접촉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ITO는 엄격히 제한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ITO가 허용된 만큼 관련 인터넷전문은행發 국내 금융 IT아웃소싱 또는 금융 클라우드 확산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동기 기자>kdk@bikorea.net